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성-애플 소송…'특허괴물'을 잡아라

IT기업, 법적 인재 양성해야 글로벌 경쟁력 생겨

이재석입력 :2012/08/31 08:55

이재석
이재석

최근 이슈였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 소송 판결로 또 한번 업계가 시끄럽다. 사실 기업 간의 특허 소송이 진행되어 온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기술의 혁신과 발전보다 특허를 무기로 새로운 시장의 경쟁자를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특히 최근에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모습을 드러내며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아진다는 점이 우려된다.

특허괴물은 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특허 기술을 사들여 특허권 사용료를 수입으로 챙기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특허괴물은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특허권 또는 지식재산권만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특허권을 침해한 기업에게 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 70년대에도 있었을 특허 소송이 새롭게 주목 받는 것은 바로 특허괴물의 출현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도가 높은 최첨단 시대에 특허괴물의 등장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더구나 세계는 컨버전스(융합)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융합 기술이 중심이 되면서 전 세계가 엮여 있는 가운데 특허괴물은 활동 영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문화, 법 등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특허괴물을 부추긴다.

문제는 특허괴물을 그저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세계화의 판 위에서 특허와 관련된 일들은 더 많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시대적 흐름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국내 IT 기업들 대부분이 기존에는 기술력 강화 등 본분에만 충실해왔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특허소송에 휘말리면 자칫 빛 한 번 못 보는 죽은 기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혁신 기술이 되기 위해서 특허권 확보는 물론, 특허 괴물과의 분쟁 대비까지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를 위해 기업 내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에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기업의 법적 소송이나 분쟁에 대비해 기업 내부에 법 전문인력을 양성해 확실하게 대응하고 준비한다. 미국 역시 회사 비용의 일정 부분은 법적 영역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법이나 의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인재들이 법 영역에 많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겐 호조로 작용할 수 있다. 대신 법조인의 길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능력이 국가와 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기업에서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미 국가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기업의 경우 법조인을 채용해야 한다는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 역시 이런 흐름을 감지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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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많은 IT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시장 진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결국 넘어야 할 목표는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이고,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특허괴물이 유리한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그를 통해 법적인 보호 안에서 기업은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완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