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출구조사 17년째 ‘굴욕’...왜?

일반입력 :2012/04/12 11:11

정현정 기자

KBS·MBC·SBS 지상파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4.11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출구조사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출구조사에 70여억원의 예산과 1만3천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무색해진 모습이다.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는 1996년 15대 총선 이후 5회 연속 부정확한 결과를 내놨다.

11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이후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내놓은 출구조사 결과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원내 제1당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야당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통합진보당을 더해 ‘여소야대’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KBS는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131~147석 사이를 나눠가질 것으로 예측했다. MBC는 새누리당 130~153석, 민주통합당 128~148석, SBS는 새누리당 126~151석, 민주통합당 128~150석으로 각각 결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개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는 영 딴판이었다.

지역구 개표결과 새누리당이 127석, 민주통합당은 106석을 차지했고 정당별 비례대표에서 새누리당이 25석, 민주통합당이 21석을 각각 확보하면서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각 당의 표정도 희비가 갈렸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 섞인 박수를 보냈던 민주통합당은 갈수록 패색이 짙어지면서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오후 11시 이후 새누리당이 비례대표를 합쳐 150석을 넘겨 원내 제1당을 수성할 것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누리당 당사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번 총선은 선거 전부터 접전 지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상파3사는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사상 최초로 246개 전 선거구를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전화예측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100% 직접 출구조사로만 진행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날 조사에 참가한 유권자는 약 70만명, 동원한 조사원도 1만3천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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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KBS는 아예 예측 결과가 빗나갔고 MBC는 예측치 범위에 간신히 들긴 했지만 그 마저도 예측치 범위가 최대 23석까지로 너무 넓어 무의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생긴 숨어있는 여권의 5%를 잡아내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방송사 출구조사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유권자는 “예측범위가 너무 넓어 판세 예측이 어려운데다 실제 개표결과와도 많이 차이가 나더라”면서 “1시간만 기다리면 개표결과가 나오는 데 많은 예산을 들여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도 “뚜껑을 열어보니 빗나간 예측이 속출하고 투표장 인근에서 실시된 출구조사 마저 적잖이 틀리는 걸 보니 이제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