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삼성디스플레이…'안갯속 OLED' 부담

일반입력 :2012/10/08 17:39

정현정 기자

지난 7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에스엘시디(S-LCD)가 통합해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탄생한 삼성디스플레이가 8일로 출범 100일 째를 맞았다.

출범 이후 갤럭시 시리즈를 필두로 한 스마트폰 호조세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도 강세를 기록하며 외형적인 연착륙에는 성공했다.

증권가는 지난 5일 발표된 3분기 삼성전자 잠정실적을 토대로 디스플레이 부문의 잠정 영업이익을 1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일단 통합 출범 첫 해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외형에서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선두업체로 대면적 OLED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비전을 제시해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견제하고 OLED 시장을 열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후방산업의 선순환을 위해 차세대 투자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체 긍정평가 속 여전히 불투명한 OLED 시장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미 지난 2분기 전 분기 대비 2.5배 늘어난 7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 타이완 경제 업체들이 모두 적자인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또 LCD와 OLED 모두 지난해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긍정적인 자체평가가 나온 상태다. 4분기에도 전통적인 TV 시장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여전히 선발업체로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시장 개화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를 필두로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대중화에는 성공했지만 수요처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데다 관심을 모았던 대면적 OLED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상용제품 등장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후방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대규모 신규투자를 확정짓지 못할 정도로 시장상황은 부담스럽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통합 출범의 의미를 OLED 성장에 대한 의지로 해석했다. 다만 조수인 원톱 체제를 구축하는 대신 권오현 부회장 겸임 대표 체제 하에 이원화된 사업부제를 채택하면서 당분간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쏠린 눈

실제 통합 출범 이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였던 55인치 대형 TV용 OLED 패널과 플렉서블 OLED 상용제품 출시와 중소형 및 대형 OLED 관련 투자 결정이 양산 수율 문제와 시장침체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OLED 시장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차세대 OLED개발에 가세하면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차세대 제품 개발 성과는 장기 침체에 빠진 디스플레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로 기대를 모아왔던 부문이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지난 5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일본과 대만, 중국 등에서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고 특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기술에 적극 투자하며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면서 “한국이 계속 주도권을 쥐려면 투명, 플렉서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조기 상용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출범 이후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던 투자 소식은 지연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안정적인 모바일 분야에 집중하는 가운데 부진을 보이는 TV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부담스러워졌다.

■내부시스템 추스려야 하는데...이웃사촌과 분쟁 곤혹

삼성디스플레이 출범 직후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 OLED 기술 유출 및 특허침해 공방전이 생긴 것 역시 부담스럽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단 관건은 OLED TV 등 시장에 진입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양사가 합심해서 진입해서 시장을 열은 후에 선의의 경쟁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내부적으로는 별도 회사로 존재하던 사업부별 인력들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 조직은 삼성전자 LCD 사업부를 모태로 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대로 옮겨온 LCD 사업부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전신인 OLED 사업부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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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D는 삼성전자와 SDI에서 분사된 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일반적으로 패널 크기가 정형화되지 않은 소형에 대응해왔다. 반면 삼성전자에서 갓 분리된 LCD 사업부는 패널크기가 정형화된 대형 LCD에 대응하다보니 조직문화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앞서 SDI와 SMD가 통합할 때에도 다소 간에 조직문화 차이와 이질감 극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듯이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겪고 있다”며 “조직문화가 신속하고 융통성이 있는 SMD와 달리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시스템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LCD 사업부의 이질적인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