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SAP HANA, 활용범위 제한적"

일반입력 :2012/10/11 14:20

IBM은 최근 자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에 기반한 신제품 '퓨어데이터시스템'을 오라클 대항전선에 긴급 투입했다. 더불어 회사가 그간 HW 협력사로 SAP의 고성능분석어플라이언스(HANA) SW에 걸었던 기대는 다른 파트너처럼 크지 않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는 당초 SAP HANA를 주축으로 모인 '반 오라클 연합'에서 예견된 변수였다.

퓨어데이터는 IBM이 지난 9일 싱가포르 '인터커넥트2012' 현장에서 첫선을 보인 통합솔루션이다. 상반기 회사 HW와 SW, 축적된 산업별 전문지식을 녹여 내놨다던 전문가통합시스템, '퓨어시스템즈' 제품군의 3번째 계열이다. 데이터 처리 유형에 따라 ▲잦은 인터랙션 처리(OLTP) 용도인 '퓨어데이터시스템 포 트랜잭션' ▲네티자 DW 기반 분석(OLAP) 솔루션 '퓨어데이터시스템 포 애널리틱스' ▲데이터 변화에 따른 실시간 의사결정을 위한 '퓨어데이터시스템 포 오퍼레이셔널 애널리틱스'로 구별된다.

IBM은 긍정하지 않지만 업계는 이를 오라클 수직통합 솔루션 전략의 맞대응으로 이해한다. 오라클이 자체SW와 HW를 합쳐 만든 엑사 시리즈로 '성능최적화' 구호를 외치며 시장 분위기를 흔든 뒤에 나온 움직임이라서다.

이에 SAP는 HANA라는 분석어플라이언스용 SW아키텍처로 HW파트너와 손잡는 오라클 대항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 우산아래 IBM을 포함해 HP, 시스코, 후지쯔, 델 등이 모였다. 이들의 다양한 HW와 SAP의 SW를 최적화시켜 오라클과 생태계 싸움을 벌인다는 계산이었다.

다만 여러 HW업체들이 HANA 아키텍처 구현을 돕겠다고 모였지만, SAP와 맞잡은 손들마다 기존 시장의 흐름이나 당장 발휘할 역량에 따라 온도차가 컸다. 특히 IBM은 당장 자체 솔루션과 시장 입지만으로도 다른 파트너들에 비해 사정이 복잡했다. x86, 유닉스, 메인프레임 사업부간 내부 경쟁 탓에 오라클과의 싸움에 HANA를 완전히 끌어안기엔 정리가 어려웠다.

IBM은 자체 데이터베이스 DB2, 인수로 확보한 네티자DW, 파트너 SAP의 HANA 솔루션을 담당하는 사업부가 제각각이라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다. HP가 SAP HANA 최고 조력자를 자처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인수한 버티카 데이터웨어하우징(DW) 기술과 SAP HANA간 역할을 가려 내부경쟁을 줄이면서 자사 통합솔루션 전략 '컨버지드인프라' 품에 안았다.

그런데 IBM이 퓨어데이터 시리즈를 등장시킨 건, HP처럼 SAP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고려했다면 상식 밖이다. 퓨어데이터는 퓨어시스템즈 중에도 본격적으로 데이터 입출력과 고성능 분석 등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장비로 묘사된다. 즉 지난 4월 인프라 성능 최적화 성격이 강했던 퓨어시스템즈 제품 2가지보다 HANA 아키텍처에 구상된 역할과 많이 겹친다. 회사는 이미 지난 2010년 분석통합DB시스템으로 소개된 '스마트애널리틱스시스템(ISAS)'도 갖고 있었다. 그조차 당시 2세대 오라클 엑사데이터DB머신과 비교 대상이었다.

IBM이 SAP HANA와의 동맹에 끼면서 오라클 맞대응 성격이 짙은 제품을 자꾸 내놓는 이유가 뭘까. 표면상 '고객들이 특정 기술을 강요받지 않고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얼핏 DB2든 네티자든 HANA든 고른 투자를 약속한 듯 보이지만,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자체 역량만으로 오라클과 맞붙으면서 SAP 연합과의 전선을 무마해 잠재적 '3각구도' 형성을 막으려던 걸수도 있다. SAP 연합이 본격적인 '오라클 대항마'로 이미지를 굳히면 IBM의 나머지 솔루션들이 주목되지 않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BM 임원들은 전체 IT솔루션 시장가운데 SAP HANA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 주장한다.

인터커넥트 현장에서 만난 낸시 피어슨 IBM 전문가통합시스템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SAP HANA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관리할 목적으로 나온 거라 범용 데이터 처리 환경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라며 퓨어데이터는 가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광범위한 사례에 대응되며 IBM이 오랜 노하우를 쌓아온 인메모리DB 역량과도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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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한 앤서니 맥마흔 SAP 아태일본지역 DB&테크놀로지담당 수석부사장에 따르면 HANA는 당장 부서단위 분석업무용 실시간DB, 전사플랫폼 하위프로세스를 가속하는 기술, 기존DB와 DW로 구동이 어려웠던 실시간 운영단 분석환경 등 여러 역할을 지원한다. 향후 OLTP와 OLAP(DW)을 통합하는 DB아키텍처로 변신을 예고했다.

즉 SAP가 HANA를 과장하고 있거나 IBM이 HANA 활용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깝든 IBM은 독자생존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적어도 협력하기로 한 SAP와의 연합에 헌신적일 생각은 아니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