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2 115만원, 보조금 혈투 도화선 되나

갤럭시노트2의 출고가가 100만원이 넘으면서 통신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비싸다”는 평이 대부분인 가운데 벌써부터 보조금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6일 미디어 행사를 통해 갤럭시노트2 출시를 알렸다. 출고가(제조사가 이동통신사에 파는 가격)는 32GB 109만원, 64GB 115만원에 달한다. (본지 2012.09.26. 갤노트2 115만원 출격…자신? 오만? 참조)

그동안 100만원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다. 제조사들은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도 여론의 질타를 의식해 90만원대로 출고가를 책정해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세계 최강 기술력의 집약’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가격적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업계에 따르면 100만원이 넘는 갤럭시노트2 가격은 출고가 협상에서 삼성전자가 이통사들의 반대를 누르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100만원이 깨지면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도 줄줄이 출고가를 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고가 스마트폰 위주의 단말기 편향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더욱 큰 문제는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는 것보다 저가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남녀노소, 사용패턴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필요도 없는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마치 자동차 풀옵션처럼 구매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동통신사들도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출고가는 100만원을 넘었지만, 일선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는 고객의 가격 저항을 고려하면 보조금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시장 경쟁 과열로 인한 과다 보조금 투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점을 감안하면, 보조금 수준 조절이 부담스럽다.

이 관계자는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휴대폰 가격이 30만원대였다면 이제는 100만원이 넘어선다”며 “문제는 시장이 과열될 때 이통사의 보조금 투입이 이뤄지는데,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지면서 과거 두세 명 분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겨우 한 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통신사들도 소모적인 보조금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반성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시장 과열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특정 제조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라며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시장 과열 당시 특정 제조사가 신규 시장 가입자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제조사의 고가 스마트폰 정책이 이통사의 보조금 전쟁에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통사의 보조금 투입을 기다려 갤럭시노트2의 가격이 떨어질 때 사겠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는 제조사가 결정할 몫”이라면서도 “소비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더욱 안 좋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에 따른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아이폰5, 갤럭시노트2 등 신규 단말도 조사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방통위 눈치를 보는 동시에 비싼 단말기를 최대한 가격 저항 없이 고객에게 팔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단말기 보조금 대란을 겪으면서 과잉 보조금 지급이 문제가 됐었는데, 출고가가 더 올라감에 따라 보조금 수준 등을 조절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말 가격은 계속 비싸지고 있는데 고객들이 이를 통신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홍대 근처 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보조금 대란으로 인해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낮은 가격에 최신 고사양 스마트폰을 달라는 이용자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