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에게 ‘V블록-그린플럼’이란

일반입력 :2012/07/17 17:04    수정: 2012/07/18 00:53

EMC는 2009년 시스코시스템즈, VM웨어와 공동 투자한 VCE연합을 출범시키며 V블록이란 IT인프라 사전통합제품을 내놨다. 2010년엔 데이터웨어하우징(DW) 솔루션업체 그린플럼을 인수하고 데이터 분석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 7월 현재 VCE의 V블록과 그린플럼은 EMC에게 계륵처럼 보인다. 야심차게 시작한 두 사업은 현재 업계를 달구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란 두 트렌드에 한발 앞선 움직임이었지만, 실제 매출에 기여하는 수준은 기대이하다. V블록은 국내에서 5개 고객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그린플럼은 오라클과 IBM에 막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EMC포럼 2012 컨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한 브라이언 갤러허 EMC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사업부 부사장은 V블록과 그린플럼에 “EMC가 상당한 기대를 갖고 투자하고 있으며,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줄기차게 강조했다.

EMC에게 V블록은 클라우드 컴퓨팅환경에, 그린플럼은 빅데이터에 대응하는 주요 제품이다. 스토리지업체로 성장해 IT솔루션이란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려는 EMC로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분야다. 갤러허 부사장의 말은 EMC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너무 앞서갔나? VSPEX 파트너 프로그램 도입

갤러허 부사장은 “V블록은 EMC, 시스코, VM웨어 등의 최고 제품을 모아 만든 베스트오브브리드 제품”이라며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을 제공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V블록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SW 등을 VCE에서 사전 통합하고, 성능테스트까지 거쳐 애플리케이션 설치 전까지의 수준으로 공급된다. DW 시장에서 나타났던 목적별 어플라이언스에서 애플리케이션 종속성을 없앤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잡한 인프라 설치 과정이 대부분 벤더에서 이뤄지는 만큼 고객은 제품 구매 후 실제 인프라 환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단계의 성능테스트을 거치게 되므로 성능과 안정성에서도 우수하단 평가를 받는다.

V블록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경쟁제품은 시스코-넷앱의 조합인 '플렉스포드‘다. 서버와 스토리지는 시스코 UCS와 넷앱의 FAS 시리즈를 각각 사용하고, 가상화SW는 VM웨어 외에 시트릭스젠을 선택할 수 있다.

V블록과 플렉스포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연성에 있다. 이는 기술적 측면과 비즈니스 측면 모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기술적으로 V블록은 플렉스포드에 비해 스토리지를 SAN과 NAS를 한 박스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유니파이드 스토리지인 VNX를 사용하지만 애초에 SAN환경으로 구성했다면 향후 NAS 사용을 위해 별도의 인프라로 구성해야 한다. 하이엔드인 VNX를 사용하다가 미드레인지급인 VNXe를 추가해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반면, 플렉스포드는 SAN과 NAS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으며, 프로토콜 구성을 변경하는 것이 자유롭다. 스토리지를 미드레인지에서 하이엔드로 바꾸는 경우도 넷앱의 FAS플랫폼 컨트롤러를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사업적으로 V블록은 절대로 시스코-EMC-VM웨어란 조합만 이용해야 한다. 고객이 서버나 가상화SW를 타사 제품으로 바꿨다면, 더는 V블록이 아니다. VCE에 V블록 공급사례로 등록될 수 없게 돼 있다. EMC 실적표 상에는 V블록 매출이 아닌 스토리지 매출로 취급된다. EMC는 무수한 V블록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결과적으로 스토리지 매출을 높이게 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V블록 구성을 변경해 구매한 기업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달리 플렉스포드는 시스코와 넷앱 측에 별도 매출로 구분되지 않는다. 고객이 플렉스포드를 구매하면 시스코의 UCS 매출이 늘어나고, 넷앱의 스토리지 매출이 늘어난다. 여러 구성변경을 했더라도 시스코와 넷앱은 플렉스포드 공급사례로 구분한다.

유연함에 힘입어 플렉스포드는 미드레인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EMC는 지난 5월 플렉스포드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하는데, VSPEX다.

브라이언 갤러허 부사장은 “VSPEX는 EMC스토리지를 제외하고, 서버와 네트워크, 가상화SW를 다양한 파트너사 제품으로 꾸릴 수 있는 레퍼런스 아키텍처다”라며 “EMC가 사전 검증한 아키텍처를 EMC 파트너사들이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할 수 있게 한 파트너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VSPEX는 인텍앤컴퍼니, 이테크, 코오롱글로벌 등이 판매하게 됐다.

겔러허 부사장은 “VSPEX로 EMC는 VCE의 V블록과 함께 훨씬 더 큰 시장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게 됐다”라며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에서 SMB와 미드마켓을 추가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을 파트너에게 준다”라고 강조했다.

김경진 한국EMC 대표는 “V블록이 국내시장에서 느리게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한국 기업들이 IT제품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조합하는 베스트오브브리드를 좋아하고. IT기대치가 세계서 가장 높기 때문에 사전검증제품이 조금 더디게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하지만 V블록도 올해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린플럼은 빅데이터 인에이블러”

갤러허 부사장은 “그린플럼은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핵심 인에이블러 역할”이라며 “전략적으로 EMC의 빅데이터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형, 비정형, 반정형 등 모든 이형 데이터 세트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EMC는 그린플럼을 통해서 좋은 성과를 여러 특정 분야에서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그린플럼은 대규모병렬처리(MPP) 기반의 데이터베이스와 무공유 아키텍처를 통해 고속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그린플럼은 비정형 데이터 처리 및 분석을 위해 자체적인 하둡파일시스템을 개발해 통합했으며, 소셜협업을 활용하는 다양한 분석 툴을 제공한다.

V블록의 경우 VSPEX와 개념 알리기를 통해 고객을 설득하고 있다면 그린플럼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서도 유례없는 오라클DB 강세 시장에서 그린플럼은 EMC란 인지도를 등에 업고도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

그는 “그린플럼을 인수하게 된 이유는 혼합된 워크로드 환경에서 최상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였기 때문”이라며 “MPP 무공유 아키텍처가 적용되는 유일한 기술이었고, 행과 열 모두를 지원하는 DB를 갖고 있으며, 모든 혼재된 데이터 워크로드를 잘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그린플럼에 대한 의견을 표현했다.

김경진 대표는 “그린플럼은 EMC가 팔아온 인프라와 다르게 고객 비즈니스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모델링부터 시뮬레이션, 프로푸오브 컨셉, 시연까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려 세일즈 사이클이 생각보다 길다”라며 “하지만 그린플럼 기술을 테스트해본 많은 고객이 매우 좋아하고, 한국지사의 매출이 전년대비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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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기가옴 등 외신은 VM웨어와 EMC가 IaaS, PaaS, SaaS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작사를 설립할 것이라 보도했다. 이 회사 설립을 위해 그린플럼이 EMC에서 떨어져 나올 것이란 내용이 포함됐다.

갤러허 부사장은 그린플럼 분사에 대한 질문에 사실 확인이 어렵고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