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애플 IOS6 지도, MS "남일 아냐"

일반입력 :2012/09/20 14:18    수정: 2012/09/21 08:47

강남역이 아직 황무지네. 땅사러 가야 할 듯…

국내 데이터가 부실한 애플 자체 지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놓고 한 국내 사용자가 던진 농담이다. 애플이 iOS6을 선보이며 자체 지도 서비스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그 수준은 iOS5까지 품었던 '구글 맵'에 익숙한 기존 사용자들 눈에 한참 떨어진다. 오히려 '다운그레이드'란 얘기다.

국내 업계와 일반 사용자들은 애플이 모바일 시장에서 거대 경쟁자인 구글에 의존성을 줄이려고 내장 앱이었던 유튜브와 구글맵 등을 걷어내는 것으로 풀이한다. 일부 개발자들은 애플이 iOS6 시험판을 접하며 준비가 덜 된 상황임을 공감하면서도 다만 정식 출시때는 더 나을 거란 의견도 보였다.

그러나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는 '지도'로써 효용가치를 의심받고 있다. 회사가 20일 오전 기존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터치 사용자들에게 iOS6 업데이트를 배포한 가운데, 자체 지도 데이터는 마지막 개발자판인 iOS6 GM 버전이 나왔을 때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국내 전지역의 주요 건물, 시설을 포함한 위치정보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내외서 지도서비스 때문에 iOS5에서 업데이트를 망설인다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일본에서도 대중교통 등 도심지역의 상세 데이터 질이 구글맵에 비해 너무 떨어져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한 일본IT미디어는 iOS5 구글맵과 iOS6 애플맵으로 띄운 지하철역 주변도를 대조했는데 애플 지도는 출구 위치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지도서비스 때문에 특정 지역 매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 사정이 느긋하진 않아 보인다. 내달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5를 포함해 향후 나올 모든 iOS 기기가 애플 지도를 써야 한다. 사용자들은 해당 지역 사업자가 제공하는 별도의 지도 앱을 쓸 수도 있지만 이는 내장 서비스 연계를 포기한단 얘기다. 새 휴대폰을 장만할 대기수요를 붙잡기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애플은 당분간 구글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간에 이미 모바일 사파리에서 웹기반 구글맵을 쓰는 팁이 공유되고 있다. 구글이 퇴출된 내장 지도 서비스를 대신할 iOS용 구글맵을 앱스토어에 올릴 것이란 소문도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비즈니스 전략상 구글이 지금 iOS6용 구글맵을 만드는 것은 애플에게만 좋은 일이라서다. 오히려 구글이 만들더라도 애플이 이를 앱스토어에 올려주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새 업데이트 이점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애플 지도가 못마땅한 기존 사용자가 있는 만큼 iOS6을 탑재한 아이폰5 판매 추진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곳이 바로 윈도폰8과 윈도8 출시를 앞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애플보다도 구글의 지원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사 서비스와 협력사 제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윈도8과 윈도RT는 다음달 26일 출시된다. x86 프로세서 PC에 설치 가능한 윈도8 패키지와 함께 윈도8, 윈도RT OS를 내장한 태블릿과 컨버터블노트북이 시판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윈도폰8기반 새 스마트폰도 잇달아 선보이며 연말 출시를 예고했다. 그 확 달라진 새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모던UI'에는 지도서비스 '빙맵'이 탑재됐다.

그런데 빙맵 데이터는 국내서 내비게이션이든 도보 길찾기든 상업용 지역검색이든 쓰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다. 협력사 노키아 지도 데이터도 함께 지원하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모습이다. 노키아가 MS와 손잡기 전부터 몇년째 국내서 심비안 스마트폰 사업을 해왔지만, 그간 자체 브랜드 지도 '오비맵'은 국내서 전혀 쓸모가 없어 심비안용 구글맵이 더 널리 쓰였다.

현행법상 국내 지도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려면 그 서버를 반드시 국내에 두게 돼 있다. 이는 해외 플랫폼 업체들이 국내 온라인 지도서비스에 소홀한 이유중 하나로 회자된다. 구글은 이미 국내 지도서비스업체와 계약해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MS와 노키아는 애플처럼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지도서비스 자체는 MS가 기존 데스크톱 윈도 시장만을 바라본다면 별로 신경쓸 거리가 안 된다. 그러나 MS는 윈도8을 통해 태블릿과 PC 경계를 허물고 시장 축소 압박을 받는 데스크톱 OS시장의 출구전략을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약 1달밖에 안 남은 정식 출시 시점까지 태블릿에 선탑재될 모바일 서비스를 지역별로 최적화하지 못하면 경쟁자들을 따돌릴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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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서도 출시 일정을 조율중인 윈도폰8 기기는 스마트폰 특성상 내장된 지도서비스 하나만으로 초기 사용자 경험을 절대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대상이다. 앞서 한국MS가 KT와 손잡고 윈도폰7.5 루미아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기본 지도 앱의 부실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20일 한국MS 관계자는 윈도폰8과 윈도8에 기본 탑재될 날씨, 음악, 비디오, 지도 앱은 국가별로 현지 사업자들과 제휴를 추진중인데 일부는 계약이 체결돼 국내 서비스가 가능해진 상황이고, 단말 제조사가 직접 서비스할 앱을 프리로드(기본 내장)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도는 국내 실정법 체계에 맞춰 서비스를 준비중인 부분이라 협력사 앱 지원 가능성을 판단하기 복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