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 앱개발, '메트로스타일'로 가야 할 이유

일반입력 :2012/05/24 08:37    수정: 2012/05/24 08:43

마이크로소프트(MS)는 ARM 기반 윈도 단말기의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개발자들이 모바일과 데스크톱을 통합해줄 사용자인터페이스(UI)로 제시한 '메트로UI' 환경에 집중해주길 바란단 얘기다.

MS가 x86과 ARM 버전으로 각각 개발중인 차세대 윈도 운영체제(OS)는 겉모습이 동일한 메트로UI와 기존 데스크톱UI를 품었다. 이가운데 메트로UI에서 돌아가는 일명 '메트로스타일 앱'들은 프로세서가 x86이든 ARM이든 가리지 않고 윈도8 컴퓨터에 모두 호환된다.

그런데 데스크톱UI를 쓰는 기존 윈도 앱은 x86 프로세서 장치에서만 돌아간다. 여기까진 이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단 기존 x86 윈도 앱은 ARM에서 곧바로 실행할 수 없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MS가 '윈도RT'라 부르는 ARM 윈도 환경도 x86 '윈도8'과 비슷한 데스크톱UI를 제공하긴 한다. 다만 여기서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들은 모두 MS가 직접 만들어 담는 것 뿐이다. MS는 윈도RT를 품은 태블릿 단말기에 '오피스15' 앱을 포함해 기존 윈도 데스크톱UI 프로그램을 일부 지원하기로 예고했다.

MS가 직접 만들지 않은 x86 윈도 앱을 ARM 환경에서 곧바로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해당 개발업체가 코드를 고쳐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정도가 많이 다르지만 앞서 x86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32비트 전용 윈도에서 64비트 환경으로 넘길 때 생기는 호환성 문제도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대응할 수 있었다.

■ARM 데스크톱 브라우저, IE만 허용하는 것은 부당 글쎄?

주의할 점은 MS의 ARM 데스크톱 앱 개발 제한 정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x86 데스크톱UI 앱을 ARM 환경으로 마음대로 가져올 수 없게 돼있는 것이다. 앞서 모질라와 구글이 각자 윈도8 메트로스타일 버전의 브라우저를 내놓기로 예고하면서 불거진 시비도 그런 사례다.

이달초순 모질라는 윈도8용 메트로스타일 파이어폭스를, 구글은 윈도8용 메트로스타일 크롬을 만들 계획을 언급했다. 현재 x86 윈도에서 데스크톱용으로 제공되는 파이어폭스, 크롬 브라우저에 더해 메트로UI를 채택한 앱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x86 윈도8이라면 모두 가능하지만 ARM 윈도로는 메트로UI로 만든 파이어폭스, 크롬만 설치해 쓸 수 있다.

미국 지디넷은 ARM 윈도 환경에선 대부분의 앱이 메트로 디자인을 적용한 시작 화면에서 돌아가도록 지정될 것이라며 윈도RT 데스크톱 환경에서는 ARM 환경에 맞춘 오피스 버전을 포함해 손에 꼽을만한 앱들만이 돌아갈 것이라고 썼다.

모질라는 그 이유가 MS가 윈도RT 데스크톱 앱개발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자신들은 '클래식 환경'이라 부르는 데스크톱 앱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MS의 IE10만이 브라우저 사용자가 원하는 속도나 성능, 안정성, 보안성을 달성하는 기술을 쓸 수 있어 불리하다는 얘기다. 이 관점에 구글도 동조하는 상황이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잭 휘태커는 MS는 윈도RT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아이패드같은 회심의 한수를 던지는 중이라면서 태블릿 시장에서 거의 제로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여왔는데도 반독점 시비에 휘말리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MS가 높은 IE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유럽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은 후 윈도XP 때부터 데스크톱OS에 주요 브라우저 선택, 설치 기능 '밸럿 스크린'을 만들어 넣게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브라우저 전쟁으로 이해하면 '아니되오'

이 윈도RT에 대한 제약은 얼핏 떠오르는 '브라우저 전쟁'의 연장이 아니다. MS가 윈도RT 환경에서 데스크톱UI와 API를 제한하는 이유는 시스템과 앱의 안정성과 보안을 높이기 위함이다.

영국 지디넷 블로거 데이비드 메이어는 기술 저널리스트 팀 앤더슨의 기록을 인용해 솜씨가 교묘한 개발자는 메트로 앱의 샌드박스 환경을 벗어나 그 보안과 프라이버시보호 기능을 훼손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면서 이는 ARM기반 환경에서 더 엄격한 통제를 받도록 설계된 윈도RT보다 (기존 데스크톱 API가 돌아가는) x86 윈도8 버전에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썼다.

윈도RT는 데스크톱이든 메트로환경이든 IE10에서 액티브X와 플러그인이 돌아가지 않는다. 또 메트로스타일 앱은 기본적으로 애플 iOS에서 돌아가는 앱처럼 메모리 사용영역이 엄격히 제한되는 샌드박스 환경에서 작동한다. 애플처럼 외부 앱 기능을 통제해 보안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애플은 iOS용 타사 브라우저 앱이 내장 사파리 엔진만을 쓰도록 제한하며 기본 시스템브라우저로 지정될 수도 없게 했다. MS는 타사 브라우저 엔진을 제한하지 않으며 기본 시스템브라우저로 지정할 수도 있게 했다는 점에서 더 개방적이다. 둘의 공통점은 기본 브라우저가 타사 앱보다 플랫폼 자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모질라와 구글의 불만도 여기에 있다. 이들 불만이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한 애플을 향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MS는 x86 윈도8에선 과거 데스크톱 앱에 대한 하위호환성 지원 측면에서 남겨뒀다는 인상이 짙다. 또 ARM용 데스크톱은 태블릿 시장에 킬러앱으로 아껴둔 '오피스' 카드를 쓰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x86처럼 기존 프로그램을 돌리라고 만들어둔 건 확실히 아니다. 윈도8로 넘어오면서 데스크톱을 '메트로UI에 딸린 앱'이라 표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윈도용 앱을 개발자가 만들어 올리고 사용자가 내려받을 수 있는 윈도스토어도 본질적으로 메트로스타일 앱을 위한 공간이다. 윈도스토어에 메트로스타일 앱과 데스크톱 앱 모두 등록할 수는 있지만 그 의미가 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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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스타일 앱은 윈도스토어를 통해서만 유통되고 설치된 이후에도 자동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그 사용정보는 OS 사용자 계정과도 통합돼 다른 윈도 컴퓨터에 로그인해도 동일한 메트로 앱 환경을 되살려 쓸 수 있다.

반면 윈도스토어에 올라가는 데스크톱 앱은 설치파일을 내려받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공식 소개나 다운로드 페이지로 연결되게 넘겨주는 수준이다. 구입과 판매절차를 수행해주지 않을뿐더러 다른 컴퓨터에 갖고다니며 쓸 수 있도록 시스템계정과 연결될지도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