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팹리스 톱10, 지난해 53% 성장

일반입력 :2012/06/14 13:15

손경호 기자

중국 10대 팹리스 기업이 지난 해에 전년대비 53% 성장률을 기록, 글로벌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지난 8일 ‘중국 팹리스 동향 보고서’를 통해 이들 기업의 놀라운 성장세의 배경에 이 수요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자리잡고 있다며 주목했다.

반면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에 비해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높은 해외 반도체설계기술 의존도를 보인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칩을 구성하는 설계자산(IP)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침해로 법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인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팹리스 기업들의 강점으로는 단연 ZTE·화웨이·TCL 등 세계최대 수요시장인 중국 현지의 주요 모바일 기기제조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각각 작년 기준 스마트폰 시장 5위, 8위, 10위를 기록했다. 가트너는 이들 기업을 통한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에 400% 증가해 5천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도 약 200% 추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의 또다른 강점은 가트너는 또한 전체적인 시스템 비용을 절감하면서 현지 세트기업의 요구에 맞춰 스펙은 물론 최적의 가격을 맞춘다는 점도 장점으로 봤다.

가트너는 일례로 중국 내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AP와 모뎀칩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실리콘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2에서 ARM 코어텍스-A9 기반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제품명 K3V2)를 공개하는 등 현지 시장에 맞게 자체 칩 개발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중국내 전자기기 시장은 주로 브랜드가 없이 부품을 조립해서 만드는 일명 ‘화이트박스’시장이 주류를 이뤘다. 때문에 반도체 역시 개별소자(디스크리트)·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MCU)·기본적인 로직 집적회로(IC) 등 단순한 칩의 제조 및 공급에 머물렀다. 그러나 중국 자체가 주요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 기업이 재작년에 처음 40nm 공정 칩을 선보인데 이어 현재는 5개 이상의 팹리스 회사가 40nm급 칩셋을 출시했으며, 일부에서는 32nm, 28nm 미세공정까지 고려하고 있다.

중국 팹리스 기업의 성장에는 정부의 역할도 한몫 했다.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현지 설계 기업을 키우는 정책을 발표하고, 고성능 시스템반도체(SoC)를 개발하기 위해 자금조달은 물론 세금면제 혜택을 지원했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중국 엔지니어들을 자국 기업에 유치하는 전략도 중국 팹리스 기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가트너는 설명했다.

더구나 중국은 이동통신기술표준인 TD-SCDMA 기술표준을 확보하고 있어 자국 팹리스 기업들이 모뎀칩 개발에 이점을 가진다.

반면 단점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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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중국 내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을 위한 제품 개발 역시 차세대 기술로 승부한다기보다 시장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칩 설계를 모방하는데 그친다는 점이 그것이다. 가트너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사업모델은 프리미엄을 확보할 기회를 주지않는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현지화 전략도 중국 팹리스 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퀄컴·인텔·엔비디아 등은 중국 내 현지인들로 구성된 엔지니어팀을 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이 현지 팹리스 기업들보다 더 나은 연봉과 업무환경을 지원하면서 중국 엔지니어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 팹리스 발전의 위협요인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