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왜 홍보가 필요하냐고?

일반입력 :2012/10/06 10:05    수정: 2012/10/06 17:21

전하나 기자

스타트업 기업 중에도 스타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들 ‘스타 스타트업’을 만든 데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PR담당자다. 서비스는 기획자나 개발자들이 만들지만 이를 알리는 것은 순전히 PR의 역할이다. 대기업에 비해 조직력도, 집행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열정 하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이들이 또 스타트업 PR이다. 이를 천직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나 아블라컴퍼니 홍보이사는 올해로 홍보 경력 14년차다. 거쳤던 스타트업 기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하면서 유명해졌다. 300억원에 NHN에 팔린 첫눈,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구글에 인수된 태터앤컴퍼니, KT에 매각된 동영상검색업체 엔써즈 등이 그가 다녔던 회사다.

그가 홍보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다소 특이했다. “첫 직장이 사이버토크주식회사라는 자연어처리 기술 연구 업체였어요. 이 회사에서 자연어처리 기술을 대중화하는 소비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HOT와 대화하는 인공지능 시디롬(CD-ROM)을 만들었죠. 대표님이 이걸 대뜸 저보고 홍보하라는 거예요.” 홍보라는 직책이 따로 없던 회사에서 평소 글쓰는데 취미가 있었던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제품은 불티나게 5만장 이상 팔려 나갔다. 달콤한 첫 성과였다.

이 이사는 이듬해 검색엔진을 준비하던 엠파스로 직장을 옮겼다. 홍보담당자로의 새 출발, 또 벤처인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그는 첫눈, 테터앤컴퍼니, 지금의 아블라컴퍼니까지 ‘검색’ ‘웹 2.0’ ‘모바일’이라는 IT업계의 화두 변화와 늘 함께 했다.

“운이 좋았다”고 그는 말했지만, 어려움도 컸다. 모든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이전이라 ‘무엇을 어떻게 홍보할지’ 정해진 답이 없었다. 모두 알아서 해야 했다. “블로그라는 말뜻을 설명하기 위해 한글로 역주를 달아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개발자들의 언어를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 일이니 처음엔 물론 어려웠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홍보의 할 일이 있는 거잖아요.” 그에게는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곧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서숙연 패스트트랙아시아 홍보팀장은 ‘카이스트 졸업·영국 킹스칼리지 석사’라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졸업 후엔 국내 최초의 교육 컨설팅 전문 특수법인 한국생산성본부에 입사, 사회에 안정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그런 그가 올 초 돌연 사표를 던진 것은 벤처기업 패스트트랙아시아에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오로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였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신현성 티켓몬스터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만든 벤처 인큐베이팅사. 출범과 동시에 ‘스타트업 CEO 오디션’을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패스트트랙아시아에 합류한 지 딱 6개월 됐어요. 그런데 정말 재밌어요. 올해 들어 3개 팀을 인큐베이팅했는데 직접 인력을 채용하는 안방살림부터 홍보라는 대외업무까지 관할하면서 우선 제 자신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전 직장에선 상상도 못할 만큼 큰 권한을 가진 거니까요.”

큰 그림을 그려 나가다보니 개발자들이나 기획자들이 미처 손쓸 수 없는 ‘비어있는 영역’을 자신이 채운다는 게 직접 느껴질 뿐더러 “내가 정말 회사에 기여하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그는 “스타트업은 자신이 커리어를 최대한 펼쳐볼 수 있는 최적합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내로라하는 직장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둥지를 툰 이유도 “가지고 있는 역량과 열정을 100% 쓰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미주 케이큐브벤처스 PR매니저는 스타트업 홍보업계에 갓 입문한 ‘새내기’다. 그 역시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세계적인 디자인학교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한동안 디자이너로 활동을 하다가 디자인진흥원에 들어가 3년 동안 사내 기자 일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벤처 붐 열기에 창업이 하고 싶어졌다. 올 초 팀을 꾸려 모바일 패션 스타트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창업은 용기만 가지고는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디어 기획서를 투자사에 보냈다가 신랄하게 깨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계획도 없이 단지 시류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것 같아요. 뭐가 문제일까 알고 싶었어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중 우연히 케이큐브벤처스 PR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저도 투자사를 많이 찾았기 때문에 초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얘기를 들어주는 투자사가 정말 부족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케이큐브벤처스는 그런 기업들만 골라 투자하잖아요. 여기가 내가 배울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케이큐브벤처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관여하고 있는 투자사다. 설립 두 달여 만에 8개 스타트업 투자를 빠르게 진행하며 벤처업계 새로운 ‘패밀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뼛속까지 벤처홍보인이 된 이들의 목표 지점은 어디일까. 박 매니저는 “스타트업의 베스트프렌드라는 케이큐브벤처스의 슬로건처럼 벤처캐피털리스트(VC)와 스타트업간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경험을 쌓아 자신도 창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관련기사

서 팀장은 “요즘 주변사람의 열정으로 먹고 사는 것 같다”며 “밤새서 모든 열정을 다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정말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료들과 고민과 공감대를 나누는 데 앞장서는 것도 더욱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한 목표다. 이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자신이 반년간 일하면서 느꼈던 스타트업의 홍보 노하우를 전하는 정기적인 강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 이사는 무엇보다 지금 있는 회사의 외연을 잘 다지고 기업 성장에 자신이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전략가보다 실행가로 계속 회사생활을 하고 싶다”며 “70살까지 쓰임새를 인정받으면서 회사를 다니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