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VS애플 전자책 충돌, 쟁점은?

일반입력 :2012/04/17 10:01    수정: 2012/04/19 10:30

남혜현 기자

애플과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을 놓고 사각의 링에 올라섰다. 서로 '반독점'이라 몰아붙이고 있는 가운데 '가격 책정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16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서 급격히 성장하는 전자책 시장을 놓고 애플과 아마존이 힘겨루기에 나섰다.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애플은 아마존이 출혈적 가격 인하로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도 그렇지만, 미국 역시 아직 '적정' 전자책 가격은 성립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출판사들이 직접 전자책 가격을 결정하고 수수료를 나눠 갖는 방식을, 아마존은 유통업체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스의 성공방식을 아이북스에, 아마존은 가격 인하를 통한 전자책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전자책 가격 책정, 애플과 아마존의 힘겨루기

최근까지 전적은 이렇다. 애플이 아이북스를 도입하기전, 즉 2년전만 해도 미국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의 '텃밭'이었다. 한 때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했으며 가장 큰 무기는 물론 가격이었다. 권 당 9.99달러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아마존은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시장을 독식했다.

상황은 애플의 등장으로 반전됐다. 애플은 주요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맥밀런, 사이먼앤슈스터, 해체트 북그룹, 펭귄그룹 등과 손잡고 '에이전시 모델'을 도입했다. 도서 가격을 출판사들이 정하도록 하는 대신 매출의 30%를 애플과 공유하자는 것이다.

도서 가격은 당연히 올랐다. 전자책 가격 하락을 우려하던 출판사들 중 일부는 애플의 방식을 선호했다.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60%까지 떨어졌다. 반스앤노블과 애플은 아마존이 잃은 시장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애플이 전자책 단말기로 명명한 태블릿 '아이패드'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아마존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것으로 비춰졌다. 지난해 연말, 손해를 보면서 199달러에 출시한 킨들파이어는 아마존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주는 산물이다. 시장은 단말기와 콘텐츠를 모두 갖춘 '빅 플레이어'의 경쟁으로 달궈졌다.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자 아마존 측이 선제 공격에 들어갔다. 지난 2010년부터 업계서는 유럽연합과 미국 법무부가 출판사들과 도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애플을 조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물론 이같은 예측은 사실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1일 애플에 전자책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주요 출판업체들과 가격 담함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애플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에이전시 모델이 오히려 아마존의 독점을 막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 했다는 주장이다. 애플 측 대변인은 최근 아이북스는 아마존의 독점을 깨고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스스로 애플리케이션 가격을 정하도록 한 것처럼 출판사들도 전자책 가격을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의 본질은 '시장 독점'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에 나서면서 애플과 같은 배를 탔던 출판사 중 세곳은 백기를 들었다. 하퍼콜린스와 해체트 북클럽, 사이먼앤슈스터 등은 아마존과 손잡을 수도, 애플과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의 소송 제기로 상황은 아마존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의 주장에 따르면, 아마존 같은 유통업체들은 전자책의 가격의 할인폭을 마음대로 책정할 권리가 있다. 심지어 '한 푼도 남기지 않으면서' 전자책을 팔 수도 있다. 예컨대 한 권에 1만원짜리 책에 아마존이 받는 판매수수료가 3천원이라면, 이 3천원을 모두 할인해서 내다팔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은 소비자들로선 환영할 만이다. 그런데 애플을 비롯한 일부 출판업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당장은 전자책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더라도, 결국은 아마존이 시장을 독점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자책 가격을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내려버린 다음, 독점 시장을 만들어 버릴 경우 다른 유통업체나 출판사들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이와 관련 미국 씨넷은 12~14달러에 판매되던 전자책을 당분간 9.99달러에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아마존은 확실히 전자책의 가격을 얼마에 책정하고 어떻게 팔아야 할지 알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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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에이전시 모델도 '독점'을 노린다는 측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매출의 30%를 애플과 공유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통업체는 드물다. 애플 아이북스 모델은, 결과적으로 단말기의 힘을 기반으로 아이튠스처럼 아이북스만 살리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두 거인들의 싸움에서 확실히 배제된 곳은 중소규모 출판사들과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다. 누가 이기던간에 생태계 구성원들 다수는 울며 겨자먹기로 논의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신간을 비롯한 베스트셀러의 전자책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전체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이 조건이 독이 든 사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