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사랑은 IT를 타고

일반입력 :2012/07/12 10:04    수정: 2014/01/08 10:11

봉성창 기자

관객수 410만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촉발된 첫사랑 찾기 열풍이 한창이다. 특히 많은 공감을 표현한 30대에게 영화 속에 등장한 삐삐는 그야말로 아련한 추억의 물건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20여년간 IT 제품 및 서비스는 동시대의 2030 세대들의 소통의 수단이자 사랑의 메신저로 각광받았다. 삐삐를 시작으로 PC통신, 인터넷 메신저,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IT는 젊은 남녀의 연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과거 개인화된 통신 수단이 전무했던 70~80년대에는 대부분 젊은 남녀들은 ‘편지’를 활용해 이성친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집 전화가 있었지만 부모님의 눈치를 보거나 연락처를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전화선을 활용한 PC통신이 각광받았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와 같은 이들 PC통신에서 모니터를 통해 낯선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연애 혁명이자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낯선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연애를 하는 풍조도 이때부터 생겨났다.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은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했다.

2000년 이후 인터넷과 휴대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연애는 보다 간편해지고 쉬워졌다. 밤늦게까지 통화할 수 있고 별도의 비용없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카페’로 통칭되는 각종 동호회는 물론 심지어 온라인게임에서도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000년 후반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은 2030 남녀들에 또 한번 연애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메신저 서비스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남녀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공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특히 SNS는 PC통신처럼 ‘낯선 타인에게 말걸기’를 한 차례 업그레이드 시켰다.

또한 최근에는 고전적인 소개팅 주선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SNS와 접목된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모바일 어플을 통해 소개팅 상대를 찾고 인연을 만나는 일도 많아졌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설마 그럴리가 없어’는 개그맨과 사귀다 차여 소속사로부터 연애금지령을 당한 여배우와 서른다섯의 가난한 뮤지션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사람에게 만남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바로 소셜데이팅이다. 두 주인공은 이 어플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만나 인연으로 거듭난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 데이팅 서비스는 이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온라인 데이팅 산업은 성인컨텐츠 산업을 제외하고 최대규모의 온라인 유료 컨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 2012년 초 기준 전세계 온라인 데이팅 시장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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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소셜데이팅 업체가 크게 늘었다. 국내 가장 먼저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선보인 이음(대표 박희은)은 정식 런칭 2년만에 회원수가 30만명을 돌파했고, 40쌍의 결혼커플을 탄생시켰다.

박희은 이음 대표는 “지난 해의 소셜데이팅 붐에 이어, 올해는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이성을 소개 받는 방식이 미혼남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생활방식과 인식의 변화, 디지털 기기의 발달이 가속화되는 만큼 스마트 세대의 연애법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