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시동

일반입력 :2012/08/01 10:29    수정: 2012/08/01 10:41

정현정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고부가가치 상품에 집중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최근 하반기 투자 윤곽을 어느정도 밝힌 가운데 이같은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두 회사는 올 하반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고부가가치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에 대한 추가 설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시리즈 흥행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용 소형 OLED 투자에 주력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도 수익성이 낮은 기존 LCD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대체하는데 집중한다. 전략 거래선처 애플향 LCD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LG, 하반기 디스플레이 투자 윤곽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하반기 설비투자에 총 11조원을 투입하고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디스플레이에 배정된 6조6천억원의 설비투자 중 상반기 2조6천억원을 지출한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4조원 가량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합병 후 조직이 안정되면서 그 동안 보류했던 투자 결정이 상당부분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부문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 연말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양산 계획도 밝혔다.

김창만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올 하반기 디스플레이 투자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투자도 일부 포함된다”면서 “올해 말에는 언브레이커블(깨지지 않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LG디스플레이는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총 1조2천억원을 투자해 구미 P61공장 내 6세대 라인 일부를 비정질실리콘(a-Si)에서 저온폴리실리콘(LTPS)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급증하는 스마트 기기용 고부가가치 패널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LTPS 라인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탑재되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데 주로 활용된다. LTPS는 레이저 결정화 기술을 이용해 a-Si 방식보다 고화질 구현이 가능하고 칩과 구동회로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어 패널의 슬림화·경량화가 용이하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탑재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AH-IPS)'도 LTPS라인에서 만든다.

a-Si 방식의 구미 P61 LCD 라인은 그 동안 대형 모니터와 노트북용 LCD 패널이 생산됐다. LG디스플레이는 라인전환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LCD 패널 생산 비중은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향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사전투자도 병행할 예정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LG디스플레이는 기술적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호전된 수익성을 보여줬다며 차별화 기술이 채용된 고부가가치 스마트 기기용 패널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6세대 라인 일부를 LTPS 라인으로 전환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이라고 밝혔다.

■갤럭시에 웃는 삼성, 애플 덕에 웃은 LG

양사가 밝힌 투자계획은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 흐름과 상통한다. TV와 노트북, 모니터 등 기존 LCD 시장이 정체되는 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9인치 이하 중소형 기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 하반기 아이패드, 넥서스, 킨들 등 태블릿PC 수요에 맞춰 패널 제조사들도 모바일 제품에 공급을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그룹 내 제조계열사들의 실적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가 대히트를 치면서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LG디스플레이 실적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양사의 투자계획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삼성의 경우 OLED 양산기술과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A2공장 확장 등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을 제외하면 계열사인 LG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전하고 있는데다 TV부문 매출 호조세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2분기 1조원 수준의 애플의 선수금이 반영되면서 실적개선에도 애플이 영향을 미쳤다.

관련기사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애플향 패널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a-Si 라인을 희생하면서도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고해상도 AH-IPS LCD 패널을 생산하는 LTPS 라인을 크게 늘린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6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한 2분기 실적 기업설명회(IR)에서 이번 LTPS 라인 전환은 고사양화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기존 LCD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