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기업들 구내식당 가보니...문화가 보인다

일반입력 :2012/06/22 11:11    수정: 2012/06/23 12:10

남혜현 기자

LG전자 직원들은 매주 금요일 짜파게티를 먹는다.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근무하는 사원 김 모씨㉜는 이상하게 회사에서 먹는 짜장라면이 더 맛있다며 직원들이 금요일 짜파게티 데이를 은근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NHN에 근무하는 김 대리㉚는 오후 3시에 구내식당으로 내려간다. 바쁜 일정 탓에 점심을 제대로 못 챙겨 출출한 배를 간식으로 채우기 위해서다. 떡볶이에 튀김, 팥빙수 등 분식을 골고루 주문하니 식판이 가득 찬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엔 도시락을 집어든 직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샐러드 위주로 구성된 '그린밀' 식단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에 인기가 늘었다. 살을 빼거나 건강을 챙기는 직원들이 주로 구내식당에 그린밀을 신청한다.

구내식당을 잘 살피면 그 기업의 문화가 보인다. 구내식당은 단순히 배만 채우기 위한 곳이 아니다. 직원들은 하루 8시간 근무 중 한시간을 식당에서 보내며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정보를 교환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구내식당을 대표적 복지 수단으로 본다. 가능한 편안한 분위기서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올리는 방안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구내식당이 사옥 맨 꼭대기 층인 21층에 위치해 있다면서 작은 일 같지만 밥을 먹으면서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구내식당 운영은 대부분 외부 전문업체가 맡는다.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이 한꺼번에 밥을 먹기 때문에 기업서 직접 식당을 운영하기 힘들다. NHN은 풀무원, 팬택은 동원과 현대푸드시스템을 급식업체로 선정했다. 다만 계열사 중 급식업체가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KT 등은 각각 삼성에버랜드, 아워홈, KT문화재단이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식당 운영업체들은 '밥 맛' 평가에 민감하다. 직원들 사이서 우리 식당 밥이 별로 맛이 없다는 소문이 돌면 운영업체가 바뀌거나 추가되는 일도 생긴다. 대다수 IT 기업들 구내식당은 식사 후 음식맛 평가를 받는다. 주로 터치스크린 단말기를 세워놓고 즉석 투표를 받는 방식인데, 메뉴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날이 더우면 삼계탕이 나올 때도 있고 그때그때 계절에 맞게 직원들이 먹고 싶어할만한 음식이 나온다며 간장 게장이 나왔던 날, 직원들의 음식 맛 평가가 좋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전 투표를 통해 직원들이 어떤 메뉴를 선호하는지 조사해 점심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 식사 전 사내 게시판이나 SNS를 통해 그날 식단이 무엇인지 알려줘 직원들이 조금 더 쉽게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NHN 관계자는 사내서 SNS를 통해 직원들에 그날 점심 메뉴 코스를 사전에 알 수 있게 사진으로 보여준다면서 식사가 끝나고 나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그 다음 식단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원산지 표기는 기본, 열량 표시는 센스다. 대부분 업체들이 육류의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었다. 대체로 쌀과 김치, 닭고기는 국내산, 소고기는 호주산을 썼다. 삼성전자의 경우 각 식단별로 칼로리를 표시, 자신이 한끼 식사에 얼마만큼의 열량을 섭취하는지 알게 했다.

또 다른 구내식당 복지는 '밥값 지원'이다. LG전자는 사원들엔 10만원, 임원엔 5만원의 급식비를 지원한다. 뷔페 식으로 반찬을 개별 구매해 먹는 시스템인 LG의 경우, 보통 한끼에 4천~5천원의 식사비가 든다. 20일 기준으로 하면 점심식사 비용을 회사서 모두 지원해 주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점심 식사에 한해 한끼에 6천원을 지원한다. 월급에 포함해서 지급하기 때문에 굳이 구내식당을 이용하진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사내식당 한 끼 가격이 5천원이기 때문에 비용 절약 차원에서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팬택은 조식을 제외한 점심, 저녁 비용을 모두 회사서 대신 결제한다. 조식 가격도 2천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엘레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동원과 현대푸드시스템이 운영하는 구내식당이 별도로 위치하지만 식대 지원방식은 동일하다. 직원들은 메뉴판을 보고, 어느 식당을 이용할지 선택하도록 하는 경쟁 시스템이다.

NHN은 점심 기준으로 한식은 4천500원 건강식은 5천500원, 라면 등 간편식은 3천500원에 책정됐다. 그러나 식대에서 2천원은 회사에서 지원, 실제 직원들이 계산하는 비용은 절반에 가깝다.

삼성전자 구내식당은 한 끼에 3천500원으로 저렴하게 운영된다. 라면 등 간편 메뉴의 값은 2천원이다. 서초사옥에는 한번에 4천300명이 근무하는데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식당도 여러 구역에 걸쳐 운영된다. KT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식당을 운영한다. 3천500원짜리 식권을 구매한 후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덜어먹을 수 있다. 한켠에는 5천원짜리 특식도 함께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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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은 그 자체로 회의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보안도 철저하다. 외부에 구내식당을 공개하지 않는 대표적 기업이 삼성전자와 NHN이다. 직원들이 밥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중 기업내 중요 정보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NHN 관계자는 사옥을 지으면서 구내식당을 자유롭게 회의하면서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면서 중요한 정보가 식사 중 오고갈 수 있기 때문에 보안 차원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