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IT 중소기업, 잘 나가는 비결 물었더니..

일반입력 :2012/04/14 08:16    수정: 2012/04/14 08:29

남혜현 기자

<홍콩=남혜현 기자>720만 인구 중 120만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한 해에만 30여개의 중소기업 전문 전시회가 열린다. 이 중 9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홍콩의 이야기다. 코원, 아이리버 등 남부럽지 않던 중견 기업들도 고전하는 국내 상황에선 부러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도전하는 국내 강소기업들이 있다.

13일부터 나흘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춘계박람회'엔 국내 34개 중소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중 상당수는 일반인들이 이름조차 낯설어 할 곳이다. 그런데 해외 거래선과 매출 성장치를 들으면 단단함이 느껴진다. 최신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덕이다.

'홍콩춘계박람회' 현장에서 참여 중소기업들의 목표와 고민을 들었다. 대부분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게 그들의 육성이다.

■할 수도, 안 할 수도… 아! 안드로이드

올해 홍콩춘계박람회에서도 화두는 '안드로이드'였다. 참가 업체 중 IT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 다수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했다. 한 참관 업체의 말에 따르면 올해 박람회 참가 업체 중 400여군데는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가지고 나왔다. 물론, 국내업체도 마찬가지다.

딜레마는 있다. 안드로이드를 안 쓰고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만들기 힘든게 현실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를 최적화 해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만드는 일은 대기업도 어렵다. 4.3인치부터 10.1인치까지 자그만치 7종류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들고 나온 국내 중소업체 포유디지탈(대표 최우식)이 전하는 고민은 '완성도'다.

소비자에 선택 받으려면 질 좋은 태블릿을 완성도 있게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과 전문인력을 투입해 소프트웨어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태블릿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도 한참 후에나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런 이치에서다.

그런데 중국산 태블릿은 그렇지 않다. 제품 계획에서 출시까지 그 기간이 국내 업체에 비해 상당히 짧다. 그렇다고 국산 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업계는 올해 연말경이면 중국산 저가 태블릿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산 태블릿의 힘은 업체간 협력에 있다. 서로 다른 브랜드지만, 제품 개발을 공동으로 해 전문 개발자를 집중 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소비자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유디지탈 관계자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는게 현실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등 압박이 세지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가격과 안정성을 무기로 가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공 열쇠는 결국 '니치 마켓'?

남들이 안하는 틈새시장을 겨냥, 가능성 있는 제품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은 업체들도 있다. 모바일 포스를 만드는 우심시스템(대표 이일복)은 처음으로 애플의 MFI 인증을 받아 전용 모바일 프린터 단말기를 만든 업체기도 하다.

우심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포스 시장에서 모바일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속도는 가파르다. 포스나 프린터 시장서 '모바일' 기기에 관심이 없는 곳은 드물다.

모바일포스가 사용되는 곳은 의외로 많다. 경찰들이 교통위반 딱지를 끊는 조그마한 단말기가 바로 우심시스템에서 만든 모바일 포스다. 해외에선 펩시같은 업체들이 배달직원들에 하나씩 모바일 포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위성방송 안테나를 제작하는 아이두잇(대표 임승준)은 국내보단 해외 시장을 노렸다. 캠핑카나 이동시 이용할 수 있는 위성 안테나인데, 캠핑 문화가 자리 잡은 독일내 주요 업체인 라이모(REIMO)도 아이두잇의 제품에 관심을 갖고 상담을 받았다.

화상 전화기 시장서 틈새시장을 노려 살아남은 곳도 있다. 에스비엔테크(SBNTECH, 대표 장석웅)는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후,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음성 인식 단말기를 집중 개발했다. 5월 중 시판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엠패드(MPAD)'도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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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엔테크는 엠패드를 중심으로, 원격 의료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선 아직 원격의료가 시행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지진 등 재해가 많았던 일본에서도 독거 노인 등의 집에 화상 통신 시스템을 놓고 안부와 건강을 체크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 회사 매출도 90%가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에스비엔테크 백태진 차장은 초창기 수많은 화상통화 단말기 제조업체 중 살아남은 곳은 드물다면서 틈새 시장을 찾아 기술을 개발한 것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