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포르노' 그레이 인기 이유?

일반입력 :2012/09/10 11:52    수정: 2012/09/11 10:24

남혜현 기자

# 엄청나게 거대한 방으로 돌아가자 전율이 일어 몸이 떨렸다. 뛰어내릴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내가 널 이끌고 내려가는 곳이 어두운 길이라는 걸 잘 알아. 아나스타샤. 그래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기를 절실히 바랐던 거야. 분명히 물어볼 말이 많겠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中

발칙하고 자극적인, 일명 '언니들의 포르노'가 인기다. 돈 많은 남주(남자 주인공)와 젊고 예쁜 여주의 사랑이라는 기본 로맨스 구성에, 구체적인 성행위 묘사가 덧붙은 '19 금' 소설이 전자책 시장에서 인기 몰이 중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성들을 겨냥한 할리퀸 로맨스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8월 출간된 '그레이 시리즈'는 로맨스 장르 소설임에도, 드물게 종이책과 전자책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전자책만 놓고보면 예스24와 인터파크 등 주요 인터넷 서점서 1위부터 3위까지를 '그레이'가 석권했다.

'그레이 시리즈'는 한 마디로, 야하다. 지금껏 국내서 '19 금'을 표방한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른 사례는 드물다. '그레이' 전에는, 탤런트 서갑숙 씨가 지난 1999년 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19 금 도서' 중 거의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레이 시리즈는 지난 8월 8일 첫 출간된 이후, 종이책으로만 20만권이 팔렸다. 전자책 판매량은 3만권이다. 20~40대 여성이 이같은 인기를 이끌었다. 엄마들 사이에선 그레이 보느라 밥도 못해줬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처럼 통한다.

그레이 인기 요인은 단순히 '야하다'는데 있지 않다. 중간 중간 고전 소설과 음악 들이 소개된다. 주인공들이 배울만큼 배운 지식인이라는 점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최신 인기 IT 제품들도 자주 언급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실이 많이 반영됐다는 점이 독자들을 공략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해외선 없어서 못판다는 소문이 국내 출간전에 먼저 퍼졌다. 전자책 시장이 열리며 남들 눈치 안보고 도서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레이 인기에 한 몫했다.

출판사 시공사 관계자는 해외서 워낙 화제가 되서 국내서도 구매 대기 숫자가 많았다. 단순하게 야한 소설이라기 보다, 언론서 여러차레 다뤄지며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외서 전자책이 보급되면서, 구입할 때 남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판매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그레이'는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에로티카'란 장르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도 평가 받는다. 이 관계자는 그레이가 인기를 끌면서, 로맨스 장르 부문 중 하나인 에로티카가 국내서도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출판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르 소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현직 산부인과 전문의가 쓴 '펜트하우스'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됐다가, 나중에 종이책으로 펴낸 드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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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인기도 만만치 않다. 최상위 계층의 사랑 이야기를 줄거리로, 과감한 성행위 묘사를 담았다. 아예 남자들은 보지 말라고 광고하는데, 출간 한달만에 7천권이 전자책으로 팔렸다. 이 작가가 먼저 쓴 '닥터스 로맨스'도 로맨스 독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소설이다. 1권은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게 하는 '전자책 마케팅'이 주효했다.

'현직의'란 필명을 사용하는 저자는 충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산부인과 과장과 외래 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인터넷 사이트 '로망띠끄' '피우리넷' 등에 그간 집필한 로맨스 소설을 올리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열리며 생겨난 새로운 작가군 중 한 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