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OLED 투자 숨고르기 나섰나?

삼성디스플레이, OLED, AMOLED

일반입력 :2012/07/30 10:23    수정: 2012/07/30 10:53

정현정 기자

삼성이 조만간 5.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재개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 규모가 다소 축소된데다 향후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삼성이 OLED 투자 숨고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늦어도 9월 중 5.5세대 OLED에 대한 설비투자를 재개, 장비발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초 계획한 A3 공장에 대한 신규장비 증설 계획을 바꿔 기존 A2 공장의 설비에 확장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당부분 투자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이 A3 신규투자 대신 기존라인 증설로 선회한 배경에는 신규공장 장비의 예상외 수율부진, 불투명한 시장 상황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삼성의 5.5세대 투자 재개에 일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5.5세대 증설한다지만...

장비업계 관계자는 “5.5세대 증설이라는 의미는 같지만 기존 라인을 확장시키는 방식인 A2E는 A3 대비 장비투자 규모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의 올해 총 투자금액도 당초 계획했던 5조원에서 10% 가량 줄어든 4.5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삼성은 A3공장에 하이브리드 패터닝(HPS)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이 공정은 4분할, 파인메탈마스크(FMM) 증착 공정을 적용했던 A2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고해상도 구현을 위해 원판 증착과 레이저전사(LITI) 방식이 일부 적용된 공정이다.

하지만 삼성이 A3대신 기존라인을 확장하는 A2E(Extension)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예상대로 나오지 않는 LITI 공정 수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불가피하게 기존 방식을 유지하며 투자계획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기존 방식 유지는 불가피하게 일부 투자 장비의 성격이 달라지게 하면서 전체 투자규모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도 투자에 걸림돌

수율 문제와 함께 불투명한 시장상황도 신규 투자에 걸림돌로 지적됐다.

일단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5.5세대 중소형 투자 재개는 불가피한 수순이지만 향후 시장수요는 장담할 수 없다. 애플을 비롯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제조사들이 당분간 OLED를 적극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낮은데다가 LCD에 비해 한계로 지적됐던 해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소형 LITI 공정에서 수율이 나오지 않는데다가 삼성전자 태블릿PC 판매량이 저조한 상태에서 캐파를 늘려봤자 초과공급으로 가격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보면서 투자를 조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번 기회에 삼성이 숨을 고르며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OLED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A2E를 통해 패널 물량을 소화하고 수율을 올리면서 확실한 검증이 이뤄진 후 A3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불확실할 경우 수율을 올려서 확실한 컨셉을 정하고 가는게 안전한 방법”이라면서 “향후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기존 계획을 신중하게 재검토해 A3 건물용도를 재설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8세대 라인 투자전망도 불확실

A3 투자지연과 함께 대형 8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도 불확실해졌다. 현재 8세대 OLED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인 V1 역시 정상 가동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OLED 라인에서는 스몰마스크스캐닝(SMS) 증착공정 수율이 문제로 지적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2E 라인이 당초 8세대 라인이 들어갈 자리에 설치되면서 8세대 라인의 설비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8세대 양산라인 구축이 A2 공장에서 A3 공장으로 변경됨에 따라 8세대 OLED 생산라인 투자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초 연내로 예정됐던 OLED TV 양산계획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장비업계에서는 4분기경 V1 장비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일럿 라인을 통해 일단 OLED TV 제품을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경 양산라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향후 투자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없다”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A3 투자지연에 대한 소문이 나오고 있지만 추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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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분야에서 현재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시험생산라인 M1을 장비투자를 완료하고 연말까지 원장기준 월 3만장 정도 생산이 가능한 M2 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중소형과 대형 모두 투자속도를 늦추는 데 반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LG디스플레이 역시 TFT 공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일단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시장을 선점한 후 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