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월드베스트SW' 명맥 끊기나

일반입력 :2012/08/17 08:35    수정: 2012/08/22 07:10

지식경제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사업 후속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달초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내년도 SW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다.

이달초 국과위는 '2013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배분조정'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여기에 내년도 SW관련 R&D사업가운데 약 200억원을 삭감한 내용이 담겼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2010년부터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일류SW 개발을 위해 도입한 대형 R&D 프로젝트 '월드베스트SW(WBS)'가 마무리된다는 이유에서다.

■국과위, 삭감 이유 WBS 사업 완료…감안하면 오히려 증액

WBS는 전체 프로젝트가 2013년도에 마무리될 예정인데 일부 조기 마무리된 과제도 섞여 있다. 올해 지원이 종료되는 과제 규모가 313억원 가량이고 사업계획 자체가 내년까지로 한시적이었던만큼 200억원가량의 예산 삭감은 합당하다는 게 국과위 설명이다.

16일 국과위 미래성장조정과 남영준 사무관은 위원회는 WBS 프로젝트가 단기상용화를 목표로 한시적 추진 사업이었던 만큼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 등 올해 지원이 끝나는 과제들을 감안한 것이라며 올해로 지원을 마친 과제를 제하면 신규 과제를 포함한 예산이 오히려 전년대비 11%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집행된 WBS 프로젝트 예산은 2천억원 가량이다. 지식경제부가 그에 더해 내년도까지 집행하려던 예산중 200억원을 후속사업 부재로 삭감했다는 게 국과위 설명이다. 이에 앞서 검토된 내년도 지식경제부 전체 SW관련 R&D 사업 목록이 무엇이고 예산액이 얼마인지 국과위 연구조조정총괄과에 문의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200억원이면 당초 지경부가 제출한 내년 SW R&D예산 1천412억원가운데 14%로 적지 않다. 부가 향후 진행할 관련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기에 충분한 비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정부가 나서 SW를 강조하던 흐름을 거스르는 조치라며 불만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 입장은 어떨까.

지식경제부는 이미 WBS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3년 이후 SW R&D체계를 개편해 후속사업 추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6월 'SW R&D 체계개편 방안'을 통해 WBS 후속사업인 '전문기업 육성형 SW R&D' 계획 등을 내놓은 것이다.

■지경부 SW R&D 개편해 후속 추진…WBS 이어 전문기업 육성

전문기업 육성형 SW R&D는 중소중견SW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시장서 경쟁 가능한 상용SW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내년 3월, 5월 종료되는 WBS 과제를 대상으로 상용화와 해외진출 지원으로 'R&D 결과 사업화 연계 강화'라는 후속 사업 준비 성격의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지식경제부가 향후 사업 유형을 기술개발단계 기준인 '원천기술개발형'과 '혁신제품형', 2가지 체계에서 정책목표 기준인 '국가 혁신기술 개발형', '전문기업육성형', '선도기술 확보형', '창의 인재 기업 발굴형', 4가지로 다양화하는 R&D체계 개편 작업의 일환이었다.

개편방안에는 그간 SW R&D가 다른 하드웨어(HW) R&D와 동일 체계로 추진돼 SW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진단에 따라 ▲사업유형을 정책목표기준으로 구별하고 ▲평가 체계도 그 유형별로 차별화하며 ▲결과물이 실제 사업성과로 연결되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지식경제부는 당시 현 정부 출범 후 SW R&D 지원을 늘리고 중소중견기업 주도 상용화 SW 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 WBS를 꾸려왔지만, SW 비중은 전체 지경부 R&D예산에서 2.9%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통해 더 늘려갈 필요가 있음을 암시했다.

즉 지식경제부는 기존 WBS사업 예산이 곧바로 삭감될 거라 예상치 않고 WBS 사업 종료와 관련된 후속계획을 잡아둔 것으로 보인다. 부처에서 국과위가 삭감한 R&D 예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어렵다는 분위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국과위는 후속 사업의 존재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다. 남영준 사무관은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서 WBS 등 한시적 사업을 계속 지원할지 여부는 그간 사업 성과를 먼저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9월 기재부로 넘어간 '공'…지경부 재량도

물론 지식경제부 WBS 예산이 확실히 삭감된 상황은 아니다. 현재 국과위 조정안은 기획재정부에 통보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말 정부예산안을 마련해 이를 10월초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실제 예산을 확정케 된다. 오히려 지식경제부 전체 R&D 예산이나 부처 예산가운데 SW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부족분에 예산 집행의 재량을 발휘할 여지도 없지 않다.

일례로 앞서 SW R&D를 축소시킨 국과위 조정안에 국내 SW업계로부터 불만이 나온데 대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관계자는 아직 예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기재부에서 부처간 의견을 조율할 기회가 남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지경부 SW R&D 예산을 줄인 채 승인하더라도 여전히 부처 재량으로 비 R&D 명목 예산을 들여 쓸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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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일 국과위는 내년 주요 R&D사업 11조529억원을 배분해 조정한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3천680억원으로 3.4% 늘어난 총액가운데 IT-서비스 융합, 문화 콘텐츠 및 관광서비스, 사회복지, 보건의료 서비스 등에 지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과위는 예산안 내용중 'SW'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함께 소개된 신규 '이색사업' 목록 2번째로 '빅데이터산업경쟁력강화' 항목에 고작 8억5천만원을 배정해 눈길을 끌었다. 빅데이터는 지식경제부가 SW R&D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며 기업이 자체 개발하기 어려운 '고비용 고위험 대형SW'로써 국가주도 하향식 개발 과제로 기획하려던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