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아이리버가 작심한 70만원 MP3, 음질은?

일반입력 :2012/10/15 13:59    수정: 2012/10/15 16:15

봉성창 기자

스피커나 혹은 헤드폰과 같은 음향 제품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기는 매우 어렵다. 제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음질의 좋고 나쁨 자체가 주관적인 요소가 강한데, 이를 글로 설명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마치 만화에서 와인이나 초밥의 맛을 설명하는 것처럼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아이리버에서 지난 11일 출시한 고음질 음악 재생기기인 ‘아스텔앤컨 AK100(이하 아스텔앤컨)’ 역시 이러한 어려움이 많은 제품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은 100번 글로 설명을 보는 것보다 한번 직접 들어보는 것이 낫다.

■마이크로SD 슬롯이 2개...울프슨사 DAC 탑재

우선 기능적으로는 살펴보면 이 제품은 터치스크린 2.4인치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해상도는 320x240이지만 사실 동영상 재생이 안된다는 점에서 별 의미는 없다. 터치스크린이 있지만 앞으로가기, 뒤로가기, 재생/정지, 그리고 볼륨조절까지 모두 버튼으로 제작해 마치 오래된 MP3플레이어처럼 굳이 화면을 보지 않고 주머니 속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볼륨 조절은 다이얼식으로 150단계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뛰어나다.

고용량 음악 파일을 재생한다는 점에서 두 개의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장착한 부분은 좋은 아이디어다. 비록 32GB 용량까지만 지원하지만 내장용량까지 합치면 96GB나 확장 가능해 용량이 부족할 일은 없어 보인다.

이 제품의 핵심이자 차별화 요소인 DAC(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풀어주는 장치)은 영국 울프슨사의 WM8740을 탑재했다. 검증받은 좋은 제품으로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있는 부품이다.

‘아스텔앤컨’으로 재생할 수 있는 음악 파일 포맷은 FLAC, WAV, WMA, MP3, OGG, APE다. 무손실 압축 음악파일인 FLAC, WAV, APE 등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플레이어나 혹은 그밖에 준수한 성능의 MP3 플레이어도 다 되는 기능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아스텔앤컨’이 이를 24비트 192khz 성능 그대로 재생한다는 점이다

■음질은 합격점 “귀가 호강하네”

음질 테스트는 우선 24비트 192khz로 재생이 가능한 FLAC 파일로 했다. 리시버는 소니의 최신 이어폰 XBA4, 애플의 새로운 번들 이어폰 ‘이어팟’ 그리고 인기 헤드폰 중 하나인 비츠바이닥터드레 스튜디오가 사용됐다.

소니 XBA4는 BA 드라이버가 4개나 탑재된 하이엔드 이어폰이다. 덕분에 공간감과 해상력이 뛰어난 제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들어본 결과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베이스 그리고 보컬이 마치 한 방에 따로 있는 것과 같은 뛰어난 공간감이 느껴졌다.

또한 노래 후반부 보컬의 고음부 역시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확실히 스마트폰으로 음악 스트리밍 앱을 통해 듣는 느낌과는 그 차이가 확연하다. 같은 앨범의 ‘lonestar’는 16비트 44.1khz 즉 CD 음질로 녹음돼 있었음에도 기타의 선 긁는 소리가 아주 명확히 들려 마치 현장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 들어본 음악은 마찬가지로 24비트 192khz로 재생되는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다. 클래식이 아닌 대중 가요는 어떤 음질을 표현하는지 보기 위함이다. 이어폰 역시 좀 더 평범하고 대중적인 애플 이어팟을 사용했다.

‘여수밤바다’는 스마트폰 스트리밍 앱과 비교하면 보컬의 목소리가 좀 더 호소력 있게 들렸다. 저음과 고음부의 밸런스도 훌륭했다. 특히 음악 도입부에서 드럼이 치고 나올 때 울림은 마치 콘서트장에 서 있는 듯 현장감이 뛰어났다.

마지막 테스트곡은 24비트 96khz로 재생되는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이다. 리시버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포함된 비츠바이닥터드레 스튜디오다.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은 저음역대가 강조된 제품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모니터링 제품처럼 아주 선명하고 맑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신 음악을 듣는 맛이 있었다. 음악 시종일관 쿵쿵되는 베이스 드럼(큰북)의 소리는 매우 강렬했고 코러스의 읆조리는 소리 역시 마치 귀에 직접 대고 속삭이는 듯 생생함이 느껴졌다.

‘아스텔앤컨’의 음질은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났다. 대조군으로 활용한 스마트폰 음악 스트리밍 앱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물론 과연 사람이 44.1khz 이상의 음역대를 귀로 들을 수 있는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부드러운 음색이나 고음과 중음, 그리고 저음까지 치우침 없는 균형감, 보컬의 호흡과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들리는 해상력 차이는 분명했다.

■음악 애호가에겐 ‘주머니 속 스튜디오’

‘아스텔앤컨’의 음질은 확실히 뛰어나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는 불안한 요소도 없지 않다. 쓰는 동안 터치스크린 조작이 원활하지 않거나 간혹 오류도 발생했다. 소프트웨어 버전이 1.1이라는 점에서 향후 펌웨어 업데이트가 예상되지만 가격에 비하면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검정색 산화 피막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은 좋았지만 후면부에 강화유리를 사용한 것 역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강화유리라고는 하지만 흠집이나 금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비싼 만큼 오래써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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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제품에는 그 흔한 번들 이어폰 하나 안들었다. 싼 것을 끼워주자니 제품과 맞지 않고 비싼 것을 주기에는 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결국 비싼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제품의 가격이 69만8천원이라는 점에서 결국 100만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100만원을 주고 언제 어디서나 스튜디오에서 듣는것과 같은 고음질 음악을 감상할 것인가. 이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고음질을 원하는 음악 애호가들에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는 것 하나 만큼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 제품의 존재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