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구글, 자바 소송 '갈수록 꼬이네'

일반입력 :2012/05/15 10:18    수정: 2012/05/15 10:27

자바 기술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놓고 오라클과 구글간 벌어진 소송전은 피해 산정을 위한 3단계 심리에 접어들었다. 양사는 저마다 권리 침해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설명하려 들면서 쟁점을 흐트려놓는 것처럼 비친다. 어쩌면 골치아픈 피해산정 단계를 건너뛰려는 속내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주말 오라클과 구글 양측 변호사들이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진행중인 재판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피해산정단계를 앞두고 더더욱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재판이 오히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바API 저작권도 건너뛰고 특허문제 다루려니…

양사 재판은 앞서 구글이 오라클 자바 언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언어(API)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느냐를 가리는 1단계 심리를 마쳤다. 오라클이 API저작권 개념을 주장하며 구글 안드로이드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는데 배심원 평결 이후에도 결론을 못 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며 자바API 37개를 참조한 수준은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반박이 얼마나 타당한지 가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재판은 구글이 오라클 자바에 담긴 기술 특허를 침해했느냐를 가리는 2단계 심리를 거치는 중이다. 쟁점은 구글이 자바 기술특허를 침해하려는 고의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라고 지디넷은 썼다. 그런데 적어도 양사가 함께 자리한 법정 안에서는 고의성이 있었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라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법정은 피해 내용에 초점을 맞춰 열릴 3단계 심리를 앞두고 직접적인 고의성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3단계 심리가 열릴 시기와 필요성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좌우된다. 그 하나는 앞서 지적한대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배심원이 구글측 주장인 '공정이용'의 유효성을 확신하지 못해서다. 다른 하나는 자바 가상머신(JVM)과 관련된 2개의 기술특허 침해 여부다. 구글이 JVM 관련 특허를 침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배심원 평결이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오라클은 피해산정을 위한 3단계 심리를 미루고 새로운 배심원단을 맞아들이려 시도했지만 담당판사 윌리엄 앨섭은 해당 요청을 기각했다. 또다른 시도로 3단계 심리를 늦출 수도 있어 보인다.

■오라클 특허침해-고의성 입증 가능할까?

오라클은 특허 침해 혐의에 대한 구글의 고의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상당부분은 증인으로 참석했던 앤디 루빈 구글 모바일 담당 선임부사장이 과거에 구글 엔지니어 팀 린드홀름과 주고받은 이메일에 근거한다. 이 재판에서 둘 다 중추적인 역할에 놓인 인물이라고 지디넷은 평했다.

오라클이 구글의 특허침해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피해 배상 규모도 확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라클이 그걸 증명할 수 없다는 게 구글 입장이다. 구글측 주장의 핵심은 안드로이드와 '달빅 가상머신'이 오라클 특허와 무관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디넷 보도에 따르면 앨섭 담당판사는 오라클이 증거로 제시한 엔지니어 린드홀름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변호사 마이클 제이콥스에게 해당 이메일 내용이 미국특허 38104번이나 6061520번을 특정해서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2가지가 오라클이 구글의 침해 가능성을 시비중인 자바 기술 특허다.

여기서 38104번 특허는 2번 재발행(reissue) 됐다. 재발행 특허는 원특허에서 오류를 정정하거나 청구범위를 넓힐 때 출원하는 것이다. 오라클 특허가 재발행된 이유는 구글이 계속해서 그 유효성에 부분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지디넷은 설명했다. 제이콥스 변호사가 해당 특허 유효성 여부가 이 재판과 무관한 걸로 판단됐음을 상기시켰는데, 배심원들은 유효성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고 알더란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담당판사 피해규모 산정시 API저작권은 안 따질 것

앨섭 담당판사는 결국 침해 고의성 여부가 더 가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의성을 알아내기 위해 고려할 시기는 최대 소송이 제기된 지난 2010년 7월까지 관련 행위에 대한 것으로, 그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고려치 않도록 했다.

그는 고소가 들어간 이후에 대해서까지 다루게 되면 혼잡해질 것이므로 이 기간을 고려하지 않도록 한다며 우리는 배심원 지침에 따라 판결을 내리기 위해 소송 시점 이후 발생한 사건에 대해 고려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재판이 3단계 심리로 넘어가려면 최소한 1단계 과정에서 유보된 디컴파일 코드와 rangeCheck 메소드에 대한 부분이 설명돼야 하고 2단계 과정의 최대 쟁점인 2개 특허에 대한 책임성도 확정돼야 한다. 양측의 특허 관련 최후진술은 오는 15일(현지시각) 진행된다. 이후 배심원들은 평결 과정에 들어간다.

한편 3단계에서는 자바API 37개와 관련해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앨섭 담당판사는 예고했다. 그는 오라클이 권리를 침해한 구글에 발생한 이익을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워했다. 예의 '9줄짜리 코드'에 대한 피해 규모로 수십억달러 또는 수억달러 배상을 정당화하는 게 과도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