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메일이 안전?..."정부가 보고있다"

일반입력 :2012/06/24 10:26    수정: 2012/06/24 13:36

정현정 기자

국가기관 등에 의해 이뤄지는 사이버 사찰과 압수수색 등을 피하기 위해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 국내 사이트를 벗어나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려는 자발적 ‘사이버 망명’ 시도가 유행이다. 국가가 개인의 사적인 이메일을 뒤지고 이를 공개하는 데 반발해 이용자들이 국내 메일 서비스 대신 해외 메일을 이용하거나 시민단체나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을 해외 서비스로 옮기는 등의 시도다.

특히 국내 포털과 달리 메일 서버가 외국에 있는 G메일이나 핫메일 등은 수사기관에 의한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사이버 망명지로 인기를 얻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보·수사기관이 외국 사업자에 요청하는 개인정보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지난주 공개한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구글에 257건의 개인정보를 요청해 이 가운데 37%를 제공받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총 259건을 요청해 이 중 37%는 전체 혹은 일부 개인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글이 처음 투명성 보고서 발간을 시작한 2009년 하반기에는 44건이던 것이 2010년 상반기 170건, 2010년 하반기 190건에서 지난해에는 상·하반기를 합쳐 516건으로 늘었다. 구글 이외에 다른 인터넷 업체들도 유사한 형태로 각국 정부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구글은 각국 정부의 검열에 대응해 2009년 하반기부터 6개월에 한 번씩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구글에 얼마만큼의 개인정보를 요청했는지, 각국 정부가 요청한 콘텐츠 삭제 요청 중 구글이 얼마나 이를 수용했는지 여부를 보여준다.

구글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인원 수를 최소화하고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도 볼 수 있는 범위를 최소화 시키는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면서 명백한 범죄가 확실시 되는 때에는 구글도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에란 파이겐바움 구글 엔터프라이즈 보완 총괄은 “어떤 다른 외부 업체나 협력업체에도 이용자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구글은 하나의 회사로 합법적으로 경여하기 때문에 법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에 몇몇 정보를 제공한 적이 있다”면서 “각국 정부로부터 데이터 공개 요청을 받으면 사내 변호사 팀이 이를 분석하고 이 요구의 합법성을 살펴 요청하는 데이터의 범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패킷 감청(인터넷 회선 감청)’을 통해 G메일 수발신 내용을 엿보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패킷감청을 통하면 굳이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도 이메일 내용을 확보할 수 있다. 그 동안 사이버 망명지로 인기를 끌었던 G메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파장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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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원은 패킷감청을 당한 전직 교사가 청구한 헌법소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계 이메일(G메일,핫메일)을 통해 조직적으로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 인터넷 감청이 불가피했다”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압수수색 만으로는 증거수집이 곤란했다”고 주장했다.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원 영장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지만 패킷 감청은 집이나 직장 단위로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감청 당사자뿐 아니라 같은 회선을 이용하는 제3자의 개인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어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