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철수○○’ 네이버 실검은...

일반입력 :2012/08/21 22:44    수정: 2012/08/22 08:45

전하나 기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콘돔’ ‘룸살롱’ 등과 같은 온갖 민망한 단어들로 도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1일 밤 10시 현재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뉴스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 ‘박근혜 콘돔’이라는 단어가 올라 있다. ‘안철수 룸살롱’이라는 검색어도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선주자가 이 같은 곤욕을 치루고 있는 데에는 이날 한 월간지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적 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기사가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곧바로 ‘안철수 룸살롱’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후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네이버에서 룸살롱을 치면 성인인증을 하라고 뜹니다. 이명박 룸살롱, 박근혜 룸살롱, 정우택 룸살롱도 마찬가집니다. 유독 안철수 룸살롱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구 언론이 터뜨리고, 네이버가 퍼뜨리는 것은 아닌지...”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였다. ‘나는 꼼수다’를 통해 대중적 영향력을 확보한 주 기자의 트윗에 누리꾼들은 바로 들끓었다.

누리꾼들이 주 기자가 의혹을 제기한 네이버의 ‘정치적 조작’ 가능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일일이 검색창에 ‘박근혜 룸살롱’ ‘이명박 룸살롱’ ‘정우택 룸살롱’ 등을 입력하자 이날 오후 한때 네이버 검색어 10위권 내 5개 이상이 ‘룸살롱’이라는 키워드로 뒤덮이기도 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도 “보수언론의 저질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 예상된 가운데 역시 안철수 룸살롱설이 나오는군요. 박근혜 출산설에 펄쩍 뛰던 이들이 안철수 룸살롱설을 퍼나르는 아이러니. 아무리 선거라지만 금도는 지켜야지요” “정말 비열한 네이버다.나경원 유흥업소가 떴을땐 성인인증으로 막더니 안철수는 바로 검색되도록 조치하는 네이버는 검색시장 1위란 지위를 악용하는 기득권 앞잡이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NHN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양미승 네이버 검색본부 팀장은 네이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룸살롱은 미성년자 검색금지 단어이기 때문에 성인인증을 요구하지만, 언론에 보도되거나 이슈화가 돼 검색어가 일정수치 이상 들어오면 알 권리 보장차원에서 성인인증을 해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룸살롱’이 기사에 언급되고 이를 검색하는 누리꾼이 많아져서 성인인증을 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더 커졌다. 해명 말미에 “이전에도 (‘저출산’을 강조한 박근혜 후보 발언으로 콘돔생산업체가 정치 테마주로 떠올랐던 일 관련) ‘박근혜 콘돔’의 사례처럼 성인 인증 키워드라 하더라도 일정량의 검색이 되고 언론 보도가 있는 경우 똑같이 인증을 해제한 바 있다”고 덧붙인 글이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콘돔’을 검색어 1위로 올리는 해프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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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누리꾼들의 ‘룸살롱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 해명글이 올라온 공식 블로그에는 500여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밤 늦게 김상헌 대표가 직접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부서와 다각도로 정책을 검토한 결과, 청소년유해단어의 검색에 대한 성인 인증은 현행과 같이 계속 유지하되, 관련된 ‘뉴스 기사’는 성인 인증과 상관없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도록 개편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결국 자사의 애매모호했던 검색 필터링 기준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1위 포털 네이버가 민감한 사안마다 검색어 조작설에 휘말리면서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