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마트사이징의 비밀, 융합의 흐름 담다

이재석입력 :2012/09/27 08:30

이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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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용 지갑 케이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핸드폰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자주 쓰는 카드들을 함께 넣을 수 있어 1석 2조다. 스마트폰용 지갑케이스뿐만 아니라 사용자 ‘융합’과 ‘편의성’의 키워드로 만들어진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보면서 필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상품의 결합, 그리고 이 결합 안에 담긴 ‘스마트 사이징’의 비밀에 주목했다.

‘스마트 사이징’은 IT 기기 뿐 아니라 전자 제품이나 제조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의 화면 크기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판매량을 높였고 웅진 코웨이 역시 한뼘 정수기라는 초소형 정수기로 히트를 쳤다. 농심 역시 기존 컵라면의 중간 크기 제품을 통해 상품의 차별화를 꾀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사이즈를 찾아 성공한 사례라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이즈’가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 사이징의 사례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과 지갑을 결합시킨 케이스 상품의 사례를 보자. 이 상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과 지갑을 한번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상품이 결합된 것이다. 이런 결합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한 번에 두 가지를 챙길 수 있다는 편의성도 있지만 그 편의성의 근간에는 손에 잡기 최적화된 사이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있다. 두 가지 기능이 있더라도 가지고 다니기 불편한 사이즈라면 대중화되지 못하고 외면 당했을 것이다.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 결합의 성공 사례에서 ‘사이즈의 비밀’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전자책이나 전자 노트 등 아날로그적 기능을 IT기기에 접목하는 시도에서도 아날로그식 사이즈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책이나 노트, 펜 등 제품들은 사람들의 신체와 사용패턴 등에 따라 보완·발전되면서 최적화된 상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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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킨들 전자책은 전통적 도서 크기인 문고판 크기에 가깝고, 노트 기능과 함께 펜을 접목시킨 스마트폰용 펜도 실제 펜에 가까운 두께와 크기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태블릿 PC 역시 점차 아날로그 공책의 사이즈를 닮아가고 있다.

향후 디지털 기기가 대중화되어 일상 생활 전반을 지배하게 되면 스마트 사이징은 또 다른 기준의 최적화된 패턴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런 패턴을 통해 우리는 융합의 흐름,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신제품이 개발될 때 제품의 사이즈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야 말로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