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 사장, 삼성-LG 찾아갔더니...

일반입력 :2012/05/16 16:20    수정: 2012/05/17 10:54

정현정 기자

KT스카이라이프의 3D 방송채널 중단이 가시화됐다. 신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적자 개선 기미가 없는 사업을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1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D 페이퍼뷰(PPV, Pay Per View) 채널을 우선 중단하고 실시간 채널은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순차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월1일 세계 최초로 24시간 3D 채널을 런칭한 이후 3D를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 온 스카이라이프가 2년여 만에 3D 사업 포기를 고려하는 이유는 수익 불균형이다. 지난 2년 4개월 간 제작비 등에 270억이 투자된 반면 돌아온 수익은 광고매출과 정부지원금을 더해 3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문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는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접어야겠다고 결정했다”면서 “비용을 줄여서 중소채널들의 제작지원에 도움을 주는 등 패러다임을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3DTV 제조사들을 향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찾아가 3D 채널 운영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스카이라이프의 3D 채널을 위탁해 운영하면서 3D 생태계를 붐업시켜달라는 취지의 부탁이었다.

문 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삼성에서는 3D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답변을 들었고 LG전자는 올해 경영상황이 어렵다면서 시간만 끌었다”면서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기에 정부도 산업 진흥에 대한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사업포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 사장은 이 같은 계획을 지난달 중순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으며 PPV 채널을 시작으로 중단 일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사장은 이날 케이블TV 사업자들을 향해서도 날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앞서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11일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티브로드를 업무방해·손괴·주택법 위반 혐의로 검찰고발했다. 그 동안 케이블 사업자들 주도로 이뤄진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불법성 논란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그는 “그동안 케이블TV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미래를 위한 투자는 등한시 한 채 투자비를 뽑기 위한 출혈경쟁에 몰두하면서 시장을 혼란시키고 망의 가치를 훼손했다”면서 “현재 케이블TV와 걸려있는 다수의 소송에서 물러나지 않고 앞으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스카이라이프는 콘텐츠 직접 제작보다는 플랫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할 예정이다. 최근 다음이 스마트TV 플랫폼으로 미디어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위성방송 플랫폼에서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융합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즈음 가시화될 예정이다. 가입자 규모도 연말까지 400만을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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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장은 “위성방송사업허가권 자체가 스카이라이프가 가진 독점적 가치”라면서 “이 같은 플랫폼의 가치를 어떻게 극대화시키고 차별화시켜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철 사장은 KBS 워싱턴 특파원과 YTN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하고 STG시큐리티 대표이사와 KT BS추진실장을 거쳐 지난 3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