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웨어 CEO 교체와 기립박수, 의미는

일반입력 :2012/09/03 11:34    수정: 2012/09/03 15:28

지난 4년간 VM웨어를 이끌었던 폴 마리츠가 팻 겔싱어 EMC 부사장에게 CEO 바통을 넘겼다. 4년만에 이뤄진 CEO 교체는 VM웨어에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암시한다. 작은 회사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한 기업이 시장 지위 유지를 위해 필요한 변화로 보인다.

2008년 조 투치 EMC 회장은 VM웨어 창립자였던 다이엔 그린을 전격 해임하고 폴 마리츠를 새로운 CEO로 앉혔다. 폴 마리츠는 4년간 10억달러였던 VM웨어의 연매출을 50억달러로 늘렸고, 39달러였던 주가는 85달러 대로 뛰었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VM웨어가 개최한 ‘VM월드2012’ 컨퍼런스 현장은 떠나게 될 CEO와 차기 CEO가 함께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첫날인 27일 기조연설자로 나선 폴 마리츠는 연설 시작 5분 뒤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하겠다며 팻 겔싱어를 무대로 불러냈다. 팻 겔싱어가 무대로 올라와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서버 가상화 전문업체였던 VM웨어에 클라우드 컴퓨팅 종합 솔루션기업이란 새 비전을 불어넣었던 폴 마리츠는 환호와 축하 속에 객석 중 한 자리로 내려갔다. 폴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 회사의 CEO 교체 현장은 축제와 같았다.

■폴 마리츠, VM웨어에 마지막 비전을 그리고 떠나다

기조연설 후 폴 마리츠와 팻 겔싱어는 곧바로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의 주된 질문은 올해 컨퍼런스의 주제인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와 향후 VM웨어의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SDD는 VM웨어가 기업 IT 인프라 전체를 가상화한다는 새 목표다. 4년 동안 비전의 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던 폴 마리츠가 회사를 떠나기 직전 최종 그림을 그린 셈이다.

VM웨어의 SDD는 지난 7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전문업체 니시라를 인수하면서 나온 그림이다. 단순히 보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가상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더 복잡하다.

기존 네트워크업체들이 언급해온 SDN은 L2, L3 혹은 L4 네트워크의 오픈소스 프로토콜에 그친다. 하지만 니시라의 SDN은 L4를 넘어 애플리케이션 계층인 L7과 보안 솔루션 수준까지 가상화한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수작업 영역으로 남았던 네트워크와 보안 분야를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폴 마리츠는 그동안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으로 ‘v패브릭’과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내놓게 했다. 이후엔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와 포스트PC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협업 솔루션 ‘짐브라’ 같은 클라우드 기반 업무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VM웨어코리아 관계자는 “폴 마리츠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였다”라며 “그가 제시한 비전에 따라 4년 동안 VM웨어는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급성장 VM웨어, 대기업으로서 제모습 갖추기

후임 CEO인 팻 겔싱어는 폴 마리츠의 비전과 전략을 유지하면서 운영(Operation)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위를 둘러볼 겨를 없이 성장하기 바빴던 회사의 내부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내실 다지기를 챙기겠다는 의미였다.

팻 겔싱어는 “폴 마리츠의 4년 성적은 에이플러스이며 2세대 리더로서 실패 가능성 컸음에도 큰 성공을 이뤘다”라며 “비전과 재무성과 모두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나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은 듯 해 매우 긴장된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폴의 전략을 바꾸지 않고 더 가속화하면서 운영 단계를 시행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VM웨어는 10대정도의 나이에 너무 빨리 성장했다”라며 “이제 대기업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므로 운영 측면에서 접근하고, 엔지니어링이 잘 성장하도록 키우면서 글로벌 오퍼레이션에 주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업 문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기업의 CEO로서 문화에 책임이 있다고 밝힌 그는 “30년 이상 IT업계 종사하며 배운 사실은 성공한 기업은 건방져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라며 “VM웨어는 건방져지지 않고 고객과 파트너들의 만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팻 겔싱어 부임에 맞춰 VM웨어는 최근 몇년간 제시해온 미래의 IT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솔루션 패키지를 내놨다. 올해 출시된 v클라우드 스위트, 호라이즌 스위트 등은 폴 마리츠가 4년동안 VM월드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해온 IT혁신을 현실화하는 상용 제품이었다. 비전에서 실제 사업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파트너십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팻 겔싱어가 전직 EMC 임원이기 때문에, EMC 경쟁사면서 VM웨어 파트너였던 IT업체들과 관계악화를 예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기본적인 정책에 변화를 주지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겔싱어는 “VM웨어의 파트너 생태계를 통한 사업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태계에 인터페이스를 오픈하고 파트너십 확대하면서 많은 혁신을 이끌어냈고, 새 CEO로서 각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돈독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MC의 경쟁사인 넷앱의 톰 조젠스와 최근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다 이제는 파트너가 됐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조만간 마이클 델 회장을 만날 계획이고, 넷앱의 톰 조젠스와도 전날 얘기를 나눴다”라고 덧붙였다.

■떠나는 CEO의 신선한 충격 과오는 내 책임이다

폴 마리츠의 다음 행보는 EMC 최고전략가로서다. 그는 “당분간 휴가를 즐길 계획”이라며 “소비자가 무얼 원하는 지 보고, 무엇이든 인터넷으로 접근하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작업 방법과 새 인프라를 수개월간 생각해 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떠나는 그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VM웨어의 과오를 인정하며 자신에게 책임을 지우는 발언이었다. 폴 마리츠는 “(vRAM) 라이선스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시인하며 그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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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웨어는 올해 V스피어 등 가상화 솔루션의 라이선스 방식을 CPU 소켓 단위로 변경했다. 작년 전격 도입했던 가상머신(VM) 할 당 vRAM(가상 메모리) 용량 과금방식을 1년만에 포기한 것이었다. vRAM 과금 방식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라이선스 비용부담을 증가시켜 ‘vTAX'란 평가까지 받았다.

VM웨어는 올해 들어 전세계 40만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중이다. 상반기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불만이 vRAM 라이선스였다는 게 VM웨어측 설명이다. 1년간 고객 혼란을 줬던 정책에 책임을 CEO에게 돌리는 모습으로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