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NXP의 모바일혁명...NFC칩으로 성큼

일반입력 :2012/06/04 10:33

손경호 기자

#김 대리는 당황했다. 영화관에 다 와서야 지갑을 두고 온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와 약속한 데이트가 물 건너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들고 왔다. 상영관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댄 채 좌석을 확인하고 결제확인을 누르자 완료메시지가 뜨고 바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미리 알아둔 맛집에서도, 근처 커피숍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모든 결제를 완료했다. 마일리지도 자동으로 적립됐다.

스마트폰이 지갑이 되는 시대. 멀기만 할 것 같았던 모바일 결제 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비밀의 열쇠는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작은 ‘칩’ 하나다. 근거리무선통신(NFC)칩 기술이 나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NXP는 이 작은 칩을 처음으로 개발해 지금껏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삼성도 구글도 노키아도 NFC=NXP

NXP는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3는 물론 구글의 넥서스S와 소니에릭슨·노키아의 제품을 포함해 전 세계 130여개 이상의 스마트폰·태블릿 제조사들에게 NFC칩을 공급 중이다. 아직까지 NFC기능을 탑재한 폰을 내놓지 않은 애플을 제외하고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모든 스마트폰이 NXP의 NFC를 거쳐 간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소니와 공동으로 NFC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13.56메가헤르츠(MHz) 주파수를 사용하는 NFC칩은 10cm 이내 스마트폰이 전자지갑·열쇠·메모리카드 등으로 변신하게 한다.

기술 아이디어를 낸 지 2004년 NXP는 소니와 함께 NFC포럼을 결성, NFC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2월27일부터 3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2에서는 ▲앱노트와 연동된 NFC기능을 구현하는 터치어노트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포스퀘어 ▲주차정산용 모바일 지급결제인 페이바이폰 ▲모바일 키 솔루션을 공급하는 오픈웨이스 등과 함께 실제 NFC가 구현하는 세상을 소개했다.

올해는 NFC기능을 탑재한 폰이 1억1천500만대에 이르고 3년 뒤에는 무려 7배에 달하는 7억3천만대의 폰이 광범위하게 NFC기능을 사용할 것으로 이 회사는 추산했다.

실제로 ABI리서치는 2015년까지 약 절반가량의 스마트폰이 NFC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S리서치는 또한 작년에 NFC기능을 탑재한 폰은 3천500만대가 팔렸으며 올해는 두 배 이상인 약 8천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슨 기술로 어떤 기능 하길래?

가장 최근에 갤럭시S3에 탑재된 칩(제품명 PN65)은 동급 최고의 성능을 낸다고 회사는 자신했다. 이 칩은 구글의 전자지갑인 ‘구글월릿’ 기능을 가진 넥서스S 등에도 사용됐다. 이외에도 PN544와 같은 칩이 광범위한 제품에 적용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NXP는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일종의 지갑처럼 사용되는 시점에서 보안은 가장 중요한 기술요소의 하나다. 회사는 모바일 티케팅을 지원하는 마이페어 클래식(MIFARE Classic)과 함께 마이페어4모바일(MIFARE4Mobile)이라는 기술을 마련했다.

마이페어4모바일은 기존보다 보안기능을 강화한 스마트MX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모바일 결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폭넓게 쓰이고 있는 이 기술플랫폼을 일종의 NFC기술표준으로 자리 잡도록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카드사·이동통신사들과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NFC 생태계 잡기 나서

우리나라는 작년 3월부터 정부가 이동통신사업자·스마트폰제조사·신용카드회사 등 관련기업들을 모아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라는 협의기구를 구성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이 협의기구는 작년 11월부터 3개월 간 명동에 NFC존 시범사업을 벌여 마트·편의점·커피숍·주유소·백화점 등 9개 대형업체, 2만 2천여개 가맹점들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GS25·훼미리마트 등 편의점과 SK에너지·GS칼텍스 등 주유소, 홈플러스·롯데마트·롯데백화점, 스타벅스 등에서는 모두 NFC기능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이동통신사드르이 움직임도 활발하다. KT는 올레마이 월릿 서비스를, SKT는 T스마트 월릿, LG유플러스는 T-머니 서비스를 각각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NFC생태계가 널리 조성될수록 1위 칩공급기업인 NXP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셈이다.

■NXP 효자 사업 'NFC'

지난 2006년 필립스의 반도체 사업부가 분사하면서 창립한 NXP는 이밖에도 ▲첨단 라디오주파수 ▲아날로그 ▲전력 ▲인터페이스 ▲보안 ▲디지털 프로세싱 분야의 입지를 바탕으로 고성능 혼합 신호 및 표준 제품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동차, 사용자신분확인(ID), 무선기반시설, 조명, 산업, 모바일 가전,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한 분야에 칩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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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출은 42억달러로 이중 NFC칩을 포함한 아이덴티피케이션(Identification)부문에서 전년보다 19% 증가한 6억9천8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오토모티브나 무선인프라, 모바일 및 컨슈머·컴퓨팅 사업부문에서 전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NFC칩은 회사 내에서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에는 9억7천900만달러 제품매출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6.8% 감소했으며, 전체 영업이익은 5천5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49.1% 줄었다. 그러나 NFC칩을 포함한 아이덴티피케이션(Identification) 부문에서는 1억8천700만달러 매출로 전년동기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