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삼성이 증거 인멸”…삼성 "항소"

일반입력 :2012/07/26 20:28    수정: 2012/07/27 18:01

이재구 기자

삼성이 30일(미 현지시간)부터 美캘리포니아연방법원에서 열리는 애플과의 특허침해 소송 본안 재판을 앞두고 ‘증거인멸’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더버지 등은 폴 그리월 미 캘리포니아연방법원 판사가 25일(현지시간) “삼성은 애플의 법정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는 특허 침해 관련 e메일 증거에 대한 파기를 막지 못했다”며 이를 배심원들에게 통보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배심원들에게 삼성전자를 신뢰할 수 없는 회사로 비쳐지게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더버지는 그리월 판사가 애플의 반대배심명령(adverse jury instruction)요구를 받아들여 “삼성이 부적절하게 증거를 다루었다”는 내용을 배심원들에게 통보토록 했다고 전했다.

그의 명령은 배심원들에게 넘겨져 삼성의 이런 의무 위반 행위가 그들의 판결에 있어 중요하게 위반 내용이 될지를 판단하는 자료로 쓰이게 된다.

그리월은 명령문에서 “사실 삼성은 이 소송이 시작된 사실이 알려진 게 분명한 한참 뒤에도 문서세단기를 사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삼성이 자동 이메일 삭제시스템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채 고치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삼성이 나쁜 뜻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리월판사는 “삼성의 자동 이메일 삭제시스템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뉴저지재판를 주재한 판사역시 삼성이 증거를 삭제했다는 내용을 배심원에게 알린 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문서보관 관련 시스템에 따르면 모든 회사의 이메일시스템은 회사기밀 유지를 위해 직원들이 별도로 보존하지 않는 한 2주 후에 파기되도록 운영되고 있다. 그리월 판사는 “삼성이 직원들에게 관련 이메일을 보관하라고 명령했다지만 이것이 지켜졌는지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시스템을 한꺼번에 작동되지 않도록 해 이메일 삭제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이 법정소송이 제기됐음에도 이메일을 보존하는 대신 자동적으로 아주 중요할 수도 있는 이메일을 자동적으로 삭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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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변인은 미국제무역위원회(ITC)판사가 올초 이와 유사한 혐의에 대해 자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들어 그리웰 판사의 명령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5월에도 삼성전자의 사내 이메일 시스템 ‘싱글’을 문제 삼아 증거인멸 혐의로 ITC에 제소한 바 있다. 당시 ITC는 애플 측 주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