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블랙박스가 블루오션"...너도나도

일반입력 :2012/06/12 13:47    수정: 2012/06/12 15:36

손경호 기자

심각한 양극화현상을 겪고 있는 국내 시스템반도체(SoC)팹리스 기업들이 블랙박스 시장에 속속 모이고 있다.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향후 몇년간 꽤 안정적인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기존의 영상·이미지처리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아로직(대표 서광벽)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 분야에 주력한 결과 블랙박스용 칩과 모듈 매출이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천400%나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12일 팹리스업계에 따르면 코아로직의 성장세에 자극받은 엠텍비젼·넥스트칩 등 SoC 팹리스 기업경쟁사들이 하반기 중 VGA급은 물론 풀HD급 칩셋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어서 치열한 시장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블랙박스용 SoC 시장이 대기업이 접근할 만큼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데 비해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기술로 새로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팹리스, 블랙박스 시장 진출 왜?

블랙박스용 칩셋시장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처럼 거대개발비가 요구되지 않는데다, 휴대폰 카메라용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 내비게이션,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처럼 포화시장도 아니어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 지난 해 국내 블랙박스 판매규모는 약 100만대였다. 이 시장은 올해 150만~180만대, 내년에는 200만대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랙박스 제품 당 가격이 15만원에서 35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약 2천500억원대 시장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블랙박스용 칩셋 시장은 작년 블랙박스 매출의 약 6% 규모인 150억원 정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칩과 모듈을 합친 부품 시장이라고 해 봐야 블랙박스기기 매출의 10%인 약 250억원 시장이다.

블랙박스 제조사들이 칩은 물론 모듈까지 공급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아 팹리스 기업들은 칩셋과 모듈 부문에서 모두 매출을 내고 있다.

■칩에서 모듈까지 매출 성장세

이들 기업 중 선발업체는 코아로직으로 “지난 해 국내 시장에서 공급량 기준으로 약 50%~60% 가량의 칩셋 및 모듈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VGA급에서 제이드를, HD급에서 루시라는 이름의 칩셋을 판매 중이며, 연내 풀HD를 지원하는 팔코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영상보안시장에 칩 솔루션을 공급해 온 넥스트칩(대표 김경수) 역시 블랙박스 업체들에게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와 코덱칩 등을 통합한 SoC 초도물량을 공급했다.

김경수 넥스트칩 사장은 “블랙박스가 기존에 VGA급 저화질 제품이 주류를 이루다가 현재는 차 내부 환경까지 기록할 수 있는 2채널 풀HD급으로 바뀌고 있다”며 “주로 고화질 제품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엠텍비젼(대표 이성민)도 블랙박스를 포함한 차량용 영상기록장치(CDR) 부문에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지난 4일 경기도 분당구 삼평동 본사 사옥에서 올해 사업계획 설명회를 갖고 “VGA급에서부터 풀HD까지 지원하는 풀 라인업을 확보했으며 내달 중에 매출을 내기 시작해 3분기 이후에 본격적인 매출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시장 진출 타진…타이완·중국 팹리스 걸림돌

업계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타이완 등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도 블랙박스 칩셋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에서도 블랙박스 시장이 늘어나고 있고, 미국 네바다 주에서는 택시에 블랙박스 탑재를 의무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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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타이완·중국 내 현지 팹리스 기업들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경수 사장은 “블랙박스용 칩셋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나 평균 10달러 초반대 가격을 이루고 있는 비싼 제품이나 타이완·중국 기업들이 2% 부족한 성능을 가격경쟁력으로 보완하는데 유능한 만큼 우리나라 SoC 팹리스 기업들이 경쟁하기 쉽지 않을 분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