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일병 구하기" HP 출구 전략은?

일반입력 :2012/10/21 21:28

남혜현 기자

PC도 가고... 프린터도 가고...

18일(현지시각) 제너럴모터스가 HP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인력 3천명을 고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HP 퍼스널프린팅시스템그룹(PPSG) 부문 회생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HP 입장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PPSG 시장은 녹록치 않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HP의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은 16%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빠졌다. 하반기 실적 하락 속도는 더 가파르다. 가트너는 3분기 레노버가 HP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프린터도 상황은 같다. HP가 밝힌 3분기 프린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HP가 e프린트 기능을 도입, 모바일 출력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시장 반응은 작았다. 국내 시장의 경우, 개인용 프린터는 PC를 구매할 때 끼워파는 `덤`으로 인식된지 오래다.

HP의 위기는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HP는 PC와 프린터, 서버, 네트워크, 스마트폰, 태블릿 등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각 단말을 유기적으로 이어줄 솔루션까지 모두 갖춘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다. PC와 프린터는 오랜 시간 1위를 지켰다. 막강한 인프라를 갖춘 HP의 위기는 글로벌 IT 기업 전체의 위기로 비쳐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2년간 HP가 빠르게 소비자들에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HP는 애플과 삼성전자, 레노버가 부상하는 사이 소비자들에 특별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모바일 시장에 대응, 팜을 인수하고 웹OS 개발을 통한 소프트웨어 기업 탈바꿈 전략을 앞세웠지만 1년만에 갈피를 잃었다. HP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연 투자자 설명회에서 위기 상황에 관련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PC는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었는데 이를 타개할 계획은 부재했다. 지난 7년간 CEO는 네 번이나 갈렸으며, 모바일 사업 진출이나 PC·프린터 사업 통합 여부도 중심을 잃고 뒤죽박죽했다고 고백했다.

휘트먼 CEO는 HP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는데 최소한 2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봤다. 내년 실적도 큰 폭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 시간내 옛 명성을 되찾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금 HP에 필요한 것은 장기 선순환을 위한 영업 프로세스 개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최근 내놓는 HP의 메시지는 새로운 브랜드다. PC에선 애플을, 프린터선 제록스를 벤치마킹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휘트먼 CEO가 부임한 후 HP가 상반기 발표한 새 PC 브랜드 `스펙터`가 한 사례다. 노트북과 일체형PC로 나뉜 스펙터는 디자인부터 애플의 냄새가 난다. 예쁘고 가벼운 폼팩터에 어도비 포토샵 등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부분도,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애플의 전략과 닮았다.

PC 유통망 재정비도 손봐야할 부분으로 언급됐다. 광범위한 부품 공급망을 최대한 활용해 이윤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개인 소비자 대상 판매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대량 공급을 노림으로써 매출 증대를 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태블릿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도 다시 시작키로 했다. 태블릿과 PC가 윈윈하는 애플 전략은 HP에도 매력적이다. 휘트먼 CEO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컴퓨팅 기기로 인식한다며 HP가 워크스테이션부터 일체형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까지 모든 단말기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HP의 행보는 윈도8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이를 활용한 태블릿을 내놔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다만, HP판 스마트폰에 대해선 아직까지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휘트먼은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내후년 이후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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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산업에 들어선 것은 프린터도 마찬가지다. 개인용 단말기로써 프린터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HP는 기업용 솔루션, 즉 복합문서관리(MPS)에 주목했다. 기업이 필요로하는 PC와 프린터, 서버, 네트워크 등 모든 하드웨어와 솔루션을 HP가 가졌다는 점이 강조됐다. 복합문서관리(MPS)에 인쇄 품질을 강점으로 한 제록스의 성공이 HP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을 위한 효율성 높은 잉크 어드밴티지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 휘트먼 CEO는 내년까지 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 구조를 개선한 후, 오는 2014년부터 사업을 확장해 2015년경 본격적인 수익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