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휴대폰...통신요금 논란

일반입력 :2012/10/29 08:22    수정: 2012/10/29 17:09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24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한 달에 4만원 이상을 내야합니다. 이것을 이통사가 약정 요금할인 형태로 소비자의 월 부담액을 낮추는 겁니다. 그렇다고 단말가격이 싸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회를 선봉으로 이곳저곳에서 비싼 통신비를 인하하라며 뭇매를 맞고 있는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가계통신비에서 이처럼 단말할부금이나 콘텐츠 이용료를 제외한 순수한 통신요금은 56~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콘텐츠 이용료가 3~11%, 단말할부금이 30~33%다.

하지만 정부의 통계자료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데다, 일선 대리점에서 보조금과 함께 제공되는 약정 할인요금을 ‘공짜폰’으로 포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오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를 기준으로 한 가계통신비는 15만1천600원, 이 중 이동전화요금이 11만7천400원, 통신장비(휴대폰) 3천100원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 인터넷이용료가 2만800원이다.

즉, 통신비 15만원1천600원 중 월 단말할부금은 3천100원으로 2%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비슷한 기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갤럭시S2의 출고가는 84만7천원. 이를 2년 약정으로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이용자는 84만7천원짜리 스마트폰을 7만4천400원에 샀다는 비현실적인 통계가 된다.■100만원 넘어선 휴대폰

이는 지난 5년간 휴대폰의 가격변화 추이를 들여다보면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구입비용의 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S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삼성전자의 연도별 최다 판매작들의 출고가를 살펴보면 ▲2007년 W2900(스칼렛폰) 38만3천원 ▲2008년 W5000(메탈슬림폰) 41만8천원 ▲2009년 W8300(매직홀폰) 52만8천원 ▲2010년 갤럭시S 90만원 ▲2011년 갤럭시S2 84만7천원 ▲2012년 갤럭시S3 99만9천원 등으로 5년간 2.6배나 뛰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갤럭시노트2의 경우 32GB 109만원, 64GB 115만원으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00만원마저 넘어선 상태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가계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6.8%에서 매년 꾸준히 0.1~0.4%씩 하락해 지난해에는 5.8%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이동통신3사의 올 3분기 실적을 사상 최악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에서 매출 52조1천800억원, 영업이익 8조1천2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에서도 양측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이동통신3사의 예상 매출 총액은 13조원, 영업이익은 7천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 과소비? 자주 바꾸는 비싼 단말 탓

이처럼 휴대폰 출고가는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오히려 휴대폰 교체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24개월에 한 번꼴이었던 교체주기가 최근에는 18개월까지 줄어든 상태다.

특히 국내시장은 저가·일반·고가로 뚜렷하게 구분된 해외 휴대폰 시장과 달리 고가 위주의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이로 인한 통신사의 보조금 부담과 이용자의 호주머니만 가벼워지고 있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미국·영국·독일에서 판매된 가격대별 휴대폰의 비중은 ▲초저가 9%(50달러 미만) ▲저가 47%(50~150달러) ▲고가 15%(150~300달러) ▲초고가 29%(300달러 이상)로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국내에서 출시된 저가 스마트폰인 자급제폰은 2종뿐이고, 고가의 LTE 스마트폰에 밀려 3G 스마트폰 신제품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이마저도 중국·인도 등의 시장에 100~200달러짜리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자급제폰으로 내놓은 단말 가격은 60만원대다.

관련기사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올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국내 제조사가 해외 40개국에 공급한 단말 평균가는 25만5천원인데 국내에는 평균 56만8천원에 공급됐다”며 “일례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2 공단말은 89만9천800원인데 미국에서는 45만7천600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삼성증권 자료에는 갤럭시S2의 제조원가가 22만원으로 나타났다”며 “각종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휴대폰 가격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고, 이를 전제로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