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개월 SK컴즈 이주식호의 첫 시험대

일반입력 :2012/09/18 13:17    수정: 2012/09/18 16:48

전하나 기자

“싸이월드를 버렸다. 그래서 다시 태어났다.”

이주식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말이다. 올 초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내내 ‘위기’와 ‘혁신’이라는 단어를 번갈아 이야기했다.

이날 이 대표가 직접 연단에 선 이유는 ‘모바일 싸이월드 3.0’ 때문이다. 이전에도 싸이월드 앱은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싸이월드가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이미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해외 SNS가 ‘안방’를 차지했고, 이들 서비스에 비해 싸이월드는 여전히 고루한 방식을 고수한 탓이다. 여기까지 모두 이 대표의 진단이다.

이주식 대표는 “싸이월드에는 ‘과거의 추억’ ‘구식’ ‘PC 중심’ ‘떠나간 친구들’과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며 “싸이월드를 버리지 않으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이번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했다.

싸이월드 앱 3.0은 모든 기능을 모바일에 최적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내홈’은 기존 미니홈피를 모바일에 맞게 커버 스킨과 배경음악(BGM), 프로필로 단순화했다. 신규 게시물, 공감 콘텐츠, 음악 선곡 내역 등 친구들의 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아보기’는 앱을 클릭하면 바로 확인 가능하도록 전면 배치됐다.

업데이트된 일촌리스트는 가로 스크롤로 구현해 이용자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일촌 프로필 사진을 선택하면 해당 일촌 홈으로 바로 연결된다. 음악, 장소, 감정 등을 선택해 현재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나우(NOW)’,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 개념의 ‘나우 스토리(Now Story)’도 선보였다. 이 밖에 일촌의 홈에서 스마트폰을 흔들면 자동으로 일촌에게 알람이 가는 ‘흔들기’, 움직이는 이모티콘 ‘액티콘’ 등으로 재미요소도 대폭 강화됐다.

이 대표는 “경쟁사인 페이스북 등의 장점을 본따는 것은 물론 이에 그치지 않고 싸이월드만의 감성을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건은 ‘고객을 어떻게 되찾느냐’다. 이 대표는 “여전히 싸이월드에는 2천600만 회원이 있다”며 “이 중 활발하게 싸이월드를 즐기는 이용자가 300만명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고객들이 싸이월드를 떠났지만, 이들은 120억장의 사진과 5억5천만건의 BGM을 두고 갔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어느 정도 동기 부여만 된다면 회원들이 다시 싸이월드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외산 SNS 뿐만 아니라 국내 벤처기업이 만든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위기감도 거론됐다. 여기에는 “SNS는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이 같이 가야 하는데 싸이월드는 커뮤니티는 좋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모바일서 뒤쳐졌다”는 패인 분석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가 대세라고 해서 무리하게 따라할 생각은 아니다. 그는 “우리도 네이트온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SNS에 무작정 붙인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며 “싸이월드 내에서 친구를 모으고 이를 확장해 나가는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있는 이용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떠난 고객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수익모델에 대한 구상도 마쳤다. 싸이월드 내 BGM, 액티콘, 커버스킨, 글꼴과 같은 디지털 아이콘에 대한 판매를 늘리고 한때 국내 PC 소셜게임 열풍을 이끌었던 ‘싸이월드 앱스토어’를 무선화시키는 작업을 병행한다. 이 대표는 “싸이월드의 일촌들을 십분 활용한 모바일 소셜게임 서비스를 11월께 선보일 것”이라며 “게임 소싱, SDK 공개 등은 계열사인 SK플래닛의 ‘티스토어’와도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주식 대표는 이날 모바일 싸이월드가 자신이 올 초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가장 역점을 뒀던 사업이라는데 특히 힘줬다. 당초 SK컴즈는 지난 5월 신임 대표 취임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당시 지난해 일어났던 해킹 사건의 판결 후폭풍으로 이를 미룬 바 있다. 이날 행사가 다소 늦어진 이 대표의 공식 데뷔 무대이자 이주식호의 첫 시험대이기도 한 셈이다.

그는 “이전까지 사업자가 바라는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고객들이 거부반응을 느꼈던 것 같다”며 “오로지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국내에서 만큼은 원조 SNS로의 명성과 넘버원 위치를 탈환하겠다”고 했다.

■포털 3사, ‘3세대 SNS’ 주도할까

이날 이 대표는 ‘3세대 SNS’로의 싸이월드 진화를 언급했다. 3세대 SNS는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개방형 SNS가 1세대라면 2세대는 1세대 SNS를 기반으로 취미 등 관심사를 큐레이션하는 ‘핀터레스트’ 등이 꼽힌다. 3세대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에 대한 피로도가 커지자 대안으로 떠오른 지인 중심 폐쇄형 SNS를 일컫는다.

이메일 주소나 휴대폰 전화번호로 연결된 모든 사람을 일괄적으로 친구로 등록하는 개방형 SNS와 달리 친밀도에 따라 그룹으로 묶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 카카오가 내놓은 ‘카카오스토리’, VCNC의 커플 SNS ‘비트윈’ 등을 떠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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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각각 선보인 ‘밴드’와 ‘캠프’도 3세대 SNS를 표방한다. 이로써 NHN, 다음, SK컴즈 등 포털 3사가 모바일 시장에서 3세대 SNS로 다시 한번 경쟁 구도를 재편한 것에도 관심이 모인다. 밴드와 캠프가 보다 넓은 인맥 기반의 모임 관리, 친목 도모 등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카페) 성격을 띈다면, 싸이월드는 좀 더 철저하게 사적 관계 형성에 주안점을 뒀다.

이주식 대표는 “개인 중심의 SNS 싸이월드가 정보 중심의 SNS로의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개방형 SNS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재편집된 나의 기록들의 활용이 중요한 3세대 SNS가 요구되고 있다”며 “싸이월드는 이 시장의 트렌드세터(유행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