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의 '처음'과 '끝', 오라클·구글 대리전

일반입력 :2012/04/29 13:08    수정: 2012/04/29 13:59

자바를 놓고 불거진 오라클과 구글간 갈등이 결국 썬의 창립자와 마지막 최고경영자(CEO)까지 불러들였다. 안드로이드가 침해했다는 자바 특허 관련 법정싸움에 소환된 조나단 슈워츠 전 썬 CEO와 스콧 맥닐리 썬 창립자가 상반된 증언으로 양사 분쟁에 더욱 팽팽한 긴장을 초래했다.

미국 지디넷은 26일(현지시각) 오라클이 썬의 공동창립자를 증인으로 세워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썬의 마지막 최고경영자(CEO) 조나단 슈워츠의 증언을 본질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슈워츠 전 CEO가 오라클과 구글 소송이 진행중인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그는 자바 언어와 API에 대한 개방성을 옹호하며 오라클이 구글에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지적재산권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증언을 했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 썬이 오라클에 인수될 때까지 CEO로 일했고 현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업체 케어존 CEO를 맡고 있다.

슈워츠는 1990년대 중반 컴퓨팅 시장에서 독주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항해 등장한 자바가 기업시장에서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지극히 중요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자바 API를 개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썬이 장려했다는 취지로 어떤 언어가 널리 쓰이도록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 API들은 사람들이 그 플랫폼에 기반한 모든 기술을 활용하는 전체적이고 완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라클이 구글 안드로이드에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37개 자바 API가 해당 언어와 별개로 판매 또는 라이선스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물론 그런 적이 없다면서 자바API가 썬의 독점적인 자산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며 당시 우리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오라클이 그에 대응책으로 내세운 인물은 스콧 맥닐리 썬 공동창립자다. 이에 구글측 변호사 로버트 반 네스트는 법정에서 윌리엄 앨섭 판사에게 구글이 이 증언 시기를 오라클과 조율하려 했음을 배심원들이 알기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지디넷은 오라클이 8주간 진행을 예고한 재판 과정에 저작권 부분에 대한 최후진술(closing statement)를 앞둔 법정에서 맥닐리를 증인으로 세우려한 속내를 알아차리긴 어렵지 않았다고 평했다. 맥닐리는 오라클측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가 자바에 대해 '수많은 지적재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썬에게 극히 가치가 큰 대상'임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슈워츠가 증언을 마친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배심원들이 들은 증언은 이를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보이스 변호사는 과거 썬의 정책에 따라 자바와 호환성이 없고 자바라 부르지 않는 파생 버전을 구현하려는 회사에게 이를 허용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맥닐리는 우리가 시장에서 그런 일을 허용한 정책을 추구했던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지난 2007년 11월 슈워츠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발표 사건을 놓고 칭찬조로 블로그에 남긴 글에 관련해 질문하자 맥닐리는 고개를 떨구고 반쯤 웃으면서 읽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그런 블로그는 회사 정책상 공식적인 게 아니라 개인적인 내용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반 네스트의 반대 의사가 있었지만 보이스 변호사는 만일 자바와 호환되지 않는 버전을 허용해 썬의 경영체제에 불리할 수 있는 요소가 시장에 존재한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맥닐리는 긴 설명 끝에 그 영향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맥닐리는 자바 플랫폼이 호환성을 지속하도록 하는 게 기업 전략임은 명확했다고 말했다.

지디넷은 자바API를 포함한 기술이 이번 재판의 도입부터 중반까지 걸쳐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래도 최후진술까지 이르는 과정을 더 짧게 줄이려면 법정에 선 양측 당사자들이 전략상 더 신랄하고 개인적인 질문공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슈워츠는 이날 앞서 오라클 변호사 마이클 제이콥스와 열띤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제이콥스 변호사는 슈워츠가 썬의 마지막 CEO자격으로 있을 때 '잘린 것'인지 '사임한 것'인지를 놓고 시비했다.

반대심문 과정에서 반 네스트는 맥닐리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를 오라클 내부자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통해 오라클측 입장에 선 증인으로 만들려 했다. 시작하자마자 맥닐리가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구'냐고 묻자 맥닐리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놀란 듯한 태도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고 지디넷은 묘사했다.

더 나아가 반 네스트는 맥닐리에게 엘리슨 CEO를 '국가경제의 영웅'이라 지칭한 적이 있잖냐고 물었고 맥닐리는 맞다면서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면 누구든 국가경제의 영웅이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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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네스트는 또 맥닐리가 공항에는 정치인이 아니라 납세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서 새너제이에 있는 노먼 미네타 국제공항에 엘리슨의 이름을 따넣어야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사실을 들춰내기도 했다.

반 네스트는 맥닐리에게 지난 2010년 오라클이 썬을 인수할 당시 현금이 얼마나 생겼느냐고도 물었는데 정확한 액수는 답하기 어렵다며 대략 1억5천만~2억달러치 주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