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VoLTE 써보니…

일반입력 :2012/07/30 10:02    수정: 2012/07/30 12:27

정윤희 기자

<백령도=정윤희 기자>“백령도입니다. 거기 잘 들리나요? 서울은 날씨가 어떤가요?”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자욱한 안개를 뚫고 백령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HD보이스로 전화를 걸었다. “네, 잘 들립니다. 서울은 더워요.” 깔끔한 목소리가 서울 을지로를 떠나 소청도 인근 해상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서 얘기하듯 생생한 음질이 귓가에 맴돈다.

배에서 내려 백령도 내 사곶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다시 한 번 HD보이스 통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HD 영상통화다. 터치 한 번으로 HD보이스 음성통화에서 영상으로 전환하니 반가운 얼굴이 스마트폰에 뜬다. HD보이스 시연에는 현재 VoLTE를 지원하는 유일한 단말기 갤럭시S3 LTE를 사용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서해 5도 지역에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장비와 전송망을 증설했다. 또 통신망 우회 시설을 구축하고 전파 전송방식도 개선했다. 이를 통해 LTE뿐만 아니라 3G 서비스까지 원활하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7일, SK텔레콤의 서해 5도 LTE 구축 상황을 체험하기 위해 직접 백령도로 향했다. 이날 첫 출항한 2071톤급 쾌속선 ‘하모니플라워’호를 탔다. 큰 규모 덕분에 잦은 기상악화에도 인천~백령간 운항이 문제없다는 배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으로 군사적 요충지다. 거리로만 따지면 서울(230km)보다 평양(180km)이 더 가깝다.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군인들과 군용 차량에 북한과 가까운 곳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안개 걱정 끝…SKT, 자체 통신장비 설치

사실 백령도의 통신 환경은 ‘최악’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안개라도 많이 끼는 날이면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일반전화, 인터넷 할 것 없이 모두 죽어버릴 정도다. 일 년의 4분의 1정도는 안개가 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통신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심지어 그 흔한 휴대폰 대리점 하나 없다. 백령도 주민들은 인터넷으로 휴대폰을 주문하고 배송 받는다. 휴대폰이 고장 나더라도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 뭍으로 수리를 보내야 한다.

4대째 백령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심효신 SK텔레콤 과장은 “백령도는 최전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민들이 그동안 많이 고립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다”며 “통신 환경도 좋지 않아 과거에는 안개가 심하게 끼면 가족들이 죽어도 연락 못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통3사를 통틀어 유일한 백령도 상주 직원이다.

기존에 SK텔레콤은 서해 5도 지역에서 KT의 장비를 임차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10년도 전에 설치해놓은 장비다 보니 기후 특성상 통화 불가 및 통신망 마비 등의 장애가 잦았다. SK텔레콤이 30억원을 들여 자체 마이크로웨이브 장비 설치를 결정한 이유다.

심 과장은 “과거에는 통신 장애가 많다보니 집까지 찾아와 행패부리는 고객들이 많아 도망 다닐 정도였다”며 “주민들의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해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을 받는 경우가 많고, 군부대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난리가 났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웨이브 장비는 일반적인 전송로 구축이 어려운 도서, 산간지역 등에 설치된다. 일반 광선로를 구축하기 어려운 곳에 구축하는 셈이다. 산중턱까지 자욱하게 끼는 안개에도 걱정 없도록 75m에 이르는 철탑도 세웠다. 현재 SK텔레콤은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지역에 16개 기지국, 1천100개 중계기를 설치한 상태다.

김상훈 SK텔레콤 수도권네트워크본부 강서품질관리팀장은 “기존에 장비를 임차해 쓸 때 한 달에 640건 정도의 통신장애가 발생했다면, 자가 마이크로웨이브 기지국을 구축한 이후에는 장애건수가 월 70건으로 줄었다”며 “마이크로웨이브 기지국을 설치한 이후 통신 장애가 90%이상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LTE ‘빵빵’…통신고립 없다

확실히 마이크로웨이브 장비 설치한 후로 백령도 통신환경은 개선됐다. 최근 7호 태풍 ‘카눈’이 몰아쳤을 때도 휴대전화에는 이상이 없었을 정도다. 과거 태풍만 왔다하면 일주일 이상 전화가 끊겼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현재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지역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는 약 2천200여명이다. 이중 3G 가입자가 66%, LTE 가입자가 약 10% 정도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방송 이후에는 관광객들도 늘어 하루에 1천명 이상이 섬에 들어오기도 한다.

실제 데이터 통신 속도를 측정해봤다. 백령도에서는 이통3사 모두 LTE 서비스가 잘 터졌다. 다만 백령도 선착장, 사곶해수욕장, 두무진항 등 총 3곳에서 통신망 속도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로 LTE 속도를 측정한 결과, SK텔레콤의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장비를 임차해 쓰고 있는 LG유플러스도 KT보다 빨랐다.

SK텔레콤의 경우 선착장에서는 다운로드 속도 28.11Mbps, 업로드 속도 22.14Mbps, 지연시간은 40ms를 기록했다. KT는 다운로드 9.42Mbps, 업로드 7.90Mbps, 지연시간 40ms, LG유플러스는 다운로드 16.42Mbps, 업로드 21.28Mbps, 지연시간 55m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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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곶해수욕장에서는 각각 다운로드 속도 SK텔레콤 23.39Mbps, KT 10.36Mbps, LG유플러스 17.69Mbps를 나타냈다. 두무진에서는 SK텔레콤 26.68Mbps, KT 12.84Mbps, LG유플러스 17.72Mbps였다.

이창규 SK텔레콤 전송운용1팀 매니저는 “SK텔레콤이 새로 설치한 마이크로웨이브 장비는 과거에는 낡고 노후한 수도관을 빌려 썼다면, 이제는 크고 새로운 관을 구축한 셈”이라며 “용량도 크고 이더넷이 가능한 데다 LTE를 서비스하기 위해 모든 용량을 풀(Full)로 제공하기 때문에 타사 대비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