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살리기, 오라클이 돕는 이유는

일반입력 :2012/10/01 13:37    수정: 2012/10/01 14:24

오라클이 자사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노키아 지도 데이터를 쓰기로 했다. 오라클 행보는 최근 자바와 안드로이드를 놓고 구글과 치른 지적재산권 관련 법정공방의 연상선에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영미권 외신들은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 노키아와 오라클이 지도 관련 협력을 체결했는데 이는 지적재산권 소송에서 패한 오라클이 구글을 압박할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계산될만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노키아와의 협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연례 행사 '오픈월드' 현장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노키아에게 오라클과의 거래가 새로운 서비스 사용자를 확 늘려줄 것이라 보긴 어렵다. 다만 노키아맵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여러 업체와의 파트너십으로 무장할 경우 기업용 모바일 제품 시장에서 구글보다 유리한 입지에 설 기회가 생긴다. 오라클 이름으로 출시된 기업용 소프트웨어(SW)는 전세계에 널리 쓰여왔다.

양사 협약에 따라 노키아는 오라클뿐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그루폰을 포함한 파트너십까지 확보한 셈이다. 앞서 애플도 iOS6에 품은 자체 지도 앱이 부실함을 인정하고 정상화될 때까지의 대안으로 노키아 등을 추천한 바 있다.

노키아 지도 및 위치기반서비스(LBS) 사업은 오라클 SW 사용자들의 수요에 더해 앞서 MS와 맺은 지도 관련 협력을 바탕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 확산에 주효할 것으로 평가된다. 노키아맵은 곧 출시될 MS 윈도8과 윈도폰8 플랫폼에도 내장된다. 지난 2007년 81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나브텍의 턴바이턴내비게이션과 지역상권 관련 LBS 서비스 자산을 활용할 기회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외신들은 노키아가 지도서비스 파트너십으로 '심비안을 포기하고 MS 윈도폰에 올인한 2년간' 초래된 위기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잡은 것처럼 묘사했다. 이제 지도서비스는 스마트폰 플랫폼과 제조사간에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되는 추세다

지디넷 블로거 래리 디그넌은 노키아 전략은 명확하게 '구글 이름표를 붙이지 않은 모두와 손잡는다'는 것이라며 노키아가 그 맵 서비스의 이점을 살려 시장의 다른 부분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느정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순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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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키아에게 손을 내민 회사가 오라클이란 사실은 다소 의아하게 비친다. 모바일 시장에서 노키아가 MS와 한몸처럼 움직여온 것은 새롭지 않은 소식이지만, 그 MS와 오라클은 온갖 기업용 소프트웨어(SW)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라서다.

이는 오라클의 노림수가 온전히 구글 안드로이드만을 겨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앞서 자바 특허 2건과 그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저작권을 놓고 구글과 벌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패했다. 오라클에게 '자사 기술을 훔쳐 시장 1~2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성장한' 안드로이드를 곱게 지켜보긴 어려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