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는 오픈플로를 반대하지 않는다”

일반입력 :2012/09/26 15:58

“시스코는 오픈플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네트워크업계의 뜨거운 감자 ‘오픈플로’에 대해 시스코가 내놓은 대답이다. 시스코는 회사 이익을 위해 오픈플로 확산을 방해하고 있다는 시장의 시각에 강력하게 반박한다.

최근 국내외 네트워크업계는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기술로 오픈플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픈플로는 기존 네트워크 장비에 데이터처리 영역만 남기고 제어 영역을 한 컨트롤러에 집약하는 형태다. 제조업체의 상용 장비에서 제공됐던 네트워크 관련 기능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벤더 종속을 없애고, 데이터센터 관리를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오픈플로는 현재 미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기술이다. 관련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IT솔루션업체와 네트워크 장비업체들도 역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벤더 종속의 측면에서 오픈플로와 가장 대척점에 선 회사는 시스코다. 시스코도 오픈플로를 가리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란 입장을 밝히면서 반대진영에 선 인상을 줬다.

시스코코리아(대표 장성호)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스코의 SDN 전략을 소개했다. 시스코가 오픈플로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 큰 그림의 SDN을 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카우스투브 다스 시스코ONE사업부 제품마케팅 총괄 이사는 “시스코는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SDN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라며 “오픈플로를 적극 지원할 것이며, 오픈플로에 없는 더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들을 제공하면서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지난 6월 오픈플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시스코는 6월 미국에서 열린 시스코라이브2012에서 ‘시스코 오픈 네트워크 환경(시스코ONE)’을 발표했다.

시스코ONE은 오픈플로의 컨트롤러SW와 에이전트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타 네트워크업체들이 컨트롤러 개발에 나서지 않은 것과 대비되는 공격적인 행보로 비춰진다. 시스코ONE은 또한 현존 시스코 네트워크 운영체제(OS)에 프로그래밍 가능한 플랫폼API(OnePK)와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의 오픈소스 플랫폼 지원 등도 담고 있다.

오픈플로는 SDN의 일부에 속한다. 결국 시스코ONE은 오픈플로를 포괄하는 시스코의 SDN 전략인 것이다. 시스코는 왜 타 업체가 오픈플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더 큰 그림을 얘기할까. SDN이 도입하려 하는 곳에 따라 다른 필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SDN 수요자를 연구기관, 인터넷 서비스,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 통신사, 일반 기업 등 5개 집단으로 분류한다. 5개 집단마다 SDN을 사용하려는 이유가 다르다는 게 시스코의 설명이다.

다스 이사에 따르면, 연구기관은 새로운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만들어내려 하는 것이고,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자신들만의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SDN을 검토한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무수한 고객에 대응하기 위한 멀티네넌시와 인프라 관리 자동화를 고민한다. 통신사는 보유한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일반기업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의 관리를 자동화하기 위해 SDN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의 공통된 요구사항은 자동화다. 다만 5개 집단은 다시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오픈소스를 사용해 벤더 종속에서 벗어나는데 초점을 맞추느냐, 통합된 관리 자동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느냐다.

고객이 SDN을 검토하면서 벤더 종속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픈플로 솔루션을, 자동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OnePK(플랫폼API)와 넥서스 시리즈를 제공하겠다는 게 시스코의 생각인 것이다.

다스 이사는 “SDN은 현재 다양한 용어로 나타나고 있어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며 “SDN, 오픈플로, 오픈스택, 네트워크 가상화는 다른 것이며, 곳곳에서 각자의 시각으로만 SDN을 얘기할 뿐 왜 바꿔야 하는지, 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픈플로에 대해 시스코는 4분기 중 SDN 컨트롤러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캠퍼스 스위치인 카탈리스트 3750, 3560 시리즈에서 실행되는 오픈플로 1.0 에이전트도 함께 출시된다. 다스 이사는 “시스코의 SDN 컨트롤러는 니시라, 빅스위치, NEC 등이 내놓은 어떤 컨트롤러SW보다 강력할 것”이라며 “오픈플로와 상호운용가능하고 더 다양한 피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OnePK는 시스코의 네트워크OS인 IOS, IOS-XR, NXOS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와 API를 제공한다. 데이터센터 관리 솔루션에 시스코 네트워크 관리기능을 연동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연계시킬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원하는 기능을 프로그래밍해 시스코 장비에 추가할 수 있다.

시스코는 여기에 사용자별로 가상의 독립된 인프라를 할당하는 멀티테넌시를 원하는 고객에게 넥서스 시리즈를 제안한다. 소프트웨어 형태의 가상 스위치 ‘넥서스1000V’는 VM웨어, MS 하이퍼V, 시트릭스젠 등 다양한 하이퍼바이저를 지원하고, 라우팅 프로토콜 상에 가상의 레이어2(L2) 이더넷 터널을 뚫는 오버레이 네트워크 ‘VXLAN'을 지원한다.

이를 기반으로 가상의 L4/L7 멀티네넌시 기능과 네트워크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오픈스택의 네트워크 관리도구 ‘퀀텀’ 플러그인과 REST API를 통해 데이터센터 관리 솔루션과 연동할 수 있다.

다스 이사는 SDN 혹은 오픈플로가 활용되는 형태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주장했다.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을 분리하면서도 네트워크 장비 내부에도 특정 기능을 위한 컨트롤 플레인을 남겨두는 형태다.

그는 “사람인체에 비유하면, 인체 내부에서 일부 의사결정은 두뇌가 아닌 척추에서 일어나는 분산된 구조다”라며 “네트워크도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분산된 통제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시스코의 설명을 따르면 ‘시스코도 오픈플로를 지지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절대 오픈플로 확산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지지선언 이후 다른 네트워크업체와 달리 부가적인 설명이 붙는다. ‘오픈플로는 아직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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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픈플로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초기 개발 단계다. 하지만 오픈플로의 이상만 바라보고 현실적 고려없이 성급히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시스코의 강변이다.

다스 이사는 “구글같은 회사는 직접 SW를 개발할 동기부여가 충분하고 역량도 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라며 “자동화란 공통된 고객의 니즈를 해결한다는 목적을 위해 어느 회사보다 앞선 기술을 가진 시스코가 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