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발칵’…방통위 ‘뒷북’...왜?

일반입력 :2012/06/05 14:47    수정: 2012/06/05 17:36

카카오가 4일 아이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m-VoIP(보이스톡) 베타테스터를 모집한다고 공지하면서 이동통신3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동통신3사는 이날 오후 9시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공식입장을 내놓고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도입 이전에 망 고도화, 통화품질 확보, IT산업발전과 이용자 보호대책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통3사는 “m-VoIP는 이동통신사의 투자를 위축시켜 서비스품질 하락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요금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라며 “m-VoIP의 확산은 산업발전과 이용자편익 등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통사, 요금인상 초강수 카드 꺼낼까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메시지(SMS)의 급격한 추락을 경험한 이동통신3사는 m-VoIP의 등장이 음성통화를 대체, 수익에 급격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이통사가 수익감소를 우려하며 ‘요금인상’을 운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이통사 고위 임원은 “청소년 요금제에는 SMS 1천건이 제공되는데 과거에는 청소년들이 이것이 모자라 다시 충전해 썼다”며 “하지만 지금은 충전해 쓰는 이들이 거의 없고, m-VoIP가 허용되면 SMS처럼 음성시장이 붕괴되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는 1위 통신사인 KPN이 스카이프의 m-VoIP를 차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망중립성 법안이 만들어졌다. 해당 법에는 통신사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별도의 요금을 부과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토록 했다.

이에, KPN을 비롯해 보다폰, T모바일 등은 국내 이통3사와 같이 “투자 위축과 모바일 데이터의 요금인상을 야기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지난해 9월 KPN을 시작으로 데이터 요금 인상과 단말 보조금을 축소했다.

■이통사 “투자는 늘고 수익은 줄고”

이 같은 이통사와 인터넷업체 간 갈등은 유선을 시작으로 모바일까지 네트워크 기반이 IP화, 광대역화 되면서 비롯됐다.

통신사들은 서비스 경계가 사라지면서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영역에 대한 기득권이 위협받고, 융합서비스와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증가로 투자는 늘어났지만 과거와 같이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다고 분석한다.

이달 초 KT의 이석채 회장은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 “3년 새 데이터가 153배나 폭증했다”며 “투자가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무임승차업체의 등장과 인터넷 분야의 경쟁자 출현이 통신사 고유의 수익 공식을 무너트렸다”고 말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반면, 인터넷업체들은 “망중립성 논의가 무인승차론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진다면 생태계 발전 측면에 유용하지 않다. 그동안 망중립성 논의가 진통을 겪었던 것도 투자분담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m-VoIP에 대한 차단이나 차별금지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5만4천원 이상 요금제를 쓰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m-VoIP가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이유로 언제든 차별‧차단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늦장 정책 화 키워

이처럼 통신사들은 폭증하는 유무선 트래픽에 대한 공동 부담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으나 지난 연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m-VoIP 정책 결정은 제외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에서 최대 현안인 m-VoIP 정책 결정이 빠져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때문에 건국대 권남훈 교수는 “향후 인터넷 비즈니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망중립성 정책은 족쇄가 될 수 있다”며 “차라리 m-VoIP나 스마트TV에 대한 문제를 먼저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구성된 망중립성 포럼 내 m-VoIP 전담반에서는 각 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더딘 진도를 나가고 있다.

한 포럼 내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자리에서 서로 소속된 업계 주장을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고 나면 논의할 시간조차 없다”며 “지난달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도 본사 이전을 계기로 제주도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 간 갈등의 골이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는 데는 방통위의 책임이 크다. 이미 지난 2008년 와이브로에 010 식별번호 사용을 허용했을 때부터 m-VoIP의 역무구분 등의 이슈가 불거졌음에도 방통위가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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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IPTV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m-IPTV와 m-VoIP에 대한 정책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당한바 있다.

포럼 내 또 다른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방통위가 망중립성 포럼을 통해 이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대선, 정부조직 개편 등의 이슈를 앞두고 있어 어렵다고 본다”며 “더욱이 현재 포럼의 운영 형태로는 결론을 만든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