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낭비 이대론 위험하다

손창환 한국HP EG 기술컨설팅본부 차장

일반입력 :2012/08/02 08:34    수정: 2012/08/02 09:00

폭염이 한반도를 덮친 요즘, 정부엔 전력 수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흐른다. 최근 들어 원자력발전소 일부가 수시로 고장을 일으키면서 정부기관의 전력 수급계획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9월 15일이었다. 한국에 전국단위의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중국이나 인도처럼 항상 전력부족을 겪는 곳 이외 국가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정전 대란이었다.

이후 정부는 강도높은 에너지 관리 대책을 추진하면서, 일반 국민과 산업계에 에너지 절감을 호소했다. 정부의 에너지 관리 대책엔 IT를 서비스하는 데이터센터 영역도 포함됐다.

인터넷이 현대사회에 보편화되면서 모든 기업의 비즈니스는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다. 때문에 무작정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IT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손창환 한국HP 엔터프라이즈그룹(EG) 기술컨설팅본부 차장은 “국내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량은 전제의 2% 수준이며, 산업용 전기 소비의 7~8% 정도”라며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하드웨어보다 장비 발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용도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국내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낮은 곳이 대부분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계에 필요한 전기량이 100 이라면, 평균 130의 전기가 기계실의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하고 효율 낮은 데이터 센터의 경우에는 200~300까지도 더 필요하다”라면서 “전문적인 데이터센터의 사정이 이러한데, 전국적으로 있는 영세 중소기업이나, 학교, 관공서, 군부대 등의 전산실 현황은 상당히 에너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1년 간 전기 사용량은 인구 30만명인 춘천시 두 배의 도시에서 1년동안 사용하는 전기에 해당한다. 더구나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사용량은 2015년이면 전체 전력 소비의 8%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에너지 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손 차장은 “올해를 기준으로 2015년까지 평균 상면 증가량이 26%에 달해 약 1백54만제곱미터의 상면이 증가되며, 이를 통해 2백6만톤(1.34t CO2e/m2-유럽평균기준)의 CO2가 발생한다”라며 “사용전력은 평균 76%의 사용량 증가로 2015년 717억Kwh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며, 현재 전력의 약 4.5배의 추가 수요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에너지 낭비 심각...구조 설계 바꿔야

손 차장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낭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의 비효율적인 전력운영 원인은 전산실 내부의 구조에 기인한다”라며 “비유하자면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려 냉장고에 넣는 대신 거실의 에어컨을 켜고 그 앞에 음료수를 놓아 시원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데이터센터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면 데이터센터의 운영 온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하드웨어를 도입하고,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섞이지 않도록 열효율을 높여 불필요한 전기 소모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손 차장은 미국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를 들었다. 두 회사는 하드웨어 발열을 식히는 전기 사용량을 20에서 50정도 사이로 가능하게끔 데이터센터를 설계했다. 장비 수가 증가해도 전체 전기소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았다.

그는 “구글이나 MS 모두 작은 냉장고 방식의 전산실을 운영하기 때문”이라며 “국내는 일부 데이터센터만 열효율 문제를 인지해 외기 도입 냉각방식 등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황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식에 반영되는 여러 이유에서 발생한다. 한국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IT기업의 큰 볼거리나 자랑거리 정도로 여긴다. 소규모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것보다 훌륭한 외관에 더 투자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는 기업들에게 IT자산보다 부동산으로서 가치를 더 높이 평가받는다. 데이터센터 투자가치를 부동산으로 여겨 지가 상승분을 제외한 비즈니스적 가치로만 보면 ROI가 10년이 훨씬 넘어서 실현된다.

앞서 언급된 데이터센터 한 공간 전체를 무조건 냉각하는 구조 설계도 당연히 문제다. 손 차장은 “최근 지어진 한 데이터센터에 가보면 기계들은 몇 대 없고 기계들을 담는 빈 케비닛만 줄맞춰 서있다”라며 “게다가 몇 대밖에 안 되는 기계들의 공조를 위해 전산실 전체를 공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설계를 도입하지 않았다. 최근의 신축 데이터센터 일부에서 더운 공기와 찬공기의 흐름을 분리하는 등의 방법이 나타날 뿐이다. 대부분은 한 공간에 복잡하게 하드웨어를 모아놓고 에어컨을 최대한 켜놓는 식이다.

손 차장은 “문제 개선 방법은 발열량을 잘 제어 할 수 있고, 그 열을 효과적으로 냉각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를 담는 캐비닛 단위이나, 그 캐비닛 몇 개를 묶어서 냉각하는 컨테이너 구조를 만들어 냉각해야 한다”라며 “캐비닛 몇개를 넣을수 있는 작은 냉장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 실현을 위한 구조 변경은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요구한다. 겉보기에 번듯한 고층 건물 형태의 데이터센터는 여러 고객사 장비를 입주시키다보니 냉각 설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컨테이너에 하드웨어를 집약하고, 냉각 설비까지 집어넣음으로써 안정적인 에너지 효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데이터센터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업체는 HP와 IBM 등이 국내에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판매하고 있다. HP의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는 POD(Performance Optimized Datacenter)로 전력 효율화지수(PUE)를 최소 1.05, 최대 1.25 까지 낮출 수 있다. PUE는 IT자원(서버,스토리지, 네트워크등)이 사용하는 전력을 1이라 기준했을 때 냉방 및 기타에 소비되는 전력을 보여준다.

POD는 최대 3천대의 서버를 집적하지만, 고온에 견디는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 찬공기와 더운 공기의 흐름을 완벽히 차단하고, 냉수식 냉각설비를 이용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일반 건물 형태의 데이터센터는 아무리 PUE를 낮춰도 1.05란 수치를 보이기 어렵다.

그는 2010년 기준 데이터센터 사용전력 52억KWH와 고리원전 1호기의 1년 생산전력 2.19억 KWH을 비교했다. 그는 “국내 데이터센터 평균 PUE 2.3을 PUE 1.25인 POD로 바꿀 경우 연간 28억 KWH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라며 “이중 10%만 POD를 사용한다면 고리원전 1호기 1년 생산량과 맞먹고, 원전 하나를 재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발전량 구성비를 보면, 화력(60%), 원자력(35%)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가격 대비 효율이 높다며 원자력 발전 확대를 추진중이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태 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급증해 난관에 부딪쳤다.

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 사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당국은 전력 관리 대책에 부실함을 드러낸 상태다. 현 추세라면 2015년 경 전력부족사태가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를 POD 같은 컨테이너 형태로 만들 경우 전체 전력 예비율이 4%가량 상승할 수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데이터센터업계가 전력 절감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들어가야 한다. 최근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데이터센터 업계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적인 움직임은 없다.

■정부-업계, 에너지 절감 노력 필요

손 차장은 한국 데이터센터업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용도별로 데이터센터를 구분하면 IT서비스업체 데이터센터(금융, 공공포함)가 전체의 66%(48개)이며, 민간 데이터센터가 34%(25개)다. 이중 민간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크고, 인터넷 서비스 기반으로 이뤄져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IT 서비스 업체 데이터센터 보다 높다.

IT서비스업체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하달되면, 반발과 동시에 일반용 전기에서 산업용 전기로의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비용 구조 분석을 통해 과태료와 전기요금이 더 싸면,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하지 않는다.

민간 데이터센터의 경우는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고객, 즉 중소기업이나 임대사에 모든 부담을 이관해버린다. 자신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노력에 대한 의지가 없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 후 투자 회수가 불가능하므로 투자하지 않게 된다. 더구나 에너지 절감 투자 시 원가 상승 탓에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반적인 데이터센터 혁신 노력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손 차장은 “에너지 효율적인 전산실을 짓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탈바꿈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다”라며 “민간업체는 투자를 망설이고 차라리 다달이 청구되는 전기요금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국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 확보는 묘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그는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성 확보에 나서면서, 민간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처럼 무더위가 오면 전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지만, 여름만 지나가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잊혀지는 모습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라며 “ROI가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도입을 주저하는 민간업체의 동참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부터 POD 같은 솔루션을 도입해 시장과 사례를 만든 후, 고효율 데이터센터 운영을 규제수준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