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이 세계 표준”…다날 정복 시나리오

류긍선 다날 대표

일반입력 :2012/08/20 15:59    수정: 2012/08/29 10:57

정윤희 기자

토종 IT 서비스가 야심차게 세계 표준 자리를 노린다. ‘세계 최초의 휴대폰 결제 회사’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다날의 행보가 심상찮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IT 시장에서 성공이 어렵다는 편견과 당당히 맞섰다.

국내서 휴대폰 결제에 대한 인식은 ‘오래 된 서비스’로 요약된다. 1990년대 말 태동한 이후 10여년에 걸쳐 서비스돼왔기 때문이다. 이제 온라인 결제수단으로 휴대폰이 빠진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다날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서 휴대폰 결제란 이제 하나 둘씩 알아가기 시작한 ‘낯선 서비스’에 불과하다. 다날이 삼킬 파이가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류긍선 다날 대표는 “사실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같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만들어진 서비스가 많지만, 지금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미국의 후발 주자들이 세계 시장을 먹는 형태”라며 “휴대폰 결제에서만큼은 국내 서비스가 세계 표준을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해외 시장 개척’이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도입해 해외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온라인상 콘텐츠를 결제를 하려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휴대폰 결제도 함께 사용한다. 다날은 이미 미국, 중국을 비롯해 대만, 영국, 독일 등 유럽 지역에 휴대폰 결제 시장을 열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콜라’하면 자연스럽게 코카콜라를 떠올립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대표적, 표준적 상품이 된 예죠. 다날도 마찬가지 입니다. ‘휴대폰 결제’하면 다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세계 표준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토종 휴대폰 결제, 세계 시장 활짝

해외 시장 성과도 차차 가시화되고 있다. 다날은 이미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 미국 내 주요 이통4사와 계약을 마쳤다. 일주일 넘게 집에 들어가지 못해 몸에다 페브리즈를 뿌려가며 일했던 성과다. “미국 휴대폰 결제 시장은 다날이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발언이 나올만하다.

없던 시장을 만들려니 고생도 많았다. 류 대표는 일례로 지난 2005년 미국 이통사와의 미팅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서울에서 17시간 걸려 뉴욕에 도착한 그는 3~4시간 기차를 타고 볼티모어로 갔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또 다시 2시간 동안 차를 달려 이통사 연구소에 겨우 도착했다. 한 시간 동안 휴대폰 결제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동문서답을 하는 모습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의외로 상당히 보수적인 시장입니다. 초기의 이베이, 아마존만 봐도 기존 오프라인 판매가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뿐이었죠.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온라인 휴대폰 결제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시키는데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내에서도 후발 주자들이 하나둘씩 따라오고 있지만 자신 있는 모습이다. 10년에 걸친 노하우에 기반을 둔 자신감이다.

“다날은 지난 10년 동안 휴대폰 결제를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만들었습니다. 비슷하게 만들어도 프리미엄을 쉽게 흉내 낼 수는 없죠. 휴대폰 결제에서 핵심이 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쪽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다. 다날은 네덜란드에 합작사를 차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지역 공략에 여념이 없다. 중국에서도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이통3사에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는 휴대폰 결제와 관련한 특허도 받았다.

다만 시장에 따라 브랜드명은 달리했다. 대만에서는 텔레페이, 미국에서는 빌투모바일로 불리는 식이다. “미국인들은 직설적인 서비스명을 좋아하더라” 등 현지 시장 맞춤 전략에 따른 것이다.

■휴대폰 결제, 온라인 넘어 실생활로 파고들다

다날은 단순한 휴대폰 결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에 힘입어 오프라인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되면서 현금, 신용카드의 뒤를 잇는 결제 수단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예전에는 휴대폰으로 음성통화만 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휴대폰 결제 역시 마찬가지에요. PC 온라인에만 국한되지 않은 훨씬 더 넓은 시장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다날은 바코드 결제 솔루션 ‘바통’을 서비스 중이다. ‘바통’은 야구장, 스키장, 공연장에서부터 카페, 베이커리, 패밀리레스토랑, 편의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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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는 세계 결제 표준을 노리는 다날의 원동력으로 ‘도전정신’을 꼽았다. IT의 경우 특히나 변화가 많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국내 및 해외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얘기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소위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좌절하지 않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감사하죠. 10년 노하우에 더해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직원들을 가졌다는 것이 다날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