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다', MS '망고'처럼 버려지나

일반입력 :2012/08/23 15:41    수정: 2012/08/23 15:58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버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를 계승할 '타이젠' 상용화가 내년으로 밀려나 기존 바다폰 사용자에게 연속성이 없을 거란 지적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폰7.5 '망고' 후속 운영체제(OS)로 윈도폰8 '아폴로'를 만들면서 기존 출시 기종 사용자를 위한 업데이트를 배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타이젠은 지난해 9월말 삼성, 인텔, 리눅스재단이 모여 애플과 구글 플랫폼 대항마로 키우겠다며 선보인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체제(OS)다. 올초 인텔 '미고', 리눅스 진영의 '리모' 장점을 따서 기존 삼성 '바다' 플랫폼을 계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5월초 타이젠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첫 정식판을 공개했다. 이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서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테스트용 단말기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안드로이드 주요 제조사 입지를 굳히는 한편 노키아의 손에 떨어진 윈도폰 시장을 빼앗으려 노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연내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타이젠 기반 단말기는 우선순위가 밀려 내년에야 보일 예정이다. 회사가 이미 타이젠 1.0 정식판 단말기를 개발자들에게 내줬지만 이후 생태계 지원을 게을리해 원성이 자자하다. 한때 윈도폰 단말기를 앞섰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반짝 성과에 그칠 전망이다.

■타이젠, 첫단말 출시 내년으로 밀려

우선 삼성전자가 '바다'를 뒤이을 자체 모바일 플랫폼으로 '타이젠'을 키워온 가운데 기존 연내 첫 단말 출시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이 타이젠 단말기를 업계 기대에 맞춰 연내 출시하기엔 너무 바쁘단 얘기다. 올하반기 타이젠과 바다 기반 휴대폰이 새로 안 나온다면, 즉 삼성이 자체 개발 플랫폼을 사업화할 의지 없이 1년 내내 썩힌 셈이 된다.

삼성전자 모바일 뉴스를 주로 다루는 블로그 '삼모바일'은 22일(현지시각) 연내 출시될 바다와 타이젠 관련 신제품은 없다며 회사는 올하반기 안드로이드와 MS 윈도폰8에 온전히 주력할 것이라고 썼다. 당초 올해 2분기로 예고된 '타이젠 첫 단말기' 공개 시점을 맞췄을 뿐 '연내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짙다. 회사가 상반기 내내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주력했고 하반기 윈도폰8 아폴로 단말기에도 힘을 쏟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릴 거란 풀이다.

지난달 국내 일부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타사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말께 타이젠을 품은 새 단말기를 내놓을 계획이라 전했다. 반면 다른 몇몇 매체는 또다른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연내 출시가 불가능할 듯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삼성이 계획을 공식화하긴 커녕 그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불투명함을 방증한다.

여전히 타이젠 OS 사업은 삼성에서 탄력을 못 받고 있다. 이에 더해 타이젠 개발자들은 지지부진한 개발자용 도구 지원이나 OS 업그레이드에 대해 불평하는 상황이다. 당초 삼성이 사업전략상 플랫폼 종속성을 낮추기 위해 여러 모바일OS로 제품화를 추진한다던 전략은 공허한 구호에 그친 모양새다.

이를 악화시키는 것은 타이젠으로 통합될 거라던 바다 플랫폼 기술의 뜸한 근황과 이에 대한 업계 평가다.

업계에 바다 플랫폼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짙다. 이미 지난 5월초 해외서는 바다가 1년뒤 수명을 다할 시한부 플랫폼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당시 그 플랫폼과 관련돼 어떤 기술적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회사가 바다 앱 개발자들에게 뚜렷한 플랫폼 로드맵이나 지원계획도 제시한 바 없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삼성 '바다'는 잊어라…MS 윈도폰 '망고' 처럼?

어쩌면 타이젠은 개발 일정이 어그러져 상용화를 늦추며 숨고르길 하는 중일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이 이미 지난해 단말기를 출시한 바다 플랫폼을 팽개침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1년 이상 되는 공백을 메울 신모델 출시가 없다면 기존 바다와 향후 출시될 타이젠사이의 연속성은 없는 것이다.

삼성은 약 1년전 웨이브3, 웨이브M, 웨이브Y, 3가지 바다 휴대폰을 출시했고 그해말 기존 웨이브2 등 바다1.2 단말기를 위한 2.0 플랫폼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국내 출시한 웨이브2 사용자를 위한 바다2.0 업데이트는 다소 늦은 올해 3월 나왔다. 그러나 어쨌든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가까이 삼성의 공식적인 바다 관련 사업은 '동결' 상태다.

즉 당초 회사는 타이젠으로 기존 앱을 지원함으로써 사용자 기반과 개발자 커뮤니티를 이어갈 듯 보였지만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어차피 기존 바다폰 사용자에겐 타이젠으로 바다 앱 호환성을 제공하는 게 의미가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타이젠 상용화와 동시에 이미 내놓은 바다폰에 타이젠 업데이트를 제공할 가능성이다. 부정적이라면 삼성은 한때 MS 윈도폰을 앞질렀던 유의미한 플랫폼 사용자 기반을 잃게 된다. 그만큼 앱 개발자들에게 내세울 생태계 이점도 약화된다.

이는 MS가 윈도폰8 아폴로를 내놓으면서 기존 망고 단말기에 제공될 아폴로 업데이트가 없는 걸로 확정돼 벌어진 일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 버전엔 나아지겠거니 인내하며 기다려온 여러 윈도폰 사용자들이 배신감에 분통을 터뜨렸고, 윈도폰 개발자들은 앱 개발시 기존 사용자들을 버리고 새 버전에 맞출지 기존 OS에 맞춰 가능한 많은 사용자를 겨냥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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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MS는 새 플랫폼이 탄력을 받도록 노력중이다. 윈도폰7.5 사용자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윈도폰8과 함께 출시할 윈도8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톱 모든 환경을 겨냥한 시장이 앱개발자들에게 열렸다고 강조하면서다. 이는 연말 PC 교체주기와 씀씀이가 커지는 휴가철 소비 주기를 겨냥한 포석이다. 하지만 삼성은 연말 특수로 타이젠 부흥을 꾀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삼성의 바다 플랫폼 '실험'이 그만큼 오래 지속된 것만도 놀랄 일이라 평했다. 회사가 심비안과 윈도모바일 휴대폰을 만들다 접은 뒤 건드리기 시작한 게 안드로이드였고, 조용히 자체 개발해온 바다는 보험 수준의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래 갤럭시S 시리즈가 호실적을 이으면서 바다는 정리될 시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