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실리콘밸리는 지금 ‘부활 중’

일반입력 :2012/06/18 11:48    수정: 2012/06/18 11:55

봉성창 기자

<새너제이(미국)=봉성창 기자>미국 IT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는 지도를 펴놓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찾을 수 없다. 지명 이름이 아니라 하나의 클러스터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서니베일, 산타클라라, 쿠퍼티노, 팔로알토 등 주변 지역은 물론 넓게는 샌프란시스코까지도 실리콘밸리로 묶인다. 간단하게는 전화번호가 408로 시작되는 지역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시스코, 오라클 등 실리콘밸리 신화를 만든 1세대 기업들은 물론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등 신흥 강자들까지 모두 이곳 실리콘밸리에 모두 옹기종기 모여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세계 기술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전초기지를 두고 있다. 이밖에도 이곳에는 이름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애플 역시 실리콘 밸리 도시 중 하나인 쿠퍼티노에 터를 잡았다.

관광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30분 남짓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도시 새너제이에 도착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뤄지는 곳으로도 잘 알려진 새너제이는 실리콘밸리 중에서도 중심이라고 할만큼 대형 IT 업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과연 이곳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IT산업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은 물론 길에 다니는 자동차도 많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오후 시간인 만큼 대부분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 곳곳에 적지않은 임대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척도는 바로 일자리와 공실율이다. 가령 실리콘밸리가 가장 융성했던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지역 신문의 12명 가량이 구인 광고로 채워질 정도였다. 부동산도 크게 올라 실리콘밸리에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실리콘밸리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단연 스탠포드 대학의 역할이 컸다. 매년 이곳에서 배출되는 고급 인재가 실리콘밸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유망 앱 개발사 에버노트는 아예 스탠포드 대학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 일종의 대학동아리로 시작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명문 스탠포드 대학이다.

그런 실리콘밸리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페이스북의 상장을 시작으로 다시금 벤처 붐이 일고 있다. 이들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할 벤처 캐피탈도 200여곳이 성업중이다. 덕분에 공실율도 크게 줄어 들었을 뿐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인재들로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근무하는 외국인의 출신 국적을 살펴보면 중 인도가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영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인도인들은 발달된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은 중국인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베트남인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과거 미국으로 이주한 베트남인들의 2세 혹은 3세들은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다는 후문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벤처기업이 크게 늘면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요즘 실리콘밸리 최고의 화두는 단연 태양광이다. 실리콘밸리라는 말 자체가 반도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솔라밸리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태양광 관련 기업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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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업체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전반적이 기술 기반이 반도체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양광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산업이 크게 각광받으면서 자금이 일시에 이곳에 몰리고 있다. 심지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구글이 태양광 산업에 두 번째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큰 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 IT 시장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는 앞으로도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탠포드 대학을 중심으로 배출되는 풍부한 인재와 수천만달러를 싸들고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벤처캐피탈 그리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이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요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