유닉스 시장, 한국IBM 독주 언제까지

일반입력 :2012/11/08 09:08    수정: 2012/11/08 10:40

국내외 유닉스 서버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 IBM, HP, 오라클 등 유닉스 3사의 표정이 엇갈린다. HP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라클은 작은 성장에 만족해하고 있다. 1위 사업자 IBM은 HP의 부진을 틈타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해 독주체제를 굳히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유닉스 서버 강세 시장인 한국도 IBM 파워시스템 독주 분위기다. 한국HP는 40%대였던 점유율이 30% 초반대로 내려갔다. 한국오라클의 점유율은 10%대에 막 올라선 상황이다.

유닉스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 한국IBM은 유일하게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IBM은 이 기회에 완전한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경쟁사들은 “내년엔 다르다”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IBM “적수없다”...한국HP, 한국오라클 ‘와신상담’

최근 한국IBM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채준원 한국IBM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 파워시스템사업본부장은 “이제 유닉스 시장에서 IBM 파워의 경쟁자는 없다”라며 “파워는 파워와 경쟁한다”라고 밝혔다.

채준원 본부장은 “한국IBM의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은 54.6%를 기록했으며, 파워7+ 출시로 향후 70%까지 확대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IBM의 도발에 경쟁사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오라클의 경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HP의 경우 신제품 출시로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오라클의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은 12.8%다. 여기에 오라클 서버를 재판매하는 한국후지쯔의 2% 점유율을 합치면, 오라클 유닉스의 점유율은 14.8%다. 1년전 같은 기간 8.9% 점유율이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중견기업 시장에서 T4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라며 “주류를 이루는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HP는 지난 2분기 30.9%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41.5%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 한국HP는 올해 들어 계속 점유율 하락을 보였다. 한국HP는 하반기를 지나 내년 1분기면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연말 인텔의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폴슨’이 출시되고, 그를 탑재한 미드레인지 제품을 시작으로 슈퍼돔2 신모델까지 출시하면, 대기수요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HP 유닉스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오라클-아이태니엄 이슈’가 어느정도 해결된 점도 호재다. 지난해 3월 오라클은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SW지원 중단결정을 발표했는데, 올해 법원이 아이태니엄 SW지원을 유지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오라클은 아이태니엄 ‘폴슨’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한국HP는 법원 판결로 HP 유닉스에 대한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고객사에서 신제품 출시시점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라며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중이다”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 후 시장 판도는?

한국IBM은 본사의 파워7+ 프로세서 출시로 현재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IBM 파워시스템 중 770과 780 모델이 파워7+프로세서를 탑재해 출시됐으며, 내년 상반기 중 750 등의 미드레인지 제품도 파워7+를 탑재하게 된다.

파워7+는 3년만에 IBM에서 선보인 8코어 프로세서로서 최대 클럭속도 4.4GHz를 제공하고, L3 캐시를 칩에 내장한다. 각 칩셋마다 탑재되는 L3캐시 메모리는 80MB다. 32나노미터 공정으로 하이K메탈게이트 공정을 사용했다. 다이에 21억개 트랜지스터를 내장한다. 로지컬파티션을 코어당 20개까지 만들 수 있다.

파워7+를 탑재한 파워시스템780은 최대 128코어까지 지원하며, 메모리 압축률이 125% 확장됐다. 채 본부장은 “공인 수치로 데이터 처리속도가 40% 향상됐다”라며 “또한 보안 기능만 처리하는 임베디드 모듈을 프로세서에 집어넣어 업무 처리 프로세싱의 성능저하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조경훈 한국IBM STG 부사장은 “유닉스 시장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금융권이나 그밖에 차세대 고객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다양한 솔루션을 파워시스템 내에서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유닉스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HP는 다음달 아이태니엄 폴슨을 탑재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태니엄 폴슨은 32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된 8코어 프로세서다. 2개의 디렉토리 캐시, 5개의 퀵 패스 인터커넥트(QPI) 링크, 두개의 SMI DDR3 메모리 컨트롤러(소켓당 512GB), 두 개의 공유 L2 캐시, 단일 시스템 로직 등으로 구성된다.

코어당 소비전력은 170와트다. 185와트였던 투퀼라(아이태니엄 9300)에서 더 개선된 것이다. CPU 클럭수는 9520 1.73GHz, 9540 2.13GHz, 9550 2.4GHz, 9560 2.53GHz 등이다. 54MB의 SRAM 메모리와 32MB의 코어당 4MB씩 8개 블록으로 나뉜 L3 캐시를 보유한다. L2 데이터캐시는 총 2MB다.

한국HP는 다음달 중순 블레이드형 미드레인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하이엔드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슈퍼돔2 새 모델은 내년초 출시된다. 한국IBM과 한국오라클 틈새에서 미드레인지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걸 만회한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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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오라클은 유닉스 서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 스팍 T4 제품 출시 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스팍 M시리즈의 업데이트도 없다. 기존 유닉스 사용자가 유닉스 구매를 유지한다면, 한국IBM이나 한국HP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오라클은 신제품 출시 대신 고객지원을 강화하고, 영업망 확대와 구매지원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