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커밍아웃’…등록제 실효성은?

일반입력 :2012/05/02 14:42    수정: 2012/05/31 08:57

정현정 기자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오는 20일 웹하드 등록제의 실질적 적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법 시행을 계기로 합법 다운로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상물보호위원회(FFAP, 이하 영보위)는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웹하드 등록제에 따르는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웹하드나 P2P 업체들은 그 동안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면서 신고절차만 거치면 영업이 가능해 그간 불법 콘텐츠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이들 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면서 오는 20일부터는 사업 심사 등록이 불가피해졌다.

사업자들은 ▲불법저작물 및 청소년유해매체물 유통방지 및 정보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고 ▲정보 유통의 투명성을 위해 컴퓨터 로그파일을 2년이상 보관해야하며 ▲불법·유해정보와 불법 저작물 유통모니터링을 위한 24시간 모니터링 요원을 배정하는 등 의무를 지게 된다. 만약 등록의무를 불이행한 부가통신사업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법 적용을 20일도 남기지 않은 2일 현재 전체 249개 웹하드 업체 중 5분의 1에 불과한 47개 업체만이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신청 후 약 20일의 등록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다수의 웹하드 업체들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의수 영상물보호위원회 위원은 “정부에서는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계도를 통해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없다”면서 “만약 불법 웹하드에 대해 이용중지 등 조치가 내려질 경우 이미 해당 업체에서 월정액이나 패킷을 구매한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웹하드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웹하드 등록제로 인해 신종 P2P 형태의 토렌트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로 인한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이러한 신종 서비스에 대한 규제책 마련도 미진한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을 건전한 저작물 유통 문화와 합법 시장 확대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위원회가 갤럽에 의뢰해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웹하드와 P2P를 통해 유통되는 온라인 불법복제물 시장 규모는 1천658억원에 달한다.

이대희 고려대 교수는 “웹하드 등록제는 영상 저작물을 적법한 경로로 유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불법 업체를 포함해 500여개 가까이 되는 웹하드를 블랙마켓(불법시장)에서 화이트마켓(합법시장)으로 나오게 하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노력 못지 않게 권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리자들이 적법 유통 경로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불법 경로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대희 교수는 “아이튠즈처럼 편리한 다운로드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모바일을 통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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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위는 개정안 발효를 계기로 합법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영상물과 관련해 산학연 관계자들의 공식 포럼을 결성해 범국민적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합법적인 영상물 시장 형성을 위한 ‘영상물 통합 데이터 센터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웹하드 업체들의 막판 눈치보기가 치열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처음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문화부, 저작권위원회와 공조를 통해 불법 저작물과 음란물 단속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