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네트워크가 기업 생존 담보한다"

일반입력 :2012/06/13 11:34    수정: 2012/06/13 11:38

<샌디에이고(미국)=임민철 기자>IBM, 쓰리콤이 합류한 처음 5년동안 큰 경쟁사였다. 그 다음 경쟁한 알카텔, 에릭슨, 루슨트 등도 5년 이상 살아남지 못했다. 우리는 현재 또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들이고 있다. 요점은 우리가 잘해왔다는 게 아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가장 큰 성공을 맛본 기업들이 변화를 가장 어려워한다. 이건 생존에 관한 문제다.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치르는 연례 컨퍼런스 '시스코라이브'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챔버스 CEO는 이제 네트워크(인프라)로 기업들은 사업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정부들도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데, 이 변화는 혁신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며 네트워크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기업환경을 바꿨고 전세계 정부들도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그 힘을 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참석자들에게 글로벌 시장상황이 기술업계의 예측과 맞물려 움직인 흐름을 제시하고 IT가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성과 자사 기술 전략, 강화된 제품 역량을 소개하며 기업 생명력은 변화에서 샘솟고, 그 중심에 네트워크가 있다고 선언했다.

시스코가 바라보는 미래 인텔리전트 네트워크의 근간에는 ▲자사가 리더십을 누려왔다고 자부하는 '라우팅, 스위칭, 서비스' ▲지난 몇년새 집중력을 높여온 '데이터센터, 가상화, 클라우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디지털미디어 중심에 놓인 '비디오' ▲기업 안팎으로 범주가 확장된 '협업' ▲생존 기술인 비즈니스 전환(Transformation)을 위한 아키텍처, 5개 요소가 자리한다.

시스코는 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보안, 종단간 상호운용성도 강조한다. 기업들이 시장 변화와 기술업계의 클라우드 대세에 발맞춰가면서 사업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네트워크 통합 전략과 신기술도 제시하고 있다.

■성공을 경계하고, 빠르게 변화하라

기술측면의 변화는 음성 커뮤니케이션이 영상으로, 데이터센터가 가상화를 통해 클라우드로, 개인 단말기가 업무에 도입돼(BYOD) 업무용과 일반 기기간 구분이 모호하게 바뀐 것, 초고속인터넷망이 무선통신 영역으로 확장된 것,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이동성이 중시된 점 등이다. 더불어 시장 경제는 단순 IT 관리에서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IT로의 변화, 신흥 시장,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 소셜 네트워킹,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 속도 향상 등으로 바뀌었다.

챔버스 CEO는 지난 20년간 시스코가 변화해온 과정을 예로 들며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라우팅 및 스위칭 기술을 제공하는데 집중했다면서 시장의 변화에 따라 패킷, 모바일, 가상화, 비디오, 애니 디바이스에서 이제는 ‘사물인터넷’으로 그 관심을 옮긴 것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기기 확산에 따른 BYOD 트렌드를 안전하고 일관성있게 지원하는 것도 관건이라 언급했다. 또 기업안팎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과 네트워크에 안전하게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이후에도 계속될 기술 변화를 앞서 제시하는 게 시스코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IT 환경에서 기초를 이루는 산업'이라며 밝힌 시스코의 집중분야는 ▲라우터와 스위치 ▲데이터센터 ▲협업 ▲비디오 ▲비즈니스 변화, 5가지다. 이가운데 그가 손꼽은 지난해 최대 흐름은 'IT에서 비즈니스테크놀로지(BT)로의 변화'다. CEO들이 기술을 비즈니스 혁신과 생산성 향상 도구로 여기며 기업성장을 돕는 IT에 관심을 높이는 추세를 가리킨다. 올해는 이를 확장한 '엔드투엔드 BT 전략 파트너십'으로 요약된다.

챔버스 CEO는 시스코도 그에 대응해 조직구조와 기술 투자 부문에 변화를 감행했는데 일례로 협업 분야는 과거 6~7개 기술 아키텍처가 있었는데 불과 1년만에 이를 하나로 통합했다며 시장 변화에 따라 기업의 집중분야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만이 선두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선 시스코가 경쟁해온 기업들이 5~6년 단위로 크게 달라진 도표가 제시됐다. 1990년 초부터 명멸한 경쟁사들의 목록이다. ▲1990~1995년 IBM, 쓰리콤(3Com), 웰플릿, 프로테온, 신옵틱스, ACC, DEC ▲1996~2000년 베이네트웍스, 어센드, 쓰리콤, 뉴브릿지, 포어, 자일런, 케이블트론 ▲2001~2007년 알카텔, 에릭슨, 지멘스, 파운드리, 익스트림, 노텔, 리버스톤, 루슨트, 주니퍼, 레드백, NEC ▲2008~현재 HP, 주니퍼, 마이크로소프트(MS), 체크포인트, 아리스타, 아루바, 리버베드, 어바이어, F5네트웍스, 쇼어텔, 델, 화웨이, 포티넷, 브로케이드, 폴리콤 등이 꼽혔다.

표를 제시한 챔버스 CEO는 지난 30년간 시스코가 경쟁해온 기업들은 한때 성공가도를 달리다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존재가 미미해진 기업들이라며 30년간 시스코 경쟁사가 수도없이 자주 바뀌었는데, 말하고싶은 부분은 시스코가 잘해왔다는 게 아니라 변화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변화하기 위해선 유연한 기업문화도 필요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5년간 시장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점은 시스코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화를 위한 3개 동력-표준화

챔버스 CEO는 외부 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들 스스로가 혁신을 주도하고 더 빨리 변화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더불어 시스코가 1990년부터 유지해왔다는 3가지 혁신방법, 외부 역량을 사들이거나, 만들거나, 협력사 도움을 받는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인수합병을 시도한 기업 90%가 실패를 맛보지만 시스코는 150여개 회사를 사들였고 현재 수익 3분의 1을 만들어낼 정도로 키웠다. 확보한 기술을 기존 집중분야에 맞게 통합하는데 주력하는 게 요령이란다. 또 회사는 1만1천769개 특허를 보유했다. 기술개발에 시스코 엔지니어 2만명이 동원하며 연구개발 투자비로 연수익 13%를 쓰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강조한 결과다. 이밖에 시스코는 EMC, VM웨어, 시트릭스, 액센츄어 등 많은 기업과 손잡아 혜택을 얻어왔다고 챔버스 CEO는 덧붙였다.

더불어 그 혁신의 결과물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케이터 ID 세퍼레이터 프로토콜(LISP)'을 예로 들며 업계 상황보다 5년쯤 앞선 기술을 선보이면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표준화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고 밝혔다.

■서비스사업자-기업을 위한 시장전략

시스코의 목표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도전과제를 풀어낼 해법으로 통합된 제품, 서비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구축된 인텔리전트 네트워크와 기술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 CEO와 공공기관 정책입안자들이 다루는 사람, 조직, 프로세스로 이뤄진 '비즈니스아키텍처'상의 전략을 조직내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다루는 데이터, 기술, 제품으로 이뤄진 '컨트롤포인트' 영역에서 풀어내는 것이다.

서비스사업자들을 상대로는 모빌리티, 비디오, 클라우드, 수익화, 서비스창출 속도, 5대 과제를 풀기 위한 4단계 전략으로 '혁신, 수익화, 최적화, 탁월한 운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시스코 솔루션으로 데이터센터와 인텔리전트 네트워크와 클라이언트 액세스 영역별 솔루션이 제시됐다.

기업들을 상대로는 기술분야에서 CIO가 시스코의 스마트솔루션을 활용하고 사업분야에서 CEO와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들이 시스코의 검증된 네트워크 기술과 파트너 역량을 도입하도록 해나간다. 이를 위한 인텔리전트 네트워크 아키텍처는 ▲보더리스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협업 솔루션, 3대 기술을 '시큐어X' 보안 플랫폼으로 제공하면서 ▲스마트서비스, IPv6,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와 API, 시스템테스트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여기에 기업망과 서비스사업자 인프라와의 교차점을 아우르는 관리 기술 및 정책을 포함한다.

특히 최근 업계 화두로 떠오른 SDN은 시스코에게도 차별화를 위해 대응할 키워드로 제시됐다. 자사의 수직통합된 네트워크 장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 가운데 전송계층이나 네트워크서비스나 관리와 오케스트레이션은 여전히 기존 경쟁력을 지켜내면서 SDN이 데이터 영역과 제어 영역에 다층적으로 프로그래밍가능한 기술을 제공할 것이란 구상이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전략 가속

이날 시스코는 챔버스 CEO의 기조연설에 앞서 클라우드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더 빨리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클라우드 커넥티드 솔루션'을 소개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신속한 채택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라우팅 플랫폼과 WAN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중요 기준점이라는 판단에서다. 회사가 IT의사결정자들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옮기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그에 알맞은 네트워크를 꼽았다는 설문 결과를 인용해 이를 뒷받침했다.

클라우드 커넥티드 솔루션은 클라우드를 지원하는 라우팅, 광역네트워크(WAN) 최적화플랫폼, 사용자들이 안전하게 클라우드서비스에 접속케 해주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포함한 클라우드커넥터스로 구성되며 다음 요소들을 포함한다.

클라우드커넥터스는 서비스 사업자들과 채널 협력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 소프트웨어 기술로 묘사된다. 통합서비스라우터(ISR) G2 플랫폼에 투입돼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성능, 보안, 가용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클라우드지원플랫폼으로 일종의 가상라우터인 시스코 '클라우드 서비스 라우터(CSR)'가 등장했다. 이는 기업들이 그 가상사설망(VPN) 환경을 클라우드로 확장시킬 수 있게 해준다. 시스코는 기존 '애그리게이션 서비스 라우터(ASR)' 플랫폼을 확대해 'ASR 1002-X 라우터'를 선보였다. 더불어 단일 브랜치 플랫폼에 다양한 서드파티 서비스를 호스팅함으로써 그 인프라를 활용한 딜리버리가 가능한 'ISR G2 기반 시스코 UCS E시리즈 서버 모듈'더 소개했다.

또 시스코 '애플리케이션 비저빌리티 앤드 컨트롤(AVC)'과 '앱내브(AppNav)', 2가지는 기존 라우팅과 WAN 최적화 플랫폼 용량을 늘려 더 나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하는 신기술로 묘사됐다. AVC는 'ISR G2 기반 시스코 UCS E시리즈 서버 모듈'과 함께 시스코 ISR과 ASR플랫폼에 통합돼 네트워크상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한다. 앱내브는 시스코의 '광역애플리케이션서비스(WAAS)' 어플라이언스를 단일 리소스 풀로 통합해 중앙 컨트롤러로 관리해 준다. 기존 시스코 광역가상화엔진(WAVE) 어플라이언스에 하드웨어 모듈 또는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라우터에 소프트웨어 형태로 설치할 수 있다.

■신제품 라우터-서비스와 출시 일정

시스코 클라우드 커넥티드 솔루션에 기반한 신제품은 ▲CSR 1000v ▲앱내브를 적용한 시스코 WAAS 5.0 ▲시스코 ASR 1002-X 라우터 ▲시스코 '호스티드 협업서비스(HCS)'와 웹보안서비스 '스캔세이프'와 음성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 지원을 위한 '시스코 UCS-E시리즈 기반 씨테라 스토리지커넥터용 클라우드커넥터' 등이다.

CSR 1000v는 가상 폼팩터로 시스코 네트워크, 보안서비스를 클라우드에 구축한다. 기업은 네트워크를 클라우드로 확장 가능하고 서비스 업체는 서비스형네트워크(NaaS)를 운영할 수 있다. 시스코 WAAS 5.0는 기업규모에 따라 확장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보장하며 보안성도 높여 준다.

시스코 ASR 1002-X 라우터는 기업 WAN 성능을 최대 7배 늘리고 WAN엣지, 인터넷엣지, 매니지드서비스 환경에 이용 가능한 36Gbps급 업그레이드모델을 지원한다. 회사는 클라우드엣지 구축환경에 ASR 1000시리즈용 포워딩프로세서 ESP-100G를 내놨고 IPSec표준 기반 '사이트간VPN'과 원격VPN 보안을 위한 '플렉스VPN'도 공개했다.

CSR 1000v와 ISR G2 기반 시스코 UCS E시리즈는 올 4분기 출시된다. ASR 1002-X 라우터는 오는 9월부터 시판된다. 나머지 제품들은 모두 즉시 판매된다.

프라빈 아키라주 시스코 서비스 라우팅 테크놀러지 그룹 수석부사장은 “시스코 클라우드 커넥티드 솔루션은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라우팅의 기능을 높여 WAN 아키텍처를 재정의하려한다며 이로써 고객들은 뛰어난 클라우드 접속성은 물론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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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자사 엔터프라이즈 라우팅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 78.6%를 점유하고 50만 이상 고객을 보유해왔으며 새롭게 소개된 클라우드 커넥티드 솔루션을 더함으로써 WAN 시장의 대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신이 이뤄내는 것(What You Make Possible)'이란 주제를 내건 시스코라이브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흐름을 기술과 시장 경제 측면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과 혁신의 조화'를 자사 네트워크 역량에 녹였음을 강조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