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시장, 전문업체가 강한 이유

일반입력 :2012/05/07 08:15    수정: 2012/05/07 11:57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은 지난 분기도 전문업체의 강세였다. 반면 통합인프라를 앞세우며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한 델, HP 등 종합IT솔루션업체는 정체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EMC는 지난해 4분기까지 32분기 연속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도 총판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을 통해 하이엔드 스토리지 시장 1위를 질주했다. 한국넷앱은 미드레인지 스토리지 시장에서 8분기 연속 매출목표를 달성하며 두자릿수씩 성장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델코리아, 한국HP 등은 스토리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서버업계의 강자로 통하는 두 회사지만 한국EMC, HDS 등과 경쟁에서 번번이 패배하면서, 지난달 회계연도 2분기 마감결과 뚜렷한 개선점을 보이지 못했다.

이들의 부진은 클라우드, 가상화 등 스토리지 시장 확대의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다. 전체 스토리지 시장은 서버와 달리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스토리지 구매자금은 전문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델코리아-한국HP, 스토리지 사업 주춤

델코리아는 2010년말 인수한 컴펠런트가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이엔드와 미드레인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으로 전략지점을 삼았지만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다. 하이엔드로 쓰기엔 부족하고 미드레인지로 쓰기엔 너무 고급이란 지적이다.

iSCSI 스토리지 이퀄로직도 주춤하다.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다수 확보했지만 수백명 규모의 소규모 프로젝트에 주로 채택됐다. VDI분야의 대형 프로젝트는 사실상 한국넷앱에 패배했다.

글로벌 매출만 봐도 EMC OEM판매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자체 솔루션의 성장률은 저조하다. '굿바이 EMC'를 외친 지 일년이 지나도록 스토리지 사업은 손실을 기록중이다.

한국HP는 2010년 본사의 3PAR 인수와 함께 스토리지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동시에 진행된 탈 HDS OEM 역시 함께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HP는 지난 2년동안 3PAR 인지도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40여곳의 고객사를 확보했지만 전체 한국HP ESSN 매출 가운데 비중이 크지 않다. 레프트핸드 P시리즈는 LG CNS의 1만 사용자 규모 VDI 프로젝트에 투입돼 주목을 끈 이후 예상에 비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두 회사의 성적표는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HP와 델은 작년부터 스토리지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EMC, HDS, 넷앱 등과 긴밀했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걸 감수했던 움직임이었다. 서버분야의 두터운 고객층에 기반해 기존 업체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역량, 서비스, 아직 부족한 통합의 혜택

한국HP와 델코리아의 관계자들은 스토리지란 분야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서버에 비해 기술이나 접근방식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든다. 오랜 시간 경험과 지식, 체계를 갖춘 전문업체가 강한 힘을 내는 분야라는 것이다.

한국EMC 관계자는 “스토리지는 점차 하드웨어로서 접근하기보다 솔루션 중심으로 접근하는 추세”라며 “안정적이고 성능을 극대화해 운영할 수 있는 스토리지 영역을 구축하려면 인력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토리지에 대한 조직의 역량이 전문업체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안정적인 설계나 여러 데이터 관리 솔루션 적용 등에서 스토리지에 특화된 고려사항이 많은데 직접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체계의 한계도 지적된다. 델코리아와 한국HP는 고객사에 서비스 지원 인력을 상주시키기엔 조직규모가 작다. 한국EMC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주요 고객사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체감 서비스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델코리아는 직접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어 면밀한 지원이 물리적으로 어렵다.

통합인프라란 특색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버와 스토리지를 통합해 공급하는 경우에 고객이 져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일벤더 선정을 꺼린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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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넷앱 관계자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단일 벤더로 구매했을 때 성능이 좋다 하더라도, 향후 서버를 교체하게 되면 기존 스토리지까지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오픈 시스템이란 입장으로 볼 때 통합인프라는 고객에 다가가기에 한계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HP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컨버지드인프라 제품군이 조금씩 판매되고 있으며, MS, SAP 등 애플리케이션 업체들과의 협력체계도 원활하다. 이와 달리 델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통합장비인 V스타트는 국내외에서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EMC, 넷앱 등이 시스코와 협력해 내놓은 V블록, 플렉스포드에 비해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