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네이버, 구글 앞선 신기술 선봬

일반입력 :2012/11/07 09:51    수정: 2012/11/08 08:28

전하나 기자

NHN이 이달 중순 ‘한국판 시리’를 선보인다. 지난 2010년 공개한 음성검색 기술 ’링크’를 그동안 네이버 글로벌 회화 서비스 등에 적용해온데 이어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내놓는 것이다.

링크앱은 단순히 음성을 인식해 검색결과를 보여주던 이전 수준에서 벗어나 사용자 음성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해 정답형 정보를 제공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이효리 몇살이야’라고 물었을 때 기존에는 해당문장이 포함된 검색결과가 나타났다면 링크앱에선 바로 ‘34세’라는 답이 나오는 식이다.

현재 음성인식 기술 시장은 애플 ‘시리’와 구글 ‘보이스’와 같은 외산 서비스가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 LG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도 각각 ‘S보이스’, ‘Q보이스’로 이 분야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순수 자체 기술만으로 음성인식 솔루션을 구현한 곳은 NHN이 유일하다. 애플은 시리 업체를 인수했고 구글 역시 콘텐츠 DB업체와 음성합성 업체를 사들였다.

특히 NHN은 지난 10여년 동안 쌓아온 검색 질의어 DB를 기반으로 높은 자연어(일상적 언어) 처리 기술을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다.

NHN 관계자는 “음성인식 정확도를 높이려면 엄청난 자연어 DB가 바탕돼야 한다”며 “네이버는 영화, 인물, 지역, 음악 등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많이 쓰는 패턴을 지난 10년간 연구해왔기 때문에 고품질의 음성인식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링크는 친절한 기술”

1990년대 후반 배우 안성기가 ‘본부! 응답하라’고 하면 자동으로 전화가 걸리는 내용의 모 휴대전화 광고가 있었다. 번호를 누르지 않고도 전화를 거는 기능이 인기를 끌자 경쟁업체에선 곧바로 김혜수가 ‘우리~집’이라고 말하던 광고로 맞붙었다.

당시만 해도 음성인식은 당장 새로운 세상을 열 것 같은 혁신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관심은 쉽게 사그라졌다. 인식률이 높지 않아 사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났다. 상황은 충분히 달라졌다. 기기의 마이크 성능이 좋아졌고 음성인식의 인식률이 높아졌다. 더군다나 이제는 모바일로 연결된 세상이다. 단순히 휴대폰 내 주소록 등의 단순한 정보를 찾는 것 뿐 아니라 대용량 서버에 접속해 더 많은 정보를 끌어오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광현 NHN 검색연구실장·공학박사는 링크앱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제 사람들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혹은 친구와 대화하던 중 문득 생각난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결하기 원한다”며 “스마트폰에선 굳이 자판을 입력할 필요없이 누구나 음성인터페이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이를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링크앱의 핵심은 자연어, 곧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정도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이는 사람이 컴퓨터를 학습해서 적응해 온 것이다. 링크앱은 ‘컴퓨터가 사람을 학습해서 사람에게 적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컴퓨터가 사람을 학습할 때 배경지식으로 필요한 자연어는 네이버가 가진 풍요로운 자산이다. 김광현 박사는 “현재 PC, 모바일을 통해 하루 3억건의 쿼리(질의어)가 수집된다”며 “네이버는 이를 통해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10년 넘게 연구해왔다”고 강조했다.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검색 DB 기반으로 사용자 질의 의도를 분석하고 중의적인 표현을 해석해 내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직접 시연해본 링크앱은 ‘재밌는 사진 보여줘’고 말하면 ‘재밌다’라는 표현을 바로 이해하고 관련 사진을 단 1초의 지체도 없이 나열했다. 또 ‘도둑들에 나온 배우는?’라고 물었더니 ‘도둑들’을 영화명으로 알아듣고 ‘나온 배우는’라는 질문형 문맥을 파악해 정답을 말해줬다. 이것이 바로 네이버 DB 덕분이라는 얘기다.

물론 전세계적인 디지털 정보를 보유한 구글도 음성신호가 들어오면 각 패턴 DB에 매칭해 유사한 패턴이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데 탁월하다. 그럼에도 국내 서비스 만큼은 링크앱보다 인명, 고유명사 등에 앞설 수 없다. 링크앱은 상호 대화형의 자연어 처리도 가능하다. 가령 ‘삼성전자 주가는 얼마야?’라고 묻고 답을 얻은 후 바로 이어 ‘NHN은?’이라고 물으면 NHN의 주가를 알려준다.

사용자가 반말, 존댓말 등 어떤 표현을 하든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도 링크앱만의 강점. 만일 ‘엄마에게 늦는다고 말해줘’라고 하면 엄마에게 ‘늦는다’라는 문자 그대로를 입력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외산 서비스와 달리 링크앱은 ‘늦어요’라는 존대어로 바꿔 전달한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이러한 친절함은 기술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음성은 단지 인터페이스 역할을 해줄 뿐 사용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기술이 링크의 경쟁력인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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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링크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원천기술이다. 계속 진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링크앱은 단지 프로토타입(시제품)에 불과하다. 머잖아 스마트폰 내에서만 구동되는 것이 아니라 차, 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 플랫폼에 탑재되는 시나리오도 그릴 수 있다. 링크라고 이름붙인 이유도 이러한 확장 가능성을 염두했다.

링크를 통해 NHN이 꿈꾸는 미래는 분명하다. 김 박사는 “구글 보이스가 조수, 시리가 비서라면 링크는 말그대로 컴퓨터와 사람을 연결해주는 기술”이라며 “모바일 세상에서 링크를 활용해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하게끔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