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SK하이닉스, 모바일 날개 ‘훨훨’

일반입력 :2012/05/31 11:25    수정: 2012/05/31 16:23

송주영 기자

“하이닉스는 휘몰아치는 폭풍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외롭고 힘든 역경 속에 끝까지 굴하지 않고 메모리 업계 2위가 됐습니다. 기술진, 노동조합 등이 모두 합심해 하이닉스의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3월 하이닉스에서 SK하이닉스로 새로이 출발하는 하이닉스반도체 이천 공장의 새로운 출범을 알리는 행사장. 이 날 권오철 사장은 결코 녹록치만은 않았던 채권단 체제하의 경영환경, 반도체 치킨게임을 무사히 헤쳐나온 회사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표현하며 새출발을 다짐했다.

이날 격려사는 “반도체 기술, 산업이 더 어려워지며 상위업체의 성장 가능성은 더 커졌다”며 “반도체의 길을 바보처럼 우직하게 가자”는 말로 매듭지어졌다. 행사장 분위기에는 이제는 더 홀가분하게 전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로 거듭난 하이닉스는 그간 반도체의 길을 꾸준히 걸으면서 결코 바보처럼 우직하게만 있지는 않았다. 발 빠르게 IT 변화에 대응했고 성과를 이어왔다.

■치킨게임을 견뎌내고 힘, 모바일 향한 발빠른 대응

일본과 타이완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져 갈 때 은인자중하며 살아나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온 하이닉스의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이닉스는 모바일화, 스마트화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고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온 기업이다. 최근 몇년 새 모바일 시장에서 빛을 발하더니 지난 해 모바일D램 시장점유율은 24.6%로 세계 2위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변치 않는 강자의 면모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SK하이닉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면서 모바일 시대에 맞는 더욱더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을 갖춘 기대주 반도체 기업임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매출구조를 보면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 CIS 등 ‘모바일 솔루션’ 비중은 40%다. 4년 후인 2016년에는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스마트폰, 울트라북의 성장에 따른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나 SSD와 같은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에도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모바일 시장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09년 4분기 모바일D램 부문에서도 엘피다를 제치고 처음으로 2위에 등극했다.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모바일 분야 비중 확대를 계획하고 지난해는 모바일 시대를 맞은 ‘메모리 신성장 시대’를 내세우며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컴퓨팅에서 모바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며 틈날 때마다 모바일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모두 모바일 생태계 안에 있으므로, 모바일 진화 방향을 함께 이해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설 투자 4조2천억원 중 낸드플래시 투자에 절반이상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이로써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낸드플래시 투자가 D램을 앞설 전망이다.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패권을 노린다

낸드플래시는 태블릿,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많이 활용되는 메모리 제품으로 앞으로의 성장성이 더 기대된다.

SK하이닉스가 PC용 메모리 시장 성장 정체 시기에도 모바일 메모리 업체로 다시 한 번 주목 받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기의 출하량은 스마트폰이 4억5천만대, 태블릿은 6천5백만대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PC 출하량인 3억4천만대를 1억대 이상 초과했으며 앞으로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PC 부문에 있어서도 모바일 기기의 장점을 갖춘 울트라북의 성장이 본격화됐다. PC용 D램 뿐만 아니라 모바일D램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SSD 채용도 가속화돼 낸드플래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기기당 탑재되는 메모리의 용량도 커질 전망이다. 모바일D램의 평균 용량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스마트폰의 경우 0.3GB에서 1.2GB, 태블릿은 0.3GB에서 1.9GB로 확대되며 연평균 각 44%, 6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앞으로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분야에서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러한 코스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간 시너지효과 주목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대주주로 맞아 들여 SK텔레콤과의 아주 자연스런 연계성을 그리는 등 모바일 생태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최대 이통사의 영향력과 결합할 수 있는잠재력 확보는 치열한 모바일상태계에서 그 어느 회사도 쉽게 갖기 힘든 큰 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존 SK텔레콤과의 협력관계에 있는 업체들과의 자연스런 교류도 SK가 새로 확보하게 된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역시 지난 2월 열린 MWC 2012 행사장에서 “고객을 잘 아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상품기획 능력, 반도체 개발능력으로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는 처음으로 MWC2012에서 모바일 제품을 세계 모바일 업계에 선보이기도 했다. SK텔레콤과 동반 참가해 20나노급 4Gb DDR3 D램, 30나노급 4Gb LPDDR3 D램, 스마트카용 30나노급 4Gb DDR3 컨슈머 D램과 eMMC 낸드플래시 등 ‘스마트 모바일 솔루션’ 시장 확대를 위한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업체인 SK텔레콤과 모바일 생태계 활용 등 시너지 효과로 모바일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올해는 양산을 시작한 30나노급 LPDDR2 모바일D램과 20나노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지속 확대하고 20나노급 4Gb LPDDR2 모바일D램 역시 3분기 양산에 돌입하는 등 모바일 분야에서 해외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확대하고 업계 선두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기존 ‘모바일 마케팅그룹’에서 낸드플래시와 CIS 부문을 별도의 그룹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는 등 모바일 시장에서 위상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건전한 재정적 토대가 또다른 버팀목

SK그룹 편입 이후 재무적 안정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은 SK하이닉스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또다른 종류의 엄청난 자산이다.

당장 모바일 시장 확대 등 다양한 전략 수행에 필수적인 지속적 투자와 우수인력 확충이 한층 용이해졌다는 점은 발전가능성을 한층더 높게 만들어 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기회 있을 때마다 SK하이닉스를 방문하고 “반드시 성공시켜 그룹의 성장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지원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고객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 개발 및 공정 전환으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에 힘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은 20나노 D램 상반기 양산 계획을 밝히며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여가는 동시에 M램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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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메모리업체답게 해외 업체와 D램 미세공정 격차를 벌린 SK하이닉스는 1위 업체와의 미세공정 격차를 줄이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HP, 도시바 등과 차세대 메모리 개발 사업을 함께 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