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칼끝 안드로이드 향배는?

일반입력 :2012/08/26 16:32    수정: 2012/08/27 09:18

이재구 기자

‘불똥은 이제 구글과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24일 나온 美새너제이법원의 애플-삼성 판결 결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단말기 진영에 최대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씨넷 등 외신은 삼성이 항소를 할 것임을 시사한 가운데 항소심에서는 애플이 구글의 특허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안드로이드 진영이 최대기업 삼성에 대한 승소이후 추가 침해소송을 할 가능성으로 인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삼성의 패배는 구글(진영)의 대패'라고까지 규정했다.

외신들은 현재로선 아무도 소송의 향배를 알 수 없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너무나 일방적인 애플 우세로 나왔기 때문에 전세계 안드로이드진영을 조바심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판결이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소송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두 회사의 법정판결 결과에 따라 안드로이드 진영은 물론 소비자들도 안드로이드 단말기 가격인상, 특정 스마트폰위주의 제품 선택 등과 같은 현실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향후 시나리와 전개를 알아본다.

■애플, 삼성의 항소심에선 구글특허도 겨냥할 듯

외신들은 삼성에 내려진 10억5천만달러의 배상판결 금액이 엄청나지만, 향후 애플이 여타 스마트폰업체들에게 침해를 제기해 받아낼 금액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금액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저 엔트너 레콘 어낼리틱스 분석가는 “(이번 소송에서는) 사실상 두 업체(삼성,구글)가 소송당했던 것인데 구글은 거명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이번 판결은 구글에게 커다란 패배”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의 항소가 자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의해 봐야 할 부분은 오히려 구글과 안드로이드 진영에 있을지 모른다.

애플-삼성의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애플은 삼성의 특허침해는 물론 구글(특허), 그리고 만능검색 등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기술특허 침해를 거론하며 공방을 벌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이 소송에서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러브 산타클라라 대학 법대교수는 “이번 판결은 확실히 다음 판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며 “그리고 이는 분명히 다른 안드로이드 파트너와 운영자들을 고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안드로이드 진영)은 성공을 위한 그들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야 하게 됐다”는 의미있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새너제이법원 후속 의견조정 절차와 항소심은?

일단 승소로 첫 재판을 마무리한 애플도 당장 돈 계산을 할 계제는 아니다.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의 판결에 따라 삼성에 물린 특허침해 배상액을 경감하든, 더 가중시키든 간에 두 회사에 이 배상액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1차 판결이 나온 이후에 이뤄질 수 있는 ‘판결후 발의 관행(post-trial motions practice)’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루시고 판사가 삼성에 대해 배상토록 한 금액을 수정할 생각이 있는지, 그리고 특허침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제품에 대한 영구 판매금지명령을 내릴지를 알 수 있다.

이번 소송에선 일단 모든 삼성의 모바일단말기가 최소한 한 건의 애플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됐다.

브라이언 러브 산타클라라대학 법대교수는 “(따라서)루시 고판사가 이 배상액을 오히려 3배로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에겐 이 소송의 일부를 뒤집을 수 있는 연방순회법원의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러브교수는 “일단 끝난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는 “만일 미국내 삼성제품 판매금지 명령이 나온다 하더라도 삼성제품이 시장에서 즉시 사라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두 회사 간에 배상금이 오고가도록 명령을 내리기까지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안드로이드진영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못한다

애플은 배심원이 삼성의 상품 외장(trade dress)침해에 대해 내린 결정을 갖고 항소할 수도 있고, 또 비슷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믿어지는 다른 휴대폰 업체들에 대해서도 고소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만 해도 애플 특허침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외에 독자적인 통신특허 등을 내세워 애플에 반격할 여유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여타 안드로이드폰업체들은 혼란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따라 구글은 이미 애플과 일전을 치른 삼성은 물론, 곧 애플과 법정공방을 치르게 될지 모를 자사 파트너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은 이날 판결에 대해 “오늘 판결이 애플의 승리가 아닌 미국 소비자들의 손실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술혁신을 제한하며, 스마트폰가격이 더 비싸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발표했다.

본질적으로 이 주장은 법정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보다 기능적으로 진전된 디자인을 통해 경쟁을 촉발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 기회를 차단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뒤집어 놓고 보면 법원의 결정은 삼성은 물론 모든 스마트폰 및 태블릿 업체들이 디자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나은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어쨌든 이번 삼성 패소 판결이 향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삼성은 물론 다른 안드로이드OS단말기 개발자들도 추가 로열티를 애플에게 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안드로이드OS 단말기 제조업체가 이런 비용을 떠안기로 맘먹지 않는다면 로열티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안드로이드단말기 사용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삼성 패배-구글 대패...애플 주식 상승세

24일 새너제이 법원의 판결이 향후 항소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이날 판결이 구글진영에 커다란 손실이자 패배를 안겨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삼성이 안드로이드OS를 채택한 스마트폰으로 이미 애플을 추월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제왕이 된 마당에서 그 상징적 의미는 더욱더 크다.

애플은 여기서 그만두지는 않을 기세다. 최대 경쟁사가 된 삼성을 상대로 보다 강력한 법적 고삐를 죌 전망이다. 그리고 이것이 안드로이드진영의 진로에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잠재적 스마트폰 시장과 구매자들의 마음속에 (특허침해 등에 대한)의문이 일게 만든다면 애플로서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팀 쿡 취임 1주년을 맞아 날아온 이 호재로 인해 현재 600달러 초반인 애플 주가가 1천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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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애플에 대한 주가 전망은 흔히 바보같은 게임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이번 소송결과로 미국에서 시가총액으로 가장 높은 회사가 된 애플은 더욱더 가치가 높아지게 됐다. 그리고 이미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 애플 주식이 주당 1천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24일 애플 주가는 주당 623.22달러에 마감됐다. 마감후 장외거래에서는 12달러가 더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