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들 "LTE를 어찌하오리까?"

일반입력 :2012/08/23 09:07    수정: 2012/08/23 16:18

정윤희 기자

LTE를 보는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사업자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는 알뜰폰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가 위주로 형성된 LTE 단말기, 높은 데이터 도매대가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지난 21일 KT는 내달부터 알뜰폰 사업자에게 LTE 네트워크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 역시 연내 이를 위한 제반 준비 작업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 에넥스텔레콤, 에버그린모바일 등이 LTE 알뜰폰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그동안 홍보 부족과 단말기 수급문제로 이용자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이통시장이 LTE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LTE망을 개방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내놨으나, 기존 이동통신사(MNO)들은 망 투자비 회수 등을 이유로 들어 이를 거절해왔었다.

여기에 연말께는 대형마트의 알뜰폰 사업 진출도 예정됐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홈플러스가 MVNO 참전을 선언한 가운데 롯데마트, 이마트 등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LTE 서비스 시작과 대형마트 진출로 인한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뜰폰 서비스는 사업자가 직접 주파수 대역과 네트워크 시설을 갖추는 대신, 이통사의 통신망을 도매로 구매해 소매로 재판매를 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주파수 대금과 망 투자비가 따로 들지 않아 요금이 저렴한 것이 특징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는 KT의 망을 빌려 쓰는 CJ헬로비전(헬로모바일)과 온세텔레콤(스노우맨), SK텔레콤의 망을 빌리는 한국케이블텔레콤(KCT, 티플러스), 아이즈비전, LG유플러스 망을 빌리는 머천드코리아 등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LTE, 알뜰폰 구원투수 될까…관건은 단말기

하반기 알뜰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LTE다. KT와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게 LTE망 제공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팽배해지는 추세다.

다만 업체간의 온도차는 존재한다. 당장 LTE 서비스 시작을 준비하는 사업자가 있는가 하면, 연내 추진을 목표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곳도 있다. 이들은 각각 단말기 수급 방식, 타깃 고객층에 따라 LTE 도입 시기를 조심스럽게 조율 중이다.

알뜰폰 LTE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CJ헬로비전이다. KT망을 빌려 쓰는 CJ헬로비전은 LTE망이 개방되는 내달을 목표로 헬로모바일 LTE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미 지난 7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완료한 상태로 당장이라도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LTE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다양한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말기다. 대부분의 LTE폰이 100만원대 안팎의 고가라 이통사의 보조금 없이 구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통사와 보조금 경쟁을 한다고 해도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의 자금여력상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LTE 공단말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알뜰폰의 경우 유심(범용가입자식별모듈, USIM)만 바꿔 끼우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단말기 자급제가 지지부진인 현재 상황에서 LTE 공단말을 사려면 이용자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이용자가 시중에서 새 LTE 공단말을 구입하려면 출고가에 유통비 약 10만원 가량을 더한 가격에 사야한다. (참조 본지 2012.5.26일자 LTE 공단말, 출고가보다 10만원 비싸…왜?) 또 LTE 폰이 유통된지 1년을 갓 넘어 중고시장에서도 수요에 비해 물량이 딸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LTE망 제공에 대한 MNO의 도매대가 수준이 확정되지 않아 ‘반값 LTE폰’이 실현될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LTE 도매대가가 데이터 중심으로 현실화 돼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최근 이통사들과 알뜰폰 사업자 사이에서는 LTE 망 이용대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의 LTE 서비스는 시작에 의의가 있는 것이지,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LTE 시장이 고가의 플래그십 단말기 위주로 형성된 상황이라, LTE 알뜰폰의 경우 이들 중 싼 요금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니치마켓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표 반값폰 등장 예고…업계 ‘촉각’

연말께에는 대형마트의 시장 진출도 예고됐다.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KT와 손잡고 이르면 연말부터 알뜰폰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130여개 지점에 달하는 유통망을 기반으로 한 높은 고객접근성과 기존 MNO 대비 30% 저렴한 통신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목표도 크게 잡았다. 5년 내 100만 가입자를 모으겠다는 포부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시장진출에 대해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알뜰폰 자체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이달 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은 알뜰폰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은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들어옴에 따라 알뜰폰의 홍보 인식과 시장 인지도가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알뜰폰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단말기 수급도 자체 유통망을 갖춘 홈플러스의 경우 구매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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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속으로는 홈플러스의 시장 진입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바쁜 눈치다. 기존 알뜰폰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만큼,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알뜰폰 서비스가 대부분 인터넷으로 가입이 이뤄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진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시장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