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오픈플로, 검증·상용화에 몇년 걸려"

샤시 키란 시스코 데이터센터 가상화 스위칭 마켓 총괄이사 인터뷰

일반입력 :2012/06/15 07:37    수정: 2012/06/15 08:46

<샌디에이고(미국)=임민철 기자>개방형 네트워킹 전략 '오픈 네트워크 환경(ONE)'을 제시한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는 경쟁사들보다 검증된 기술 수준과 폭넓은 시장 대응력을 강조한다. 샤시 키란 시스코 데이터센터 가상화 스위칭 마켓 총괄이사는 ONE와 이를 다루는 개발자용 도구 'ONE플랫폼키트(onePK)'를 소개하며 적잖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사는 서버와 네트워크 솔루션을 함께 다루는 경쟁사들의 구심점 '오픈플로(OpenFlow)'와 이를 포괄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가 실용성을 충분히 못 갖췄다고 평가한다. 시스코 ONE이 아우르는 네트워크 구현 시나리오를 오픈플로와 SDN은 그 일부만을, 그나마 당장이 아니라 몇년 뒤에나 지원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자는 14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시스코라이브 현장에서 키란 이사를 만나 해당 전망의 근거가 뭔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는 시스코가 SDN과 오픈플로 진영의 역량을 일축하며 제시한 전략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 의미와 그 등장 배경, 오픈플로를 밀어주는 서버 업체 중심 진영에 대한 생각, onePK와 앞서 제공됐던 시스코 운영체제(OS) API의 차이점, 관련해 새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타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설명했다. 조심스러운 SDN 기술 끌어안기로 비쳤던 벤처업체 '인시에미' 투자 후속 계획도 귀띔했다.

아래는 키란 이사와의 1문1답이다.

-시스코가 말하는 '프로그래밍 가능성'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그걸 도입한 기업들이 얻는 이득이 뭔지 궁금하다

배경을 먼저 말하자면, IT와 통신사업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메가트렌드의 한 갈래로 네트워크 환경에서 엄청난 데이터량이 오가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이에 따른 병목현상을 피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수익창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네트워크에 대한 프로그래밍 가능성은 그런 압력을 받게 된 조직들의 필요에 따라 대두된 개념이다. 기업들이 자사 애플리케이션과 이를 운영하는 네트워크를 더 가깝게 연동시키는 방법을 찾으려 하면서다.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가운데, 그걸 기업의 뜻대로 분석하고 정책 엔진에 연계하거나 데이터센터 가상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증가세다. 여기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잘 관리하고 편의에 맞게 조정할 방법이 연구되기도 했다.

다만 모든 조직이 이런 요구를 하진 않는다. 일부 사용자들 안에서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을 원할 뿐이다. 이 작은 고객군 안에서도 네트워크 활용방식에 따른 사례를 달리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연구활동에 초점을 맞춘 대학, 클라우드 환경, 통신사업자, 일반 기업 등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한다.

이가운데 네트워크 전문성이 좀 떨어지는 조직은 자동화를 포함해 몇몇 관리 기능만 더해보려 한다. 반면 네트워크 운영 경험이 많은 조직은 더 심오하고 네트워크 플랫폼 기반에 근접한 프로그래밍을 원한다. 우리는 이렇게 상이한 고객 요구에 맞출 오픈 네트워크 환경(ONE) 구축에 힘썼다. 경쟁사들보다 대응기술 소개가 늦었지만 더 많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실 시스코가 '프로그래밍 가능한 네트워크'를 말하기 전부터 많은 서버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를 열심히 지원해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SDN은 서버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기술이다. 다만 딱 하나, SDN가운데 소프트웨어(SW) 컨트롤러를 서버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모델이 있다. 현재 SDN을 강조하는 이들이 서버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업체들이라 (업계에서) 관련성이 크다는 인상을 받은 모양이다.

사실 (SDN을 강조하는) HP와 IBM 모두 네트워크와 서버 기술을 함께 공급하는 업체들이다. 이들이 발표한 오픈플로(OpenFlow) 관련 성과들은 모두 네트워킹 분야에 관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 오픈플로와 서버간 연관성을 볼 때 SDN 관련 성과들은 오픈플로라는 단일 프로토콜에 불과하다. 보안 기능도 못 갖춘 연구단계 기술일 뿐이다. 그 기술력이 검증돼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몇년이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스코도 SDN 프로토콜의 하나로 오픈플로를 지원한다.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개념증명(PoC) 수준의 컨트롤러를 내놨다. 더 포괄적인 개방형 네트워킹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경쟁사 SDN 전략은 오픈플로에만 집중하는데 네트워크 환경에는 MPLS와 TCP/IP같은 다른 프로토콜도 존재한다. (이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시스코 ONE과 경쟁이 안 될 거라 여긴다.

시스코가 지원을 예고한 PoC 수준의 오픈플로 컨트롤러는 대학들과 협력해 만드는 것이다. 다만 오픈플로를 활용, 연구중인 대학은 매우 작은 시장이다. 그래서 시스코는 더 큰 시장을 공략키위한 야심찬 계획을 'ONE플랫폼키트(onePK)'에 녹였다. 이로써 전례없는 오픈 네트워킹 확산을 이끌 것이다.

- 시스코 출신 엔지니어 3명이 설립한 벤처회사 '인시에미(Insieme)'에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SDN 솔루션 개발을 맡겨 업계 관심을 모았는데, 그 기술이 시스코 ONE에 어떻게 접목될 것인지 알려줄 수 있나

인시에미는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상태라 그와 관련된 전략이나 제품 또는 기술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그 회사는 시스코 데이터센터 전략을 지원할 솔루션 개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기술이 시스코 제품과 전략에 통합되는 시점에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

- 개발자들이 'onePK'와 이전부터 공개됐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쓰는 게 뭐가 다른가

시스코 IOS, IOS-XR, NX-OS에서 개방한 API는 전체 운영 기능의 일부만 다룰 수 있게 공개한 것이다. 그러다 onePK를 내놓음으로써 훨씬 많은 API에 접근할 수 있게 허용한 셈이다. 그뿐아니라 여러 운영체제(OS)에 각각 다른 API가 아니라 일관된 방법으로 API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onePK가 제공한다.

기업들은 어떤 OS나 하드웨어 플랫폼에서든 동일한 방법으로 API에 접근해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발자가 IOS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면 NX-OS 플랫폼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

자사 네트워크를 관리하면서 매니지드서비스 솔루션도 제공해야 하는 통신사업자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경우 2가지 네트워크와 모든 WAN 환경에 개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3가지 OS에 onePK를 지원해 일관된 혜택을 준다면 그 차이를 없애 향후 OS를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지

그렇진 않다. 각 OS는 하드웨어 특성과 사용목적에 따라 다르게 설계됐다. 데이터센터, 브랜치와 캠퍼스, 통신사업자를 위한 네트워크 환경과 필요 기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OS가 통합될 가능성은 없지만 앞서 지적한 일관성은 중요하다. 하드웨어 운영환경이 달라지더라도 API에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해 네트워크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기존 시스코 장비를 쓰던 기업들이 onePK를 도입하려면 뭘 해야 하나

해당 하드웨어의 OS 업데이트만 하면 된다. 단순히 SW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기업자산에 대한 투자를 보호할 수 있다.

당장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는 애그리게이션 서비스 라우터(ASR) 1000'과 '통합 서비스 라우터(ISR) G2', 2종이다. '캐리어 라우팅 시스템(CRS)', 카탈리스트, 넥서스 등 나머지 플랫폼에 대한 지원확대 일정은 올해 4분기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 VXLAN게이트웨이만 지원하는 걸로 예고된 오버레이 네트워크 분야와 관련해 타사 기술 지원여부와 오픈플로 이외 컨트롤러 등 기술개발시 계획을 들려 달라

시스코는 VLAN기반 물리 네트워크와 VXLAN기반 가상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VXLAN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가상 오버레이 네트워크란 데이터센터간 연결망을 라우팅 없이 거대한 단일 L2네트워크로 묶는 것이다.

VXLAN은 업계 표준으로 인정돼 LAN을 가상화 또는 클라우드 환경으로 확장하는데 쓰인다. VM웨어가 만들고 여러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지원해 표준화됐다. 현재는 특정업체에 종속된 기술이 아니다. (MS 'NVGRE'같은 타사 오버레이 네트워크 기술 지원 계획은 무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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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는 대학교들과 함께 만들어 PoC 단계로 소개한 오픈플로 컨트롤러에는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를 탑재했다. 초기 단계인 만큼 이를 표준화한다는 조직이 있다면 그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할 생각은 있다. 안드로이드 OSP처럼 모두가 공통코드를 활용해 기술확장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말이다.

다만 현재까지 오픈소스 활용 이외에 다른 컨트롤러 업체와 협력은 안 할 계획이다. 시스코는 이미 네트워크 인텔리전스가 있는 수많은 물리적 인프라를 갖췄다. 컨트롤러와 그 인프라를 이어줄 더 많은 연결고리를 개발할 여지가 있다. 경쟁업체들은 이런 네트워크 인텔리전스가 없거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시스코는 타 업체가 만드는 컨트롤러를 지원할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