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십시일반…온라인 기부문화 정착

일반입력 :2012/11/03 14:01    수정: 2012/11/03 14:25

전하나 기자

2일 포털 다음에는 ‘월세가 없어 폐관위기인 부산 위안부 역사관을 살려주세요’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누리꾼(ID 김낙범)은 자신을 역사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이라고 밝히며 “개인이 1억여원의 사비를 털어 역사관을 만든 이후 8년이 넘게 월세 100만원과 운영비를 감당해왔지만 이제는 작은 월세조차 부담이 돼 결국 폐관위기에 다다랐다”며 누리꾼들의 기부를 요청했다.

모금 기간은 내달 1일까지 단 한달. 모금 첫 날 597명의 참여로 20만원에 가까운 돈이 모였다. 적은 돈이지만 이렇게 한 달이면 목표한 금액인 500만원을 금방 모을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남편을 잃고 두 딸을 위해 25톤의 운전대를 잡은 엄마(ID 워니)가 직접 모금 청원을 올려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렸다. 유일한 생계 수단인 덤프트럭이 고장났지만 엄청난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생면부지의 누리꾼들 도움으로 990만원을 지원받았다.

워니씨는 “모금이 진행된 후 전세임대 재계약이 가능하게 되어 2년 동안은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됐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등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며 “이제 운전대를 잡으면 힘이 난다”는 후기글을 남겼다.

다음이 운영 중인 사회공헌 모금 서비스 ‘희망해’는 지난 2007년 12월 ‘희망모금’으로 출발, 지난해 4월 카페 희망통장, 요즘,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소셜 기부 등 기부방법을 확대한 지금의 모습으로 개편됐다. 누리꾼 누구나 소외계층 지원부터 환경, 공익이슈까지 다양한 모금을 제안할 수 있다. 500명이 모금에 공감하는 서명을 하면 심사를 거쳐 모금이 시작된다. 현재까지 이를 통해 약 43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였다.

특히 ‘독도 광고비 모금 캠페인’, ‘외규장각 도서 환수 모금 캠페인’과 같이 사회적 인식과 책임이 중요한 온라인 모금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진행된 독도 광고비 모금 캠페인은 희망모금 사상 가장 큰 목표액인 2억1천만원이 모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지난달부터 포털 최초로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관련한 정치후원금 서비스도 개시했다. 정치후원금은 시작 10일 만에 1억원을 넘어섰다. 온라인, 모바일을 통한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결과다. 온라인을 통한 기부가 다소 부정적 인식이 덧씌워졌던 정치후원금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새로운 선거 문화 조성에까지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관계자는 “기부에 대한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고 사회적 관심과 참여를 불러 일으켜 나눔이 디지털 세계 속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NHN은 2005년 7월 11일 아름다운재단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의 기부 포털 서비스 ‘해피빈’을 개설했다. 해피빈은 2009년 5월, 재단법인으로 설립되며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해피빈은 2일 기준 총 880만여명의 누리꾼, 800개 기업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부금액도 325억여원에 달한다.

NHN 관계자는 “해피빈은 기부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기부처를 찾지 못하거나 큰 금액이 아니어서 망설였던 이용자들이 손쉽게 클릭만으로 기부를 하게끔 만들어준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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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특정 개인, 조직, 활동이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온라인 상에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모집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새로운 기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 단계에서 고비를 겪었던 영화 ‘26년’은 이 방법으로 필요한 돈을 조달해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앞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가족’도 제작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기부는 각종 사회단체가 주도하는 기존의 일방적 모금 캠페인과 달리 누리꾼 스스로 사회문제 해결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쌍방향적 모금 방식이라는데 의의가 있다”며 “모바일을 통한 접근성 또한 계속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기부 문화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